매일 아침 남편이 묻는다. 오늘 뭐 있냐고. 사실 이 질문은 출근할 때도 똑같이 반복됐다. 부서는 달라도 같은 회사를 다니니 서로의 스케줄을 확인하는 게 습관이 돼버린 것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듣는 사람의 처지가 달라지니 다르게 들린다. 출근할 때는 스케줄을 확인해 서로 조율할 게 있으면 얼른 정리할 수 있어서 듣기 좋았다. 오늘 아침엔 내 마음이 달랐다. 요즘 내게 특별한 일이란 없기 때문이다. 매일이 똑같은 것 같다. 만나는 사람도 없고, 집에 있거나 도서관에 가거나 둘 중 하나다.
아침엔 집 치워놓고, 세탁기도 돌리고.. 뭐... 특별한 건 없죠.
툭, 뱉어놓고 보니 민망했다. 밥만 축내는 식충이가 된 것 같았다. 살림이라는 게 그랬다. 열심히 하면 조금 티가 난다. 손을 놔버리면 확 드러난다. 적당한 선에서 '잘 해내는 것'이 어렵다. 아직 나는 미숙해서일까? 뭐 특별한 게 없는 하루하루가 오히려 특별할 수 있는데 조금씩 답답함을 느낀다. 이게 문제다.
생각이 많아질 것 같으면 무조건 밖으로 나간다.
가만히 앉아 책을 보고 있으면 생각이 더 많아지고 몸도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분명 아침부터 재난문자 수신음이 울렸는데도 밖으로 나왔다. 조용하고 시원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책, 신문, 잡지)이 있는 도서관행 버스를 탔다. 그제야 답답함이 사라졌다.
도서관 창가 자리에서
도서관 입구에 들어서니 익숙한 냄새가 확 느껴졌다. 책 냄새, 공부하는 사람들의 열띤 냄새, 비릿한 비 냄새까지. 습기로 끈적하던 몸이 에어컨 바람에 뽀송해졌다. 노트북을 펴고 아무 글이나 끄적대본다. 창 밖에 내리는 비를 멍하니 바라봤다. 한참이나, 아무 생각 없이.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드는 선택
정해진 시간표가 없다는 게 불안했다. 모든 시간을 나 스스로 채우고 결정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리기도 했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그토록 열망하던 시간을 가졌는데, 그 값어치를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였다.
폭우를 뚫고 동네 도서관에 와야만 했던 이유가 별 건 없었다. 다만, 불편함을 감수하고 나 자신을 긴장하게 만드는 일상이 그리웠던 것뿐이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욕심낼 수 있는 건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드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작은 움직임, 단 하나의 시도, 잠깐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용기. 매일 이 세 가지만 잊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