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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l 14. 2022

자기만족을 위한 글쓰기 훈련

2022. 07. 14.  07:48



시험을 보는 이유는 객관적인 기준으로 평가받기 위해서입니다. 개인의 역량을 수치화하는 게 난센스 일 수 있지만 그래도 기준에 따라 평가를 받음으로써 자신의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평가를 절대적으로 신뢰해서도 안 될 겁니다. 평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입니다. 시험을 통해 자격을 갖추었다면 그다음 단계는 오롯이 자신의 노력에 따라 성장할 수도 정체할 수도 있습니다. 이 말은 타인의 평가는 필요하되 스스로 역량을 키우는 노력이 성장을 위해서 더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한 달 전부터 브런치에 글을 쓸 때 시간을 적었습니다. 시작 시간과 끝나는 시간입니다. 일종의 훈련입니다. 글 한 편을 완성해내기 위해 스스로 마감을 정한 것입니다. 8시 40분까지 끝내야 제시간에 출근할 수 있습니다. 시작 시간은 조금씩 차이가 나도 끝나는 시간은 무조건 맞춰야 합니다. 이렇게 글을 쓰면 장단점이 있습니다. 


장점은 마무리 짓기 위해 글을 쓰는 속도가 빨라지고 집중이 잘 된다는 겁니다.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겁니다. 과제든 시험이든 마감시간이 다가올수록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을요. 이는 우리 뇌가 마감 시간을 인지해 초집중 모드를 작동시킨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이를 '몰입'이라고 표현합니다. 몰입이 되면 대상과 나만 남습니다. 잡념은 사라지고 오로지 글을 쓰는 순간 자신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몰입이 훈련되면 몇 시간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저는 아직 훈련이 부족해 정해놓은 시간 중에서도 십여분 이내로 몰입하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또 하나 장점은 어떻게든 한 편의 글을 완성시키면 글에 대해 제 나름의 평가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쓰다만 글은 평가가 안 됩니다. 어떤 내용으로 마무리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완성도는 차치하고 글 한 편에 내 생각과 경험을 담아냈다면 어떤 부분이 좋고 고쳐야 할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퇴고라고도 합니다. 글의 완성도는 퇴고를 통해 이루어지는 게 대부분입니다. 많이 고칠수록 좋은 글이 되는 것도 퇴고 덕분입니다.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앞에 적은 완성도 문제입니다. 물론 퇴고를 고려해 쓰기 때문에 엉성할 수 있습니다. 엉성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해도 구성이나 표현이 여전히 부족합니다. 초고에 완성도 높은 글을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그래도 초고를 잘 쓰려고 노력하는 건 저만의 사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인이다 보니 글 쓰는데 시간을 무한정 들일 수 없습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서 연습하고 실력을 키우려면 훈련이 필요합니다. 퇴고 시간을 줄이기 위해 초고를  그나마 읽을만한 수준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시험처럼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서 노력의 양과 기간도 정해져 있지 않을 겁니다. 


시험은 시간을 정해놓고 문제를 풀게 합니다. 정해진 시간 내 다 풀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시간을 정해 놓은 건 시험을 보는 이들에게 동일 조건을 적용하기 위해서입니다. 같은 조건에서 시험을 보지만 모두 합격하는 건 아닙니다. 합격을 한다고 자격을 갖추었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중요한 건 합격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합격하고 나서 그만한 역량을 갖추는지 일 겁니다. 한 편의 글을 써서 시험처럼 채점하고 등급을 매긴다면 일정 실력만 갖추면 만족할 수준이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글이라는 게 그런 절대적 평가가 가능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을 정해놓고 쓰든 그렇지 않든 글을 쓰는 건 평가를 바라고 쓰는 건 아닙니다. 좋은 글에는 일정한 기준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맞춤법, 표현, 구성, 단어 등 통용되는 조건은 있습니다. 그에 맞춰 쓸 수 있으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그보다 먼저 해야 할 건 일단 써야 한다는 겁니다. 엉망인 초고라도 어떻게든 한 편을 완성해야 비판이든 칭찬이든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쓰지 않고 내 글이 좋은 지 나쁜 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한 줄이라도 쓰면 그만큼 나아질 수 있고, 한 줄도 안 쓰면 나아질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겁니다. 그러니 일단, 무조건 쓰는 겁니다. 쓰다 보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되리라 믿습니다.         



2022. 07. 1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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