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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May 20. 2024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는 방법

내가 하기 싫으면 상대방도 하기 싫다고 했습니다. 내가 좋은 건 상대도 좋아할 수 있다고 하고요. 어떤 행동을 할지 말 지 망설여질 때 자신을 기준으로 판단하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를 사자성어로 '역지사지'라고 말합니다. 월요일, 한 주를 잘 보내려면 나부터 기분 좋게 시작하면 내 주변도 덩달아 기분 좋은 한 주를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6시 반이면 회사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사무실까지 걸어갑니다. 가끔 담배 피우며 가는 이의 꽁무니에 따라붙습니다. 십여 미처 떨어져 걸어도 연기가 마스크를 뚫고 들어옵니다. 잰걸음으로 앞질러 갑니다. 슬쩍 째려보지만 전혀 의식하지 않는 눈치입니다. 흡연자에게 출근길 한 모금이 잠을 깨운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에겐 지극히 당연한 일상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처럼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이들에겐 아침부터 기분 잡치는 상황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 기분을 위해 피우는 담배 한 개비가 주변 사람에게 분명 피해 주는 걸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건강에 해로운 담배 연기를 불편해할 비흡연자 입장을 한 번이라도 생각한다면 적어도 걸으면서 피는 걸 자제하려고 할 테니까요.


담배 연기가 비흡연자를 불쾌하게 만들듯 내 감정으로 인해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술을 잔뜩 마신 다음 날 기분 좋게 시작하는 경우 없었습니다. 남은 숙취로 정신은 해롱대고 술자리에서 주고받은 대화로 여전히 마음은 불편하고 생각지 못한 지출로 아내의 잔소리가 예상됩니다. 그러니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을 웃으며 대할 리 만무합니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는 게 다 고만고만하니 웃을 일도 즐거운 상황도 생기지 않습니다. 늘 똥 씹은 표정으로 '누구든 걸리기만 해라'라며 눈에서 레이저를 쏩니다. 결국 악순환으로 이어져 어느 때부터 혼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예전의 제가 그랬었습니다. 내 감정만 챙기다 스스로 주변과 담을 쌓은 꼴이었습니다.


하루를 좋은 출발로부터 시작하고 싶다면 눈을 떴을 때 오늘 하루 중에 적어도 한 사람에게, 적어도 한 가지 기쁨을 나눠줄 수 없을지 생각하는 것이다. -니체-


글을 쓰다 보면 아무리 부정적인 감정도 긍정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시작은 불평불만을 늘어놓다가도 쓰다 보면 결국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꼴이라는 걸 압니다. 그러고는 자세를 고쳐 반대 내용으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나만 읽는 일기에는 불편한 감정을 쏟아내라고 조언합니다. 그러는 이유는 내 안에 불편한 감정을 쏟아내고 난 자리에 긍정의 감정을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쥐고 있는 걸 놓아야 다른 걸 쥘 수 있는 이치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불편하고 부정적인 감정도 글로 쓰고 나면 별것 아닌 게 되고 결국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로 바꾸게 되는 것입니다. 7년 동안 매일 아침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남에게 보여주는 글을 쓰려면 내 감정부터 챙겨야 한다는 것을요. 아무리 불편한 감정 상태여도 글을 쓰다 보면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내가 쓴 글을 통해 적어도 한 사람이라도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제 잠자리에 들기 전 작은딸에게 큰소리를 내고 말았습니다. 주말 내내 놀다가 다 늦어서 숙제를 시작했고 두 시간 넘게 붙잡고 있는 게 못마땅했습니다. 아내가 잔소리를 해도 한 귀로 흘리는 것 같았습니다. 두고 보다가 참지 못하고 목소리가 커지고 말았습니다. 문제가 어려워서 못 풀고 있었다는 말에 더 화가 났습니다. 물어보지 않으면 누가 도와줄 수 있겠냐고 다그쳤습니다. 눈물을 흘립니다. 자기 딴에 사정이 있었나 봅니다. 거실에 듣고 있던 아내가 둘째를 데리고 나갔습니다. 왜 울었냐고 아내가 묻자 아빠가 큰소리로 말한 게 무서웠다고 말합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내 감정만 생각하다가 아이를 울렸습니다. 둘째도 잘한 건 없지만 적어도 부모라면 그때 조금 더 냉정해야 했습니다. 자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괜히 미안합니다. 등굣길에 볼 수 있게 문자라도 남겨야겠습니다. 그래야 저도 둘째도 웃으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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