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두루치기를 끝으로

2025년 6월 12일 두 번째 글

by 김형준

대출금 이후 가장 큰 액수가 통장에 찍혔습니다. 퇴직금입니다. 퇴사 처리도 마무리되어서 완벽한 1인 기업가가 되었습니다. 퇴직금이 어쩌면 자본금이 된 것 같습니다. 이 돈을 밑천으로 앞으로 6개월 안에 수입을 안정화시켜야 합니다. 당연히 그보다 빨리 파이프 라인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퇴사 전 휴가 기간에 밥 한 번 먹자를 약속을 오늘에서야 지켰습니다. 저는 한가하지만 여전히 같은 직장에 다니는 그들은 요즘이 가장 바쁜 시기입니다. 미루고 미루다 오늘에서야 점심을 먹게 되었네요. 점심 메뉴는 ++A 한우 전문 매장에서 김치두루치기를 먹었습니다. 낮부터 고기를 먹는 것도 그렇고, 술도 마시지 않는 제가 고기 사달라는 것도 난센스 같았습니다. 차라리 두루치기가 먹고나도 마음이 편할 것 같았습니다.


한 달 만에 본 직원들 입에서 똑같은 말이 나왔습니다. 한 달 전보다 훨씬 얼굴이 피었다네요. 맞습니다.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며 몸도 마음도 편했던 탓인가 봅니다. 좋은 걸 숨길 수 없었습니다. 대놓고 드러내진 않았지만 부러워하는 그들의 눈빛이 제 눈에도 보였습니다. 그들에게도 같은 순간이 찾아오겠죠.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마쳤습니다. 밥만 먹고 인사하는 게 아쉬워 사무실에서 차 한 잔 마셨습니다. 특별히 할 말은 없었지만 잠깐 엉덩이 붙였다 가는 게 예의일 것 같았죠. 그들은 슬슬 업무를 시작했고, 그 틈에 저는 준비해 간 명함을 한 명씩 건넸습니다. 앞으로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명함에 표현되어 있었죠. 언제든 제가 필요하면 연락 달라고 했습니다. 언젠가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말이죠.


명함 돌리는 걸 끝으로 정말 마지막 인사를 나눴습니다. 언제든 밥 먹고 싶으면 찾아오라는 사장님 말씀이 고마웠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밥을 먹든 안 먹든 한 번은 찾아갈 것 같습니다. 사람 앞일 누구도 모릅니다. 제가 그들을 도울 수도, 제가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약한 고리를 계속 유지하는 게 여러모로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밥 먹고 식당을 나서는 데 기다리는 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김칫국일 수도 있어 아직은 밝히기 조심스럽습니다. 다음 주에 미팅이 잡혔고, 이슈가 없다면 제가 바라는 대로 일이 풀릴 거로 기대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미팅 후 다시 쓰지요. 분명한 건 선명하게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는 말이 틀리지 않습니다.


이제 정말 혼자된 것 같습니다. 서류상 퇴직은 차치하고 그동안 이어져 왔던 마음의 소속감에서 완전하게 벗어난 기분입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오롯이 내가 주인인 삶이 될 것입니다. 끝으로 그들이 저에게 무궁한 발전을 기원해 줬듯, 저도 그들의 인생이 내일 더 나아지길 응원할 것입니다. 언제든 서로 더 나아진 모습으로 다시 만나길 기대해 봅니다.




https://naver.me/5wNUSYxN


매거진의 이전글아주 짧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