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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킹맘 Aug 30. 2023

도시인의 시골생활 버킷리스트 공개

 

Bucket List.
 버킷 리스트란, 죽기 전에 꼭 한 번쯤은 해 보고 싶은 것들을 정리한 목록을 의미함.


도시에서 나고 자라 결혼해서도 도시에 살았다. 아이들에게 시골은 없었다. 엄마와 아빠의 고향이 모두 도시였으니까. 그게 아쉬워 힘들어도 여행을 다녔다. 곳곳에 아이들의 시골집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어쩌면 오래전부터 나는 시골생활을 꿈꿔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홉 살 아이와 강원도 인제로 이사 오면서 스케치북 2개를 장만해 각자 버킷리스트를 쓰기 시작했다. 아이는 물었다. 엄마, 버킷리스트가 뭐예요? 인제에서 살면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적어두고, 하나씩 지워나가는 거야! 아이는 좋아했다. 엄마와 하는 일이라면 뭐든 좋아하는 아이인데 그동안 무심했구나. 


아이는 진지했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번호를 매겨가며 적어내려 갔다. 무려 15가지나 되었다. 


1. 수영장 가기

2. 목욕탕 가기

3. 마시멜로 구워 먹기

4. 영화 보기

5. 엄마와 눈싸움하기

6. 엄마와 설악산에 가기

7. 눈썰매 타기

8. 아침 산책하기

9. 가을 풍경 보기

10. 시골학교 전학 가기

11. 엄마와 권투 하기 

12. 블루베리 많이 먹기

13. 엄마가 해주는 음식 먹기 

14. 채소도 잘 먹기

15. 고구마 먹기

아홉 살 아이가 쓴 버킷리스트 중에서


어딘가를 가거나 해보거나 먹어보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내 가슴을 후벼 판 키워드는 '엄마와'였다. 엄마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정말 몰랐을까? 알아도 모른 척했던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 요리에 소질이 없는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먹기가 열세 번째에 적혀 있어 놀랐다. 요리 솜씨를 키워야겠다. 


나도 질 수 없지. 쭉쭉 적어봤다. 엄마는 욕망 덩어리였던가. 써도 써도 끝이 없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던 것일까? 다행인 건, 내가 쓴 것들 중에 '아이와 함께' 하고 싶은 게 꽤 많았다는 사실이다. 


1. 아침마다 집 앞마당에서 체조하기

2. 모닥불 피우고 아이와 수다 떨기

3. 도서관에서 글 쓰고 책도 보기

4. 텃밭에 무를 심어 겨울에 수확해 보기

5. 백담사에 가보기

6. 속초 바다 보고 돌아오기 (가까우니까!)

7. 우리 동네 성당에 가서 아침미사 드리기

8. 가을에 아이와 설악산 단풍놀이 떠나기

9. 우리 집 앞마당에 텐트 치고 캠핑하기

10. 맑은 날, 아이 손잡고 밤하늘 별 올려다보기

11. 매일 학교 스쿨버스 배웅하고 마중 나가기

12. 동네 단골 맛집 만들기

13. 귀농귀촌 가능성 엿보기

14. 아이와 CGV에서 영화 보기 (이곳은 영화관람료가 7천 원!)

15. 겨울에 아이와 눈사람 만들기

16. 아이와 설악산 정상에 오르기

17. 맛있는 사과 농장 찾아서 남편과 큰 아이에게 보내기

18. 아침 산책하고 마루에 앉아 명상하기

19. 손 편지 써서 부치기

20. 커피 맛이 좋은 곳 알아내기

21. 아이와 자작나무숲길 걸으며 노래 부르기

22. 아이와 함께 쉬운 요리 만들기 (쿠키, 팬케이크...)


나의 버킷리스트보다 아이의 리스트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도시에서 살다 시골에서 사니 낯설고 새로운 게 많지만 아이와 함께라면 문제없다. 둘이 합쳐 30여 개나 되는 우리의 꿈들이 이곳 강원도 인제에서 펼쳐지는 상상을 해본다. 꿈을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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