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벼르던 백담사를 다녀왔다. 가보고 싶었지만, 인제군민이 되어서야 가니 감회가 새로웠다. 백담사 한쪽에 세워진 시비를 보니 김시습의 시 '저물무렵'이 새겨져 있었다. 어떻게 하면 나의 발자취를 물과 구름 사이에 남겨놓을 수 있을까.
백담사는 내설악에 있는 대표적인 절로 가야동 계곡과 구곡담을 흘러온 맑은 물이 합쳐지는 백담계곡 위에 있어 내설악을 오르는 길잡이가 되고 있다. 신라제28대 진덕여왕 원년(647년)에 자장율사가 세웠는데 처음은 한계사라 불렸으나 그 후, 대청봉에서 절까지 웅덩이가 100개 있어 백담사라 이름 붙였다. 십여 차례 소실되었다가 6. 25동란 이후 1957년에 재건되어 현재에 이르는 등 역사적 곡절이 많은 절이다. - 출처 : korean.visitkorea.or.kr
아이가 하교하기 전, 집으로 돌아가야 하니 마음이 급했다. 점심을 먹다가 불현듯 백담사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느지막이 길을 나섰기 때문이다. 함께 길을 나선 이웃집 엄마 둘과 백담사로 가는 길이었으니 더 설렜다. 그렇게도 가보고 싶었던 백담사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여전히 날씨는 더웠지만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백담사로 향하는 길은 서늘했다. 절경이 따로 없었다. 특히, 백담사 입구의 '수심교(修心橋)'를 걸을 땐 한 걸음 한 걸음 아껴가며 걸었다. 마음을 닦으며 걸어가야 하는 길이었으니까. 이 길 끝에 가서야 알았다. 이곳에는 한 번만 와서도 안되고 그럴 수도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백담사와도 어울리는 이 시 한 편에 마음이 가라앉는다. 자연을 벗 삼아 살다 보면 시심(詩心)이 깊어지는 것일까? 백담사로 잠시 외출 다녀온 듯 해 아쉬웠지만 여운은 길다. 백담사 가는 셔틀버스 요금을 할인받아서 괜히 우쭐하기도 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인제군민은 소인 요금으로 탑승 가능) 조만간 백담사를 다시 찾아 더 오래, 여유 있게 머물러야겠다. 이번엔 아이를 등교시키고 나서 바로 길을 나서련다. 백담사에 갈 수 있는 것도 인연이 닿아야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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