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책을 맞이하며
두 번째 책이 도착했다.
여섯 명이 모여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
두 달 동안 노력한 결과물이었다.
택배 박스를 뜯자 새 책 냄새가 나는 세 권이 담겨있었다.
표지에 적힌 아빠 이름 본 아이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큰 딸은 한 권을 집어 들어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아빠! 읽어봐도 괜찮지?"
"그래! 읽어봐."
둘째도 덩달아 다른 한 권을 들고 언니 방으로 따라 들어간다.
몇 줄을 소리 내 읽더니 이해가 안 되는지 도로 들고 나온다.
"아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아직은 그럴 수 있어. 다음에 읽어봐."
아내는 감정을 잘 드러내는 편이 아니다.
그저 입가에 미소로 대신한다.
첫 책을 냈을 때도 아내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읽었는지 물어보고 부끄럽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한 두 번 보여준 적은 있지만
글이 쌓일수록 보여주는 게 쉽지 않다.
아내의 평가가 제일 두렵다.
또 나의 이야기가 곧 아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니 아내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에 나의 멘털도 흔들릴 것 같다.
독설을 하거나 신랄한 비평을 하진 않을 거다.
그 정도의 글도 안 되니 말이다.
저녁을 먹고 난 뒤 아내도 남은 한 권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읽는 모습을 차마 두 눈으로 볼 수 없었다.
부끄러움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직장을 잘 다니던 남편이 어느 날 책을 읽기 시작하더니,
또 어느 날부터 글을 쓰겠다고 한다면 아내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이 문제로 한 동안 심각한 상황까지 이어졌었다.
심각했던 상황이 잘 마무리된 건 순전히 아내의 이해 덕분이다.
이후에도 매일 글을 쓰고 있다고 신호를 보냈고,
그런 결과물을 보여주고 싶어 두 권을 책을 내게 된 거였다.
아직 잘 쓰진 못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꾸준히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아내의 불안을 지울 수 있는 길이라 믿었다.
얼마 전 대화 도중 아내가 이런 말을 했다.
"집에 늦게 들어와도 괜찮아. 일 때문이든 글 쓰기 위해서도 상관없어."
"정말? 전에 안 그랬잖아?"
"그땐 뭘 하고 다니는지 몰랐으니까. 지금은 다 알잖아."
나에 대한 아내의 믿음을 알 수 있었다.
10여 분 만에 다 읽고 나온 큰 딸이 한 마디 던졌다.
"아빠의 비밀을 하나 알았어."
"그게 뭔데?"
"아빠가 영화를 좋아한다는 거. 엄마 몰래 영화 보러 갈려고 했다는 것도."
"아빠는 영화 좋아했지. 지금 좋아하고. 틈만 나면 보러 가거든."
"아빠는 너희들 어릴 때 재워놓고 혼자 영화 보러 자주 갔었어."
큰 딸은 두 권을 다 읽었다.
표현을 잘 안 하는 편이라 내색은 안 하지만
나에 대해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있을 거라 믿는다.
책에 담긴 글이 나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았기에
큰 딸에게도 있는 그대로 전해졌으리라 믿는다.
이렇게 글을 통해 아내와 아이와의 간격을 좁힐 수 있어 다행이다.
나도 표현이 서툴고 무뚝뚝한 편이라
가족들에게 살갑게 대하진 못한다.
대신 내 감정, 생각, 마음, 꿈, 진심을 글에 담아 표현한다면
수 백 마디 말 보다 더 진정성 있게 전해지리라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또 한 편의 글을 남긴다.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