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쓸수록 쓸모 있는 단어
#3. 가족
둘만 살았던 1년은 정말 좋았다. 1년 중 10달은 뱃속에 아이가 있었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이를 낳으며 삶은 180도 변했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고 알려줄 수 없는 일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출산 전 후 요령이 담긴 책을 읽었다. 정독을 했지만 와 닿지 않았다. 현실감이 떨어졌던 것 같다. 세상에 나온 아이를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책에 없는 내용도 있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하나씩 배워갔다. 첫 아이를 통해 겪은 시행착오는 둘째를 수월하게 낳고 키울 수 있는 지침서가 되어 주었다. 아이가 둘이 되고 커가면서 놓이게 되는 다양한 상황은 또 한 번 도전이었다. 말 못 하는 아기를 키우는 것과 호기심이 왕성해지고 의견을 말하기 시작하는 아이를 키우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부모의 감정과 아이들의 감정이 부딪힐 때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었다. 뜻하지 않은 상황을 보다 현명하게 풀어낼 방법이 궁금했다.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다. 어느 책에서 속시원이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아내와 다르게 나는 감정의 기복이 심해져 갔다.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고 받아줄 만큼의 여유가 없었다. 아이와 함께 있으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활화산 같았다. 이런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아이들에게 상처 주기도 했다. 책을 통해 감정을 제어하는 방법을 배우기 전까지는 그런 아빠였었다.
책은 종이에 켜켜이 쌓여 있는 타인의 삶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 다양한 사람만큼 다양한 삶이 기록되어 존재한다. 그 기록 안에는 내가 몰랐던 경험도 있고, 내가 정말 알아야 할 정보고 있고, 나를 변화시킬 그 무언가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는지 스스로 찾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아무리 넘쳐나는 정보가 있다고 해도 스스로 찾지 않으면 내 것이 될 수 없는 거다. 고등학생인 나는 등하교 무료함을 달래 줄 재미가 필요했다. 소설책 몇 권이 짧은 기간 무료함을 달래주었다. 직장을 다니며 수많은 사람과 부디혔던 내가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해 책 몇 권을 통해 되지도 않는 자기 계발을 하려고 했었다. 아이도 아이가 처음이고,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다. 모든 면에서 월등한 부모가 힘과 권력을 이용해 아이를 제압하는 행태는 누구에게도 납득될 수 없고, 훗날 아이들에게 외면받을 수도 있는 행동이었다.
손에 책이 들리고부터 삶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게 이렇게 쉽고 그를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어야 할 시기는 정해져 있지 않다. 아이 손에 들린 책은 상상력을 키워 주고, 초중고 때 펼친 책 속엔 미래의 꿈이 담겨 있고, 성인이 되어 만나는 책엔 삶의 방향이 되는 나침반 일 것이다. 삶은 흐른다고 표현하다. 어느 한순간에 머물러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고 가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가 닿을 목적지는 분명 다르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기 위해 지금 어디쯤인지, 어떤 이정표를 보고 가야 하는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수많은 결정 앞에 놓이게 된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정보가 많을수록 결정은 만족감을 줄 수 있다. 만족스러운 결정이 곧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타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특권을 갖고 있다. 누구나 갖고 있는 권리이다. 수많은 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기꺼이 내놓았기에 가능하다. 우리는 그저 원하는 삶을 들여다볼 마음과 시간, 약간의 노력만 있으면 된다. 이전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책을 읽겠다는 새로운 각오와 시도를 해 보면 어떨지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