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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l 08. 2022

얼굴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2022. 07. 08  07:41




'좋다', '나쁘다'라는 표현은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주관적인 평가에 마음이 흔들리곤 합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전혀 흔들릴 이유가 없습니다. 상대방의 주관적인 평가에 내가 동요하기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고 상처도 받는 것 같습니다. 서로를 위한다면 이런 평가보다 대안을 제시하는 객관적인 평가가 도움이 될 겁니다. 


꼬리가 길면 밟힐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조기 퇴근을 감행했습니다. 현장 업무를 핑계로 3시에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현장 담당자와 전화로 업무를 본 뒤 입단속을 부탁했습니다. 부디 오늘도 무사히 넘어가길 바라며 집으로 가는 방향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불량한 직원입니다. 그래도 제가 해야 할 일은 놓치지 않고, 다른 직원에게도 피해는 안 가게 챙깁니다. 할 일은 해놓고 잠깐의 땡땡이를 즐깁니다.


남은 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을 생각했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 예정된 특강을 위해 PPT 작업을 해야 합니다. 장소를 고민하다 서점이 떠올랐습니다. 교보문고 일산점에 들러 내 책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차가 없는 도로를 달리다 보니 어느새 쇼핑몰 주차장을 들어섭니다. 빈자리에 차를 주차하고 서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교보문고에서는 제 책을 '자기 계발-처세'장르로 구분했습니다. 자주 머물던 곳이라 익숙하게 찾아갔습니다. 자기 계발 코너는 평대와 책꽂이 서가로 나뉘었습니다. 당연히 평대에는 없을 줄 알고 책등이 보이는 서가를 뒤졌습니다. 'ㅇ'으로 시작하는 선반에 책을 하나씩 훑었습니다. 여기쯤 있을 걸 짐작하며 눈을 옮겼지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뒷면 책꽂이로 옮겨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책이 입고된 날 재고 위치를 찾아보니 '직원에게 문의'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이 말은 독자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 직원을 통해서만 책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어쩌면 당연합니다. 저 같은 초보 작가에게 책등이 보이는 책꽂이도 과분합니다. 대개 책이 출간된 1~2주 반응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때 반응이 시큰둥하면 언제 어디로 사라질지 모른다고 합니다. 물론 이슈가 되거나 기성작가는 이런 걱정이 덜 할 수 있습니다. 잘 팔릴 게 예상되는 책은 눈 돌리는 곳곳 위치해 있으니 말입니다. 또 수십 권씩 쌓여 있어서 사고 싶은 욕구도 불러옵니다. 제 책은 딱 3권뿐이었습니다.


다시, 교보문고 온라인 서점에서 재고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낯선 글자가 보입니다. 'F0-44 벽면 자기 계발 신간(페이스)' 숫자를 따라가 보니 책 표지가 보입니다. 책 표지가 보이는 벽면 책장이었습니다. 책장 밑단이었지만 책 표지가 눈에 띕니다. 표지 디자인 덕을 톡톡히 본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표지를 찰떡 같이 잘 뽑았기에, 주변분 반응이 좋았습니다. 느낌이 묘했습니다. 물론 어떤 기준으로 이곳에 진열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기준이야 어떻든 난생처음 서점에서 내 책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잘 보이는 곳에 있으니 남은 두 권이 팔리길 기대하며 한 권을 샀습니다. (계산해 주는 직원 분에게 '이 책이 내 책이다' 말하고 싶었지만 참은 건 안 비밀로)


그 자리를 며칠 동안 지킬지 알 수 없습니다. 남은 두 권이 팔리고 나면 다시 진열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반응이 좋다면 또다시 기회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다행인 건 온라인 반응도 현재까지는 나쁘지 않다는 겁니다. 서평단으로 참여해주신 이웃 블로거 님의 서평에 꽤 많은 분이 긍정적인 댓글을 달아줬습니다. '서평만 봐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책을 사서 읽어보고 싶다', '독서와 글쓰기의 힘이 대단하다' 등 반응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눈이 멈추는 댓글이 있었습니다. '답답한 성격의 글', '감정 소모' 댓글 단 분의 생각이었습니다. 이 책을 쓰면서도 한편으로 든 생각입니다. 읽다 보면 우울해지지 않을까? 안 좋은 상황만 늘어놓은 건 아닌지? 독자가 읽다가 부정적인 감정만 드는 건 아닐까? 반대로도 생각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통해서 더 나은 길을 선택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저는 후자에만 집중하기로 마음먹고 썼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에 선택했습니다. 


서점에서 책을 전시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을 겁니다. 책에 대한 평가를 거쳐 적합한 위치를 정할 겁니다. 그건 그들의 몫입니다. 어떤 평가를 하든 제 손에 쥐는 건 결과일 뿐입니다. 독자도 취향에 따라 책을 평가할 것입니다. 저는 평가의 결과만 받아들이면 됩니다. 서점이든 독자든 평가는 주관적인 것입니다. 그들의 평가에 나를 맞출 필요가 있을까요? 그러나 납득할 수 있는 비평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납득할 수 있다는 건 주관보다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설득한다는 의미일 테니까요. 그런 평가라면 저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겁니다. 반대로 그러지 못한 평가에 귀를 닫으면 제 자신은 보호할 수 있을 테니까요.




2022. 07. 0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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