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들과 템플 스테이를 다녀오다

by 글쓰는 워킹맘


템플 스테이가 뭐예요?
재미없을 것 같은데 생각 좀 해볼게요.



중1 아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면서 사이가 멀어진 게 아닐까 염려했더니 역시나였을까. 좋은 데 놀러 가자고 했다면 바로 OK였을텐데, 엄마와 하룻밤 템플 스테이에 가자는 말에 머뭇대는 모습을 보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이 엄마는 포기할 수 없었다. 아들아, 인제군에서 다 지원해 준대. 같이 가보자. 엄마는 꼭 가보고 싶어!


금요일 늦은 밤 남편과 아이는 쉬지 않고 달려 인제 시골집에 와줬다. 템플 스테이는 인제군이 백담사와 협약을 맺어 진행되는 사업의 일환이었기에 참가비가 없었다. 남편은 아홉 살 둘째와 하루를 보내기로 하고, 짐을 챙겨 아이와 백담사로 향했다. 아이는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엄마, 재미없어도 괜찮아요.
엄마랑 모처럼 둘이 지내는 거니까 좋아요.


큰 기대가 없어 보이는 아이를 보며 불안했지만 그렇게라도 말해줘서 안심이 되었다. 그래, 함께 있는 것만 으르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백담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마을 셔틀버스를 타니 빗줄기가 거세졌다. 계곡물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이왕이면 화창한 날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워하던 찰나 떠올랐다. 얼마 전 백담사에 처음 와 법당에서 삼배를 올리며 마음속으로 염원했던 것이 생각났다.


비가 예쁘게 내리는 날, 우리 가족과 백담사에 한 번 더 오고 싶어요.
큰 아이와 템플 스테이라도 하면 더 좋고요!

백담사 경내의 가을 풍경
백담사 수심교에서


세상에 꿈이 이뤄진 것이다. 그것도 이렇게나 빨리 말이다. 비가 예쁘게 오지는 않고 무섭게 오긴 했지만 비가 내리는 것까지 모두 갖춰졌다. 마치 백담사가 나를 불러낸 것 같았다. 떨어져 지내는 아이와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내라고 말이다.


궂은 날씨 탓에 프로그램은 여유롭게 진행됐다. 매 끼니마다 고기반찬을 찾는 아이인데도 저녁 공양도 맛있게 먹었다. 절밥이 왜 이리 맛있냐며 연신 엄지 척을 해주기까지 했다. 스님의 질문에 척척 대답도 잘하는 아이가 낯설었다. 정말 많이 컸구나 싶었다. 아이는 커가고, 나는 늙어간다는 말이 실감 났으니까.


인생을 잘 살려면
가장 먼저 내 마음을 보는 게 가장 중요해요.
자세를 바로 하고, 명상을 하세요.
하루 1분만 해도 됩니다.


백담사 템플스테이 연수원을 담당하는 스님께서 이 말씀을 해주시는데 아이의 눈빛이 빛났다. 그렇다. 내 마음을 보지 못해 많은 일들을 겪는다. 내 마음을 보지 않으니 다른 이의 마음도 보려 하지 않는다. 인간사 모든 갈등이 여기서 생기는 게 아닐까. 허리의 텐션을 느끼며 척추를 바로 하고, 눈을 감은 채 호흡 명상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아이는 말했다. 명상을 하니 차분해지고 마음이 가라앉는다고 말이다. 앞으로도 자주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우리는 절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고, 108배를 했다. 아이는 난생처음 108배를 해내고 눈물을 흘렸다. 108배를 하면서도 엄마가 쓰러질까 봐 걱정했다고 했다. 엄마가 많이 부실해 보였나 보다. 나도 아이가 걱정되어 108배하는 내내 아이를 살피려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108배를 하면서 우리의 마음을 봤고, 서로를 향한 사랑을 확인했다. 아니, 템플스테이가 이렇게 좋은 거였나!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걷고,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것은 '이 아이는 내 것이 아니다'라는 믿음이었다. 아이는 이미 내 품을 떠나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가고 있다. 엄마로서 내가 할 일은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볼 수 있도록 돕는 것뿐이다.


엄마, 다음에 또 백담사에 같이 가요.
이곳에서 엄마랑 했던 시간들이
그리워질 것 같아요.


아이를 보며 엄마도 배운다. 아이가 자라듯 엄마도 자란다. 우리는 함께 성장해 나가는 파트너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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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아이와 강원도로 유학 오다 (브런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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