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자기 자신을 믿는 것부터
2022. 08. 13. 07:29
신발을 신고 나서 양말을 신을 수 없습니다. 끊지 않은 물에 라면을 넣으면 면말 불어납니다. 기초를 만들지 않고 집을 지어 올릴 수 없습니다. 이처럼 세상일에는 순서가 있기 마련입니다. 순서를 지킬 때 옷도 바르게 입고, 맛있는 라면도 먹고, 멋진 집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모든 일에 순서가 정해져 있다면 나를 위해서는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자신을 믿는 거라 생각합니다.
공인중개사 시험에 동차 합격을 목표로 공부를 했습니다. 혼자가 아니었기에 욕심을 부렸습니다. 매주 스터디를 하면서 실력을 확인하고 오답을 체크하고 부족한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매일 4시간 이상 공부했습니다. 과목마다 3 회독을 했습니다. 기출문제도 수시로 풀었습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노력했으니 꼭 합격할 줄 알았습니다. 결과는 1차만 합격했습니다. 함께 시험을 본 동생은 동차 합격했습니다. 혼자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해 2차 합격을 목표로 혼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한 번 해봤으니 두 번째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혼자 하다 보니 조금씩 나태해졌습니다. 핑계거리를 만들어 노력을 게을리했습니다.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올바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앞서 시험을 준비할 때보다 덜 노력하는 게 스스로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스스로를 다그치기보다 관대해졌습니다. 결과는 불합격이었습니다.
자신을 믿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함께 할 때는 상대방 눈치를 보니 어쩔 수 없이 해야 했습니다. 스스로 선택했고 보는 눈도 있고 쪽팔리지 않으려 열심히 했습니다. 혼자 남으니 눈치 볼 사람도 없습니다. 공부하다가 힘들다는 핑계로 놀 궁리부터 합니다. 스스로를 통제하기보다 자유를 줬습니다. 할 수 있다고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그때뿐입니다. 후회와 다짐을 반복했습니다. 이런 반복은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꼴이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년에 365권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루 한 권,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일단 시작했습니다. 매일 습관처럼 책을 폈습니다. 매일 새로운 책을 읽으며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남의 인생을 들여다보며 흥미로웠습니다. 몰랐던 지식을 배우며 충만해졌습니다. 쉽게 싫증을 느끼는 제 성격에 매일 새로운 책을 읽는 건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이었습니다. 여러 것들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계획에 따라 착실하게 실천했습니다. 위기는 늘 따라다녔습니다. 책을 읽는 걸 주변 사람이 모를 때였습니다. 말을 못 했습니다. 책을 읽는 게 나쁜 짓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찾으면 모른척할 수 없었습니다. 한 번씩 만남을 갖고 나면 리듬이 깨졌습니다. 포기할 마음이 없었기에 원래의 일상으로 되돌려 놓았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일탈은 달콤했습니다. 매일 책을 읽는 건 마치 종교인의 수행과 같았습니다. 많은 걸 포기하고 절제했을 때 주어지는 시간에 책을 읽었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조이고 풀어주기를 반복했습니다. 반복을 하면서도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결과는 그 해 309권을 읽었습니다.
나를 믿었습니다. 할 수 있다고 격려했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인정해주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면 스스로에게 당근도 줬습니다. 나태해질 때면 채찍질도 했습니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당근도 주고 채찍도 줬던 것 같습니다. 믿음이 없었다면 편할 건 선택하고 말았을 겁니다. 포기하면 당장은 편할 수 있었습니다. 포기하고 났을 때 나 자신이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봤습니다. 바라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스스로에게 당당하지 못한 삶을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 삶을 살려면 제일 먼저 자신을 믿어야 했습니다. 내 안의 가능성을 내가 믿어주지 않으면 타인에게도 인정받지 못합니다. 나를 믿고 나의 가능성을 인정해주는 게 바라는 삶을 살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사춘기는 이전의 자아 대신 새로운 자아를 형성하는 시기라고 합니다. 정체성과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잘하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명확해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삶에 필요한 많은 부분을 새롭게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성격, 감정, 태도 등 자기를 더 자기답게 만들어 갈 것입니다. 저는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밑바탕에 두었으면 합니다. 자신을 믿는 단단한 기초 위에 필요한 모든 걸 하나씩 쌓아 올렸으면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 겪어야 할 수많은 시련에서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켜낸다면 얼마든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꼭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신을 믿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고 모든 걸 해낼 수 있는 마스터키와 같다는 것을요.
2022. 08. 13. 0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