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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드나?

by 김형준

내 삶을 보다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것들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가족과 화목한 시간? 업무 역량 개발? 다양한 인간관계? 취미 활동? 업무 성과?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다양할 것입니다. 이런 가치 있는 것들을 얻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내 시간을 얼마나 할애할 수 있느냐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가장 가치 있는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그걸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나요?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내 삶을 더 풍요롭게 해 주나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왜 그럴까요? 이유는 하나입니다. 그만큼 시간을 투자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한정되었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특혜가 주어지지 않죠. 동일한 조건에서 누구의 삶은 더 풍요롭고 다른 누구의 삶은 점점 팍팍해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내가 정한 가치 있는 일에 만족할 만큼 시간 투자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특히 30대에겐 그럴만한 여유가 더 없습니다. 당장 직장에서 존재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는 삶의 풍요와는 거리가 멉니다. 생존의 문제인 거죠.


누구나 더 나은 삶을 바랍니다. 나에게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죠. 하지만 사람마다 나이 때마다 가중치를 둬야 할 게 다릅니다. 특히 30대에겐 직장이 우선이죠. 반대로 직장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은 만큼 자신의 입지를 보다 일찍 견고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난 뒤 또 다른 가치를 찾아 투자할 수 있게 되겠죠.


4년 전 술을 끊을 당시 40대였던 저에게 술자리는 직장 처세 중 하나였습니다. 사내 정치의 시작은 술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만큼 중요한 술자리인데 저는 왜 술을 끊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나에게 더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 직장 동료나 상사와 술자리를 갖지 않아도 집에서 자주 술을 마셨습니다. 40대 정도 되면 20년 넘게 술을 마신 터라 습관처럼 마신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지요. 어떤 핑계를 붙이든 술 마시는 게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술은 마실 때는 잘 모릅니다. 술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 온몸으로 퍼지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알딸딸해지면 또다시 술을 부릅니다. 연거푸 마시다 보면 어떤 날은 주량을 한참 넘기도 하고, 어떤 날은 기분 좋게 마무리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술자리가 어떻게 끝이나 든 다음 날 아침 숙취가 남는다는 거죠. 과음을 했으면 반나절 꼼짝 못 하기도 하고, 적당히 마셨다면 출근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이 말은 어떤 식으로든 아침이 개운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출근 전까지 책 읽고 글 쓰는 저에게 술이 어떤 의미인지 고민하게 했습니다.


술로 인해 아침 시간을 빼앗길 때마다 자책했습니다. 술을 끊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했죠. 직장에 다니면서 퇴직을 준비하기 위해 매일 읽고 쓰기를 이어가는 저에게 하루의 아침을 술로 인해 망가지는 건 구멍 난 벽돌벽을 쌓는 것과 같습니다. 구멍이 많을수록 쉽게 무너지겠죠.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왜 술을 마셔야 하는 지까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또, 술을 마시는 게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따져봤죠. 긴 시간 고민 끝에 술을 끊기로 다짐한 그날부터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렇게 금주가 시작됐습니다.


술을 마시며 사람과 연결되는 시간 또한 충분히 가치 있습니다. 힘든 하루 맥주 한 잔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도 좋겠죠. 가중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가치는 달라지는 법입니다. 금주를 실천하기 전부터 저의 하루는 퇴직 후 제 일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제 인생에서 이 시기가 가장 중요한 때입니다. 이 시기에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퇴직 후 연착륙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만큼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더 큰 가치에 가중치를 두기로 마음먹었죠. 그 선택이 금주였고, 이로 인해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읽고 쓰기를 반복해 왔습니다. 여전히 금주 중인 저는 술자리를 위한 시간은 없습니다. 술 마시는 그 시간도 오롯이 저를 위해 그리고 내 일을 더 성장시키는 데 투자하는 중입니다. 그게 지금 저에게 가장 가치 있는 시간입니다.


내 일을 위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시간 확보’라고 게리 켈러, 제이 파파산이 쓴 <원씽>에서 말합니다. 저에게 출근 전 4시간은 하루 중 내가 해야 할 일을 완수하는 데 꼭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 시간을 ‘확보’ 하기 위해 잠도 줄였습니다. 그만큼 소중하기에 더 집중해야 했습니다. 그 결과로 ‘금주’를 선택했습니다. 만약 이제까지 계속 술을 마셨다면 자책과 후회를 끊임없이 반복해 왔을 것이고, 시간 확보도 의지대로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금주를 예로 들었지만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은 다양합니다. 저마다 생활 방식에 따라 찾아내고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나에게 중요한 그 일을 하기 위한 ‘시간 확보’도 가능할 것입니다. 시간을 만들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하고 싶은 것과 시간은 한 몸이기 때문입니다. 하고 싶은 게 많은 데 할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면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여전히 작심삼일을 반복한다면 이 또한 시간을 어디에 사용하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시간을 가치 있게 사용하는 방법은 자기만이 알고 있습니다. 누구도 대신 방법을 찾아주고 해결해 주지 못합니다. 나에게 정말 필요하고 중요하고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시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시간을 얼마나 많이 꾸준히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그 결과에 따라 인생도 달라지는 건 당연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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