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운 채로 눈을 떴다.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이불을 걷어낼 것인가? 이대로 다시 눈을 감고 잠을 더 잘 것인가? 뜰 것인가 말 것인가? 투쟁, 도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어이! 노르아드레날린 씨, 당신 주인이 할까 말까 고민 중이야. 지금쯤 나와줘야 하지 않겠어? 그래야 계획대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왕이면 도망가지 말고 당당하게 시작해 보는 건 어때? "
몇 분 실랑이 끝에 이불 밖으로 나왔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운동화를 신고 집 밖으로 나왔다. 슬슬 몸에 시동을 건다. 생각은 이미 결승선을 통과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중이다. 엊그제 목표했던 10킬로미터를 완주했고, 그때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마 그 순간 행복감이 오늘 다시 운동화 끈을 매게 했다.
"이봐 도파민, 네 덕분에 우리 주인이 운동화를 신었어. 이제 다시 기회가 왔어. 주인이 달리기를 시작하면 도파민, 당신을 열심히 찾을 거야, 마음에 준비하고 있으라고. 다시 한번 행복하게 해 주자고."
밤사이 굳었던 몸을 스트레칭으로 풀었다.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밤사이 숙면을 취했다. 7시간 이상 잤고 중간에 깨지 않았다. 스마트 워치 수면 점수 89점이었다. 이 정도면 건강한 수면이었다.
"밤사이 수고했어요, 멜라토닌 씨. 당신 덕분에 주인이 숙면을 취했데. 열심히 활동한 보람이 있어요. 아마 주인은 새로 태어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할 겁니다. 멜라토닌 씨는 낮 동안 푹 쉬었다가 밤에 다시 보자고요."
굳었던 몸을 풀고 출발선에 섰다. 스마트 워치 목표를 설정하고 음악을 틀었다. 느린 속도로 출발했다. 몸에 닿는 선선한 공기에 기분이 좋다. 땀도 덜 난다. 나무 사이 비추는 햇볕이 몸의 온도를 서서히 끌어올린다.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아침이다. 서서히 속도를 올린다.
"자 다음 차례 준비하세요. 주인이 속도를 올립니다. 아드레날린 씨는 몸에 각 부위에 부상 입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분비해 주세요. 주인은 계속해서 속도를 올리고 몸은 점점 힘들어질 겁니다. 이제 모두가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무엇보다 부상 없이 달려야 한다. 달리면 머릿속으로 동작을 떠올린다. 자세가 올바르지 못하면 부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장거리 달리기는 체력 소모를 최소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첫째도 둘째도 자세가 중요하다. 평소 연습한 대로 무리하지 않고 달려야 완주할 수 있다.
"주인이 점점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립니다. 이제 아세틸콜린 씨가 나갈 차례입니다. 조만간 주인은 달리기에 집중할 거고 그때 다양한 영감을 떠올릴 겁니다. 꼭 필요한 아이디어와 만날 수 있도록 아세틸콜린 씨가 최선을 다해 주세요."
출발하고 30분쯤 지났다. 고통보다 즐거움이 커진다. 사람들이 말하는 '러너스 하이'를 경험 중이다. 이 순간에 떠오르는 다양한 영감이 일에도 일상에도 많은 영향을 줬다. 어쩌면 달리기를 하는 이유는 이 순간에 얻게 될 그 무언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좋아요, 아주 좋아요. 아세틸콜린 씨와 더불어 도파민 씨도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주인이 서서히 더 깊은 흥분으로 빠질 겁니다. 아마 얼마 남지 않아 결승선을 통과할 거고, 그때를 대비해 엔도르핀 씨도 준비해 주세요. 우리들이 줄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을 주자고요."
결승선까지 1킬로미터 남았다. 이제 남은 힘을 다 쓸 차례다. 속도를 끌어올려 기록도 단축시킬 테다. 완주가 목표이기는 하지만, 이왕이면 기록도 좋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호흡을 가다듬고 마지막 스퍼트를 올린다.
"도파민과 엔도르핀 씨 역할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세로토닌 씨가 나설 차례입니다. 최선을 다한 우리 주인에게 편안한 휴식을 주자고요. 아마 오늘도 어제 못지않게 행복하고 편안한 기분으로 달리기를 끝낼 것 같습니다. 자, 수고한 모든 뇌 신경전달물질 게 박수 보내주세요."
우리는 뇌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감정, 행동, 기분, 컨디션까지 조정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통제가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통제 대신 타협을 해야 하는 것일 수 있고요.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타협하려면 상대에 대해 아는 게 먼저 일 것입니다. 뇌 신경 물질 또한 아는 만큼 대처 가능합니다.
이 책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에서 앞에 적은 일곱 가지 뇌 신경 물질에 대해 다룹니다. 각각의 물질이 어떻게 작용하고, 이를 우리 일상에 어떤 식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 알려 줍니다.
뇌과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뇌는 성장하지 않는다고 알았습니다. 그러나 뇌는 나이에 상관없이 어떤 자극을 주느냐에 따라 무한히 성장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이 말은 뇌 신경 물질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면 나에게 유리하게 얼마든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앞에 나열한 일곱 가지 뇌 신경 물질은 우리 일상 거의 모든 곳에 영향을 줍니다. 게임 중독에 빠지는 것도 이 때문이고, 독서 습관을 갖게 되는 것도 뇌 신경 물질 덕분입니다. 무엇보다 건강한 몸을 만들고 규칙적인 일상을 살고 올바른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할 것입니다.
뇌 신경 물질에 대해 올바른 이해가 인생을 변화시키는 기회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변화는 외부에서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건 내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우리 자신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지요.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을 여러분 뇌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