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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Apr 12. 2022

운동 맛 좋다

애지중지 근육 키우는 중

"그렇죠! 어깨는 낮추고, 엘보 벌어지지 말고, 목은 따라가지 마시고, 좋아요! 10개만 더 합니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다.

숫자가 더해질수록 팔이 떨린다.

양손에 겨우 노트북 컴퓨터 한 대씩 들고서 오만상을 쓰고 있다.

다행히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일그러지는 표정을 감출 수 있었다.


트레이너가 바뀌고 두 번째 시간이었다.

목표가 명확한 분이었다.

자신이 트레이닝하는 회원은 어디서도 꿀리지 않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그 말을 들으니 자세가 공손해졌다.

대충 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대충 할 마음은 없었다.

PT를 처음 받아보기도 했지만,

올바른 동작을 배워 제대로 된 근육을 만들고 싶었다.

힘들다고 요령 피우기보다 내색하지 않고 기꺼이 버텨내기로 했다.

참고, 버티고, 꾸준히, 될 때까지 라는 단어가 익숙해졌다.


동작 하나마다 자세를 강조했다.

올바른 자세에 따라 근육이 만들어지는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자세를 바르게 잡지 않으면 운동효과를 볼 수 없다고 했다.

동작을 반복할 때 똑같은 자세를 취해야 근육도 빨리 발달한단다.

자세가 틀어지면 힘만 들고 근육은 근육대로 안 이뻐진다고 강조한다.


트레이너의 구령이 저승으로 이끄는 안내방송 같다.

숫자가 더해질수록 저승 문턱에 다다른 느낌이다.

분명 처음 말한 숫자를 채웠는데

"자! 자세 좋습니다, 이대로 10번만 더하고 마치겠습니다."

'아닐 거야! 분명 숫자를 착각한 걸 거야, 아니야 이제 멈추겠다고 말해야지!'


기구를 옮겨 다른 동작을 알려준다.

몸의 어느 부위가 자극을 받는지 몸소 보여준다.

손으로 전해지는 트레이너의 근육은 빈틈이 없었다.

손만 얹었을 뿐인데 어떤 모양인지 눈앞에 그려진다.

와! 이게 근육이구나.


말캉말캉, 몰랑몰랑.

근육이 아픈 느낌은 나지만 겉모습에는 변화가 없다.

당연하다.

며칠 운동했다고 근육이 올라오면 트레이너는 밥줄 끊긴다.

겸손한 자세로 매 순간의 고통을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배움의 과정에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운동은 몸이 고통스럽고,

공부는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연애는 마음에 생채기를 남기고,

글쓰기에는 악플이 달린다.


고통을 즐기라는 말이 있다.

니체는 말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운동 조금 한다고 죽지 않는다.

고통만 따를 뿐이다.

고통을 즐기면 결국 근육으로 보상받는다.


한 동작씩 자세히 배우니 재미있었다.

어느 부위 근육이 발달한다는 걸 배우게 되니 흥미도 늘었다.

두루뭉술한 근육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완벽한 모양이 만들 수 있다니 더 호기심이 생긴다.

고통을 잊기 위해 재미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대화를 주고받으며 하나씩 배우니 고통에 집중하지 않게 된다.

반복하고 통증을 이겨냈을 때 얻게 될 걸 상상하라고 한다.

조금씩 근육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게 되면 더 깊이 빠져들 수 있단다.

몸의 변화를 눈으로 보면 욕심도 생긴단다.

고통보다 성취감이 더 크게 남고 결국, 상상하는 근육을 만들게 된다고 말한다.


50분, 힘들고 유쾌하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중간중간 트레이너의 칭찬에 힘이 났다.

"회원님은 근육이 빨리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나도 그러고 싶다. 

제대로 배워 당당히 드러낼 수 있는 근육을 갖고 싶다.

어디 가서 웃통 까보일 기회가 없더라도,

'내 안에 근육 있다'라는 자기 만족감에 사는 삶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운동의 맛'을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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