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를 더 사랑하기로 했다

by 김형준

누구나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현재에 살며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기 위한 선택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지나간 시간에 매여 있으면 오늘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바꿀 수 없는 걸 붙잡고 사는 것처럼 미련한 행동은 없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이처럼 미련한 행동을 한다. 결국 후회만 남은 인생을 살게 된다. 변화를 선택하지 않는 이상 이 악순환은 반복된다. 스스로 만든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선택은 과거와의 단절이다. 지난 시간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버리지 못하면 새것을 담을 수도 없다. 과거가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때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을 때뿐이다. 무엇이든 과거를 통해 배웠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리고 잊으면 된다. 잊고 나면 자연히 현재로 시선이 간다. 과거 경험은 오늘을 더 잘 살기 위한 밑거름이 되어줄 테니까.


나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요즘들어 벗어났던 과거에 제 발로 들어가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럴 때면 '오늘'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당장 무언가 한다는 게 무의미하다 여긴다. 할 일을 한들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현재 내 모습이 못마땅하기 때문에 자꾸 과거로 돌아가려는 게 아닌지 생각한다. 과거 어느 때 선택으로 인해 지금의 내가 된 게 아닐까 하면서 말이다.


중요한 건 아무리 그때의 선택을 후회해도 당장 달라지는 게 없다. 선택을 후회하는 것은 자기 에너지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자기 불신으로 이어진다. 결국 자기 발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꼴이다. 그러니 오늘을 살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불행한 선택이 반복되면 우울감이 커지고 삶을 부정하기에 이른다. 다행히 그 감정까지 가보지 않았다. 그랬다면 아마 이 글을 쓰고 있지 않았을 테니까.


사람은 매 순간 흔들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여기서 흔들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 흔들릴 때 멈추고 포기하는 사람이 있고, 흔들려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있다. 당연히 결과도 달라진다.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자신의 몫이다. 만약 전자를 선택했다면 지난 8년을 버텨내지 못했을 터다. 다행히 나를 흔드는 상황에서도 나는 앞으로 나아가길 선택했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자신에게 가장 큰 힘을 줄 수 있는 것은 자신이다. 자기 확신이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형성한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자신을 믿지 못한다. 과거에 묶여 있는 게 자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신을 믿으면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인정한다. 앞에서 말했듯 과거에서 배우길 선택함으로써 충분히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의미 부여를 통해 과거는 그 자체로 가치를 갖는다.


내가 해야 할 선택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믿는 것이다. 그 믿음은 언제든 변함없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흔들리길 선택할 때마다 과거로 다시 돌아갈 뿐이다. 결국 돌아간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에너지 낭비란 말인가. 생각하는 대로 살면 사는 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행동도 달라질 수 있다. 나에게 이익이 되는 생각을 하는 게 먼저이다.


흔들릴 때마다 글을 썼다. 글을 쓰는 게 편치 않지만 그래도 용기를 냈다. 부끄러운 내 모습도 결국 나이기 때문이다. 부끄럽다고 외면하면 더 나아질 기회도 잃는다. 어떤 모습이든 직시할 때 바로 잡을 수 있다.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 힘을 글쓰기를 통해 얻는다. 외면하지 않고 마주한 자신에게 더 깊은 애정을 느끼면서 말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남도 나를 아끼지 않는다.


인생에는 여러 중요한 가치가 있기 마련이다. 그중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회복 탄력성'이다. 흔들려도 부러지지 않으려는 마음이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앞으로 나아갈 때 내일 더 나은 모습으로 살 기회를 갖게 된다. 기회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주어진다. 기회는 남이 나에게 부여하는 게 아니다. 오롯이 나의 선택에 따라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나는 나에게 진정으로 기회를 주는지 되돌아본다. 과거라는 늪에 스스로 발을 담그고 있지 않은지 되새긴다. 발을 담그는 것도 나고, 발을 빼는 것도 나다. 더 나은 삶이 어느 곳에 존재하는지 나는 잘 안다. 알면 아는 대로 선택하는 게 진정으로 나를 위한 선택이다. 나를 위한 선택을 더 많이 하는 게 과거에서 벗어나고 오늘을 더 잘 사는 지혜이다. 복잡하지 않다. 굳이 배워야 알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진리는 단순하다. 매 순간 나를 위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 선택이 쌓여서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그 선택의 과정을 통해 더 나은 태도를 스스로 깨닫게 된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나아지면 과거와도 자연히 거리를 두게 된다. 오늘에 집중하는 삶을 산다. 오늘에 만족해하면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게 된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 무엇을 해야 할지도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과거라는 내 삶을 갉아먹는 굴레에 갇히지 않으려면 오늘을 살아야 한다. 오늘을 살기 위해 우선해야 할 선택은 과거의 나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어떤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거다. 인정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 올릴 수 있다. 신뢰가 쌓이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어떤 흔들림에도 꿋꿋이 버틸 힘을 갖게 된다. 무엇보다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그 바탕이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나를 더 사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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