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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킹맘 Sep 10. 2023

오도이촌이 아니라 이도오촌하며 삽니다

그렇게 오도이촌 오도이촌 노래를 부르더니
결국 이도오촌하며 사는 거니?



오랜만에 지인과 문자로 대화를 나눴다. 요즘 뭐 하고 사냐는 안부에 아이 데리고 시골에서 산다고 말했다. 그는 놀랍고 반가워하며 이렇게 말해줬다. 결국 이도오촌하며 살고 있냐며, 꿈을 이뤘다고 말이다.


오도이촌(五都二村). 1주일 중 5일은 도시에서 살되, 남은 2일은 시골에서 살아본다는 뜻이다. 도시인들의 로망을 뜻하는 말로 자주 쓰이는데, 나도 모르게 '오도이촌하며 살고 싶다'라는 말을 자주 했나 보다. 그 지인과는 자주 만나지도 못했는데 나의 꿈을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반대로 이도오촌(二都五村)이틀은 도시에서, 남은 5일을 시골에서 생활하는 패턴을 말한다. 요즘 내가 그렇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강원도 인제의 작은 마을에서 아이와 함께 산다. 금요일 밤에는 자가용이나 시외버스를 이용해 남편과 큰 아이가 있는 집으로 돌아와 주말을 보낸다. 원래 2~3주에 한 번 오려고 했는데 남겨두고 온 두 남자 (남편, 큰 아들)가 마음이 쓰여 오게 된다. 일요일 저녁에는 다시 시골로 돌아간다. 마치 여행자처럼 어디에도 오래 머무르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앤트바진(antevasin).
경계선에 서 있는 이를 뜻하지.
너무 편한 건 싫어하고 늘 새로운 걸 찾는
우리 같은 사람들 말이야.
-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중에서


자유롭게 경계를 왔다 갔다 하는 이들이 있다면 세상의 모든 여행자를 뜻하는 게 아닐까. 요즘의 나는 그야말로 '앤트바진'이 된 것만 같다. 그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여행자 같은 마음으로 산다. 내가 머물 수 있다면 그곳이 나의 집이라도 된 것만 같다. 어디에 머물러도 돌아갈 집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시골에서는 도시에 집에 있어 다행이라 여긴다. 도시에서는 떠날 수 있는 시골집이 있어 운이 참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나는 복에 겨운 사람이 아닌가. 비록 오고 가는 고단함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길 위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정도는 감수할 만한다.


누구나 이도오촌 생활을 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쉽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큰 마음을 내어 아홉 살짜리와 시골로 내려왔으니 스스로 칭찬해 줄 수 있다. 가끔 비가 내리고, 시골집 처마에 빗방울이 떨어질 때는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그때뿐이다. 나는 행운의 당첨자처럼 시골생활할 수 있는 프리미엄 티켓을 선물 받은 기분이 든다. 여행자도 좋고, '앤트바진'도 좋고, 방랑자라고 해도 좋다. 그저, 떠났다가 돌아오고, 또다시 떠나는 지금의 일상이 낯설고 즐겁다.


아트라베시아모(Attraversiamo). 함께 건너자!
-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중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는 이런 말도 등장한다. 아트라베시아모! 함께 건너자는 이탈리아어란다. 나는 '앤트바진'이면서 지금은 우리 가족과 함께 이 시간을 건너가고 있다고 믿는다. 오도이촌이든, 이도오촌이든 무엇이라도 좋다. 결국 나는 늘, 누군가와 함께 건너고 있다. 마음껏 사랑하면서 말이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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