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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킹맘 Sep 03. 2023

큰 딸이 미쳤나 싶었던 친정 엄마를 위하여

남편이랑 큰 아들 놔두고, 멀쩡한 집도 놔두고..
시골까지 와서 생고생을 하는 큰 딸이 미쳤나 했다.



지난 주말, 서울에서 친정 부모님이 인제 시골집을 방문하셨다. 큰 딸의 무모해 보이는 선택이 못 미더웠을 거라 짐작은 했다. 그런데 시골집 도착 10분 전, 굽이굽이 산길을 올라오다 아버지께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우리 큰 딸이 미쳤나. 멀쩡한 집 놔두고 왜 고생을 사서 하나...


분명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오셨지만 시골집 앞에서 헤매셨다. 더 친절하게 안내해드리지 못한 이 딸의 잘못이 컸다. 엄마는 이런 곳에 집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셨다. 엄마는 우리 집 마당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마자 또 한탄하셨다. 언제나 큰 딸이 못 미덥고 불안하셨던 걸까.

아이고, 못 산다. 우리 큰 딸이 미쳤다!

결국 우리 집 마당에서 점심식사를 하시고는 '여기 참 좋다'라고 하셨다.;;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리고 흐리더니 부모님이 오셔서였는지 날이 활짝 개었다. 부모님은 서울에서 45년을 사셨지만 바닷가 마을에서 나고 자라 영락없는 시골 분들 같다. 엄마가 해온 반찬에 인제쌀로 밥을 지어 한 상 차렸다. 날이 좋으니 밖에서 먹어야 제 맛이다. 쨍한 햇볕과 푸른 하늘, 선선한 바람이 어우러져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그때부터 엄마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렸다. 아버지는 이미 계속 웃고 계셨다.


공기 좋은 곳에서 힐링하더니
우리 큰 딸 얼굴이 참 좋다.
그동안은 일하느라 찌들어 보이더니...


그동안 친정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들렀다. 그때마다 내 얼굴이 지쳐있었을 게 뻔하다. 그랬던 내가 강원도 인제에서 생활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표정이 바뀌었을까?


자연의 힘은 강력하다. 30분도 되지 않아 두 분의 마음이 안정됐다. 큰 딸이 회사에 다닐 때처럼 단정하고 칼 같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얼굴이 편안해 보였으니까. 나도 신이 나서 어렸을 때처럼 재잘댔다. 시골생활이 만만치는 않아도 재미있다, 아이는 이곳 생활을 정말 좋아한다는 이야기도 곁들이면서 말이다.

여기 있으면서 병 다 고쳐라. 푹 쉬어라.
먹고 싶은 반찬은 해다 줄게. 아프지 마라.



부모님은 우리와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떠나셨다. 떠나기 전 아버지와는 하이파이브를 하고, 엄마에게는 '걱정하지 말라'며 등을 두드렸다. 아직도 마흔이 훌쩍 넘은 딸을 걱정하는 부모님께 죄송하기도 했다. 어떻게 해도 부모에게 걱정을 끼쳐서는 안 되는 건데, 나는 효녀가 되기는 글렀나 보다.


두 분 모두 건강히 지내시길. 그리고 더 이상의 걱정은 끼치지 않도록 이곳 강원도 생활을 무사히 잘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다짐한다. 큰 딸이 미쳤다 싶어 걱정이 태산이었던 친정 엄마를 위하여 내가 할 일은 그것뿐이다. 내가 아이를 걱정하듯, 엄마도 나를 걱정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테니까. 이 미쳤나 싶었던 친정 엄마를 위하여 큰 딸이 미쳤나 싶었던 친정 엄마를 위하여 큰 딸이 미쳤나 싶었던 친정 엄마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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