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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May 04. 2024

건강해지는 방법을 책에서 배우다

2017년 7월 어느 날, 당시 46살이던 큰형이 지병으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당뇨로 시작해 합병증이 더해지면서 결국 투석에 이렀습니다. 매주 3회 투석은 형을 꼼짝 못 하게 했습니다. 고집이 있어서 의사 말을 잘 안 들었습니다. 약도 제때 안 먹고 음식도 안 가리고 운동도 안 했습니다. 병을 낫겠다는 의지보다 현상만 유지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잔소리도 몇 번 했지만 듣지 않았습니다. 보호자인 어머니 말도 안 들었습니다. 몇 번의 고비를 겨우 넘겼지만 약해진 몸은 병을 이기지 못했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먼 길을 떠났습니다.      


병을 대하는 형의 태도는 치료 의지가 없어 보였습니다. 저의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누구보다 더 살고 싶어 했을 수 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누구 봐도 치료에 진심이라는 게 전해져야 했을 겁니다. 치료 과정은 부모도 형제도 해줄 수 없습니다. 오롯이 본인의 의지와 태도가 전부입니다. 옆에서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안 듣는 사람이 있다면, 잔소리가 필요 없을 만큼 살려는 의지로 버티는 사람도 있습니다. 큰형의 투병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 몸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생각만 했을 뿐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습니다. 군대 제대 이후 내 몸을 위해 제대로 관리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끊이지 않는 술자리, 불규칙한 식사 시간, 때때로 폭식과 야식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니 과체중에 높은 콜레스테롤과 당뇨에 가까운 수치를 유지해 왔습니다. 40대에 접어들면서 몸 곳곳에 이상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환자가 당뇨 진단을 받아 당뇨약을 처방받게 되면 그 약은 당뇨를 고치려는 목적으로 처방된 것이 아니다. 앞으로 평생 먹으면서 혈당을 관리하는 약이다. 현대 의학은 당뇨 치료를 그런 식으로 하고 있다. 혈압도, 콜레스테롤도, 암도 모두 마찬가지다.”  《환자 혁명》조한경     


큰형이 죽고 3년 넘게 이전과 같은 식습관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다 조한경 박사의 《환자 혁명》을 읽었습니다. 이 책에서 만성질환(고혈압, 심장병, 비만, 당뇨, 고지혈증, 뇌졸중 등)을 현대 의학에서 어떻게 다루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완치가 아닌 현상 유지가 목적이라는 말이 충격이었습니다. 나도 같은 증상이 시작되면 결국 평생 약에 의지해야 하는 게 정해진 코스였습니다. 정신이 번뜩 들었습니다. 2020년 11월 29일 건강 검진받은 날부터 식단 관리에 들어갔습니다. 이 글을 쓰는 2024년 5월 현재도 그때 보다 12킬로그램 감량한 몸을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시작에 앞서 십여 권 책을 읽으며 올바른 정보를 선별하려고 공부했습니다. 어느 한 사람만의 이야기를 들어서는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우리 몸이 모두 다르듯이 효과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어떤 이해관계에 따라 정보의 정확성도 의심해봐야 했습니다. 실제로 과학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과학자와 의사도 있습니다. 이 말은 의사들의 연구 논문을 맹목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들조차 특정 기업과 단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제약회사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은 논문은 해당 기업의 약에 대한 효능을 입증하는 내용을 발표합니다. 당연히 병원은 그 약을 우선 처방하는 식입니다. 사정이 이러니 더욱더 정보의 객관성을 갖는 게 필요했습니다. 어느 한쪽의 말만 믿고 섣불리 시작해서는 안 됐습니다.      


단식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 몸의 원리를 이해하고부터였습니다. 먹을 게 부족했던 우리 인류는 굶주림에 익숙했고 그 상태로 생활이 가능하게 진화해 왔습니다. 하루 세끼를 먹기 시작한 건 산업혁명 때부터였습니다.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세끼 밥을 먹였습니다. 일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빨리 먹을 수 있는 각종 가공 식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영양가가 적은 고열량 가공 식품은 말 그대로 일을 위해 배만 불리는 음식일 뿐 우리 몸이 건강해지기 위해 먹는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땅에서 나는 자연상태의 식재료를 먹어왔던 우리 몸은 더 이상 자연의 맛을 원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내 몸이 건강해지려면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가공 식품 대신 땅에서 나는 식재료를 찾아 먹으면 됩니다. 이는 상당히 불편합니다. 또 익숙하지 않습니다. 또 가공 식품보다 몇 배의 비용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자연식이 좋은 줄 알지만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내 몸이 망가지는 걸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먹는 양을 줄이고 가공 식품도 멀리하고 땅에서 나는 식재료를 찾아 먹기로 했습니다.      


“원래 청량음료는 미국에서 옥수수가 지나치게 많이 생산된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남아도는 옥수수를 버리지 않으려고 시럽으로 만들어 물에 타서 먹게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팔아치울 생각을 한 것이다. 당시 그들은 시럽의 양을 얼마나 넣어야 혈당치가 올라 지복점에 이르는지도 면밀히 계산했다.  다시 말해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일부러 중독을 만들어낸 것이다.” 《식사가 잘못 됐습니다》마키다 젠지


청량음료뿐 아니라 우리가 먹는 거의 모든 음식에 당분이 포함됩니다. 당이 없는 음식을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살이 찌는 걸 막고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당분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당만 줄여도 몸은 빠르게 좋아집니다. 물론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말이죠. 저는 단식을 시작하면서 각종 음료수는 물론 당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멀리 했습니다. 매 끼니때마다 음식을 가렸습니다. 그래서 하루 한 끼는 꼭 샐러드를 먹으려 노력했고,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등을 멀리하고 기름진 음식을 먹는 횟수도 줄였습니다. 무엇을 먹고 먹지 않을지 원칙부터 정해놓고 식단관리를 시작했습니다. 이는 오롯이 내 몸을 위한 규칙입니다. 지키면 건강을 유지하고, 지키지 않으면 평생 의사가 처방해 주는 약에 의지한 채 살아야 할 것입니다.     

 

하루 세끼를 당연하게 먹다가 두 끼로 줄이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남들은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한 번 사는 인생 먹는 낙도 없이 무슨 재미로 사냐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정한 규칙을 지키며 사는 게 더 가치 있다고 믿었습니다.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선별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쳐 나름의 원칙을 정했고 그대로 실천했습니다. 행동하기 위해 생각부터 바꿨습니다. 생각을 바꾸기 위해 정보를 선별했습니다. 정보를 선별하기 위해 편견을 두지 않았습니다. 결국 다양한 독서가 바탕이 되었기에 건강을 유지해 올 수 있었습니다. 




참고 도서

《환자 혁명》조한경

《식사가 잘못 됐습니다》마키다 젠지

《비만 코드》제이슨 펑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존 맥두걸

《질병은 없다》제프리 블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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