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 코피가 깨닫게 해 준

2025년 6월 7일 두 번째 글

by 김형준

토요일 7시 40분, 큰딸 방문이 열립니다. 일어나기 이른 시간이라 화장실 가는 줄 알았습니다. 뜬금없이 코를 막고 나옵니다. 코 사이로 언뜻 붉은색이 보입니다. 잠결에 코피가 났나 봅니다.


휴지로 대충 틀어막고 화장실로 보냈습니다. 흐르는 물에 씻어 내라고 말하고 큰딸 침대로 갔습니다. 베개 밑으로 침대 커버에 피가 묻었습니다. 이불을 걷어 세탁기에 넣었습니다. 거실에 떨어진 코피 몇 방울을 닦고 나니 큰딸이 화장실에서 나옵니다. 코피 흘리는 걸 처음 봤습니다.


전날 저녁밥을 제대로 먹이지 못한 탓인지 괜히 미안했습니다. 휴일에도 학원에 가느라 아침은 쑥떡 하나, 점심은 학원에 간식으로 때우고, 저녁은 불닭 붉음면 먹은 게 전부였습니다. 아내가 여행을 간 터라 밥을 챙겨야 했습니다. 저도 제 일을 하느라 얼굴 볼 사이가 없었습니다.


"일터에 나가신 어머님이 집에 없으면 언제나 혼자 끓여 먹었던 라면~"

자라면서 익숙했던 장면입니다. 학교가 일찍 끝나 집에 오면 두 분은 안 계셨습니다. 한창 먹을 때니 라면 하나 끓여 먹으면 그 순간이 바로 천국이었죠. 돌이켜 보면 그때는 세끼 먹는 것도 감사했습니다. 거기에 혼자 라면도 먹을 수 있었던 건 자식을 위한 부모님 마음 덕분이었겠죠.


어른이 되고 가정을 꾸리고 부모가 되는 사이 세상은 많이 변했습니다. 먹을 수 있는 게 이전보다 다양해졌습니다.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것 또한 많아졌습니다. 모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아이들도 먹는 것 때문에 힘들어할 일도 제법 줄었습니다.


한편으로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부모가 줄 수 있는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자식을 위하는 부모의 마음이 먼저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록 각자 생활로 인해 얼굴 볼 시간도 줄고 함께 밥 먹을 기회도 부족하지만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보살핌을 받는 게 자식이기에 부모에 대한 걱정은 차치하더라도 항상 자기들을 위하는 부모의 마음만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해주고 싶은 건 많지만 해 줄 수 있는 게 적기에 더 애잔한 게 부모 마음이니까요.


저도 점점 철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저희를 위해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새삼 깨닫습니다. 저 또한 자식들에게 해주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런 마음 두 딸도 때가 되면 알게 되겠죠. 지금 알아주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않습니다. 부모님도 서운해하셨다면 그 긴 시간 자식들에게 헌신하지 못하셨을 테니까요. 저도 당신의 그 마음 이해하며 자식들에게 서운한 감정 갖지 않으려 합니다. 더 잘해주기 위해 더 마음 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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