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스 메카스 역시 행복은 지금 현재의 상태라고 말했다. 요나스는 살면서 커다란 위기를 두 번이나 겪었지만 무사히 살아남았다. 한 번은 소련이 그의 고향인 리투아니아를 침략했을 때였고 두 번째는 그가 나치군에 사로잡혀 독일의 강제노동수용소에 보내졌을 때였다. 인간이 남에게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줄 수 있는지 생생히 목격한 그는 행복이 힘들게 뭔가를 쟁취하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좋아하는 걸 보고 맛있는 걸 먹는다고 다 행복한 게 아니야. 다른 사람들이랑 함께 나누지 않으면 말이야.” 그가 말했다.
<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 중에서
나이 들수록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 답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 이 질문에 답을 짐작하는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습니다. 다른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사람이 모이면 무엇이 좋을까요? 그리고 왜 나이 들수록 주변에 사람이 멀어지고 줄어들게 될까요? 우리가 먼저 답을 찾아야 하는 건 왜 사람이 줄고 모이지 않냐입니다. 원인을 알아야 답을 찾을 수 있죠. 모든 문제의 답은 원인을 찾아내는 질문에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일 때도 학교뿐 아니라 교외활동을 통해 폭넓은 관계를 만드는 친구가 있습니다. 사회에 나와서도 호기심과 성격을 앞세워 다양한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죠. 또 일에서도 다양한 부류와 소통하며 자신의 역량을 발전시키고 성과를 곧잘 만들어 냅니다. 다양한 인간관계를 통해 다방면으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키죠. 어쩌면 이들은 개인의 능력뿐 아니라 주변 사람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걸 일찍부터 아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혼자서 살 수 없는 세상, 이왕이면 넓은 인간관계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거죠.
사람 만나는 게 서툴렀습니다. 나를 찾는 사람도 마다하고, 내가 먼저 다가가는 일은 더더욱 없었습니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과 편한 만남을 바랐습니다. 새로운 만남의 시작할 때 어색함을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어색함 때문인지 좋은 감정이 들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만남을 통해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필요한 게 있어도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고 알았고, 내가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단정 지었기 때문입니다.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이유와 방법을 알지 못했습니다.
아내 대학 동기에게 제 고등학교 동창을 소개해 줘 부부가 된 친구가 있습니다. 서로 잘 알아서 언제든 편하게 만납니다. 한 번은 우리 넷과 아내의 또 다른 대학 동기 부부를 함께 만났습니다. 여섯이 만난 자리에서 아내들끼리 신이 났지만 남자들끼리는 어색한 적막이 계속됐습니다. 어떤 연결고리가 없으니 서로 공감할 대화 소재가 없었습니다. 그때 제 친구는 저보다 태연하게 그분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조금 지나니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인 양 스스럼없는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친구가 대단해 보였고 닮고 싶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을 서글서글하게 대할 수 있는 것도 일종의 능력입니다. 그 친구의 그런 면이 본받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핑계를 대자면 타고난 성격 때문인지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저에게는 사람 만나는 건 스트레스입니다. 극적으로 바꾸는 건 어렵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변화하려고 꾸준히 노력하는 중입니다. 몇 해 전부터는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만남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더러는 직접 만나 어색함을 극복해 내고 조금 더 친한 사이로 발전하기도 했지요. 시간이 약이라고 믿고 천천히 만나는 방법을 익히는 중입니다.
이렇게 조금씩 만나는 사람을 늘리다 보면 나이 들어서도 주변에 남는 사람이 많을 거로 생각합니다. 우연으로 시작해 얕은 관계로 연결되고 만나는 횟수가 늘면 보다 깊은 사이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요. 한 사람씩 진심을 다하면 결국 통하게 될 겁니다. 사람과 연결에서 진정성은 가장 강력한 무기이니까요. 내가 먼저 진솔하게 다가가면 상대도 그만큼 무장해제될 거고, 저 역시 마찬가지이죠. 그렇게 굵고 단단한 끈으로 이어지는 관계라면 오래오래 서로의 곁을 지킬 거로 믿습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만나는 관계의 출발점입니다. 대부분의 시작은 '기브 앤 테이크'에서 비롯됩니다. 내가 필요한 걸 가진 사람을 찾게 되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나에게 오는 법입니다. 어쩌면 온라인이 아니어도 이건 인간관계의 기본 공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계가 오래되든 그렇지 않든 서로에게 주고받는 게 분명 있다는 거죠. 그게 무엇인지에 따라 관계의 깊이나 질도 달라질 것입니다. 막역한 친구는 그저 소주 한 잔 마셔도 좋고, 얼마 안 됐다면 어떤 필요가 꼭 있을 겁니다.
나이 들수록 사람이 모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눈치채셨나요? 정답은 '기브 앤 테이크'입니다. 사람이 모이는 이들은 '기브(주고)'를 가치로 삼고, 사람이 모이지 않는 이들은 '테이크(받기)'만 바라서입니다. 제 친구가 처음 보는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는 것도 일종의 베푸는 마음입니다. 서로 어색한 상황에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먼저 말을 건네는 거죠. 그러니 다음 대화로도 자연히 이어지고 같은 자리의 저보다는 그 친구를 더 편하게 여기게 되는 거죠. 사람은 받는 만큼 마음을 여는 법이니까요.
온라인 세상은 사람을 더 자주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내가 줄 수 있는 게 있다면 그 기회를 더 자주 만들 수 있죠. 다만 주는 것에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오래 지속할 수 있습니다. 계산만 앞서 내 이익을 위해 나눔이 아닌 판매를 한다면 오래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온라인에서 선한 의도로 기꺼이 나누는 이들에게는 그만한 보상이 따릅니다. 보상이 돈일 수도 있고 평생 이어지는 관계일 수도 있습니다. 확신컨대 주는 이들은 돈보다 오래오래 이어지는 관계를 더 바랄 것입니다. 결국 사람을 남기는 거죠.
이쯤에서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내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처럼 타고난 재주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도 재주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제까지 쌓은 경력으로 누군가를 돕는 것도 가치 있고요. 우리는 저마다 살아온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걸 꺼내놓으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스스로 가치 없다고 여겨서 꽁꽁 숨겨두는 건 아닌지 한 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을 필요로 하는 자리는 꼭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