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cket List.
버킷 리스트란, 죽기 전에 꼭 한 번쯤은 해 보고 싶은 것들을 정리한 목록을 의미함.
도시에서 나고 자라 결혼해서도 도시에 살았다. 아이들에게 시골은 없었다. 엄마와 아빠의 고향이 모두 도시였으니까. 그게 아쉬워 힘들어도 여행을 다녔다. 곳곳에 아이들의 시골집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어쩌면 오래전부터 나는 시골생활을 꿈꿔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홉 살 아이와 강원도 인제로 이사 오면서 스케치북 2개를 장만해 각자 버킷리스트를 쓰기 시작했다. 아이는 물었다. 엄마, 버킷리스트가 뭐예요? 인제에서 살면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적어두고, 하나씩 지워나가는 거야! 아이는 좋아했다. 엄마와 하는 일이라면 뭐든 좋아하는 아이인데 그동안 무심했구나.
아이는 진지했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번호를 매겨가며 적어내려 갔다. 무려 15가지나 되었다.
어딘가를 가거나 해보거나 먹어보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내 가슴을 후벼 판 키워드는 '엄마와'였다. 엄마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정말 몰랐을까? 알아도 모른 척했던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 요리에 소질이 없는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먹기가 열세 번째에 적혀 있어 놀랐다. 요리 솜씨를 키워야겠다.
나도 질 수 없지. 쭉쭉 적어봤다. 엄마는 욕망 덩어리였던가. 써도 써도 끝이 없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던 것일까? 다행인 건, 내가 쓴 것들 중에 '아이와 함께' 하고 싶은 게 꽤 많았다는 사실이다.
나의 버킷리스트보다 아이의 리스트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도시에서 살다 시골에서 사니 낯설고 새로운 게 많지만 아이와 함께라면 문제없다. 둘이 합쳐 30여 개나 되는 우리의 꿈들이 이곳 강원도 인제에서 펼쳐지는 상상을 해본다. 꿈을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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