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8. 26. 07:37
여왕개미는 태어나면서부터 여왕개미였을까요? 여왕개미는 일개미 중 선택된 개미에게 많은 양의 먹이를 줌으로써 크고 강하게 키워진다고 합니다. 또 여왕개미에게는 '여왕 물질'이라는 일종의 호르몬 분비 기능이 있어서 다른 일개미의 번식을 막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낳은 알을 통해서 번식이 이루어질 수 있게 통제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여왕개미는 그들 사이 선택에 의해 리더가 됩니다. 만들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개미와는 다릅니다. 일생을 통해 구성원인 일개미에서 리더인 여왕개미까지 경험하게 됩니다. 물론 그 규모나 성격은 다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어느 조직이건 리더의 역량에 따라 정체될 수도,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리더의 자질은 무엇일까요?
저를 포함 다섯 명인 모임을 이끌고 있습니다. 글쓰기와 독서 모임입니다. 저를 구심점으로 모이기는 했지만 각자의 노력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역할은 그저 제가 정한 것들을 꾸준히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입니다. 다 큰 성인이니 하라 마라 할 수도 없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건 자신의 선택에 따라 행동하면 됩니다. 그런 면에서 제가 특별히 할 역할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 않았습니다. 구성원 모두 열정이 넘치는 분들입니다.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함께하면 좋을 다양한 시도를 제안해 줍니다. 제안을 모두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각자의 의견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중간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게 만만치 않았습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을 적정한 선이 필요했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큰 이견없이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때로는 먼저 양보해 주시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제가 앞장서 보이기도 하면서요. 저는 여기서 리더가 꼭 앞에만 서야 하는 게 아님을 배웁니다. 사람 사이 조화를 이끌어내려면 사람 틈에 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같은 위치에서 상대방 입장을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이해를 통해 놓치는 부분은 없는지 한 번 더 고민하게 됩니다. 이해하는 노력과 고민하는 횟수가 늘수록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8개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지금까지 조화를 잃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27년째 고등학교 동창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2번 이상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요즘은 약속을 정하지 않아도 강제로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이전에는 결혼식, 돌잔치에서, 요즘은 장례식장에서 더 자주 보게 됩니다. 이 모임을 이끌기 위해 제가 특별한 노력을 들인 건 없었습니다. 그저 모임 날짜와 장소를 정하고 회비를 걷고 계산하는 정도였습니다. 누구는 그게 가장 힘든 일이라고 노력을 인정해 주었습니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솔직히 남다른 노력까지 해서 모임을 이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저 모이는 과정을 준비하는 게 재미있었고, 만나는 자리가 좋았을 뿐입니다. 그러니 제게는 골치 아프거나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당연히 리더십이 필요하지도 않았고요. 27년을 이끌며 제가 지킨 원칙은 하나입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대하자입니다. 나와 연락이 되는 친구는 빠짐없이 장소와 시간을 알렸습니다. 참석하라고 강요하지는 않았습니다. 올 수 있으면 좋고, 못 오면 다음에 만나면 그만입니다. 다만 연락을 안 해서 못 나온 것과 연락을 받고 안 나온 건 분명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런 덕분인지 연락이 뜸하던 친구도 안부가 궁금할 때면 덜 눈치 보고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2학기가 시작되면서 큰딸이 부회장 선거에 나갔습니다. 스스로 해보고 싶다면서 친구의 추천을 받아냈습니다. 일대일 정면 승부로 치러질 부회장 선거에 진심을 다해 준비하는 것 같았습니다. 선거 포스터, 후보 공약, 구호까지 준비를 합니다. 당선이 된다면 회장을 도와 한 학기 동안 친구를 위해 봉사를 할 것입니다. 당선이 안 된다면 봉사할 기회만 얻지 못할 뿐입니다. 저는 바람이 하나 있습니다. 부회장이라는 감투를 쓰고 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설령 당선되지 않더라도 구성원으로서 역할에 더 충실했으면 합니다. 리더가 앞에 나서서 주어진 역할만 하는 게 아니듯, 나서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있습니다. 주변 친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노력,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태도, 내가 기꺼이 손해를 보겠다는 마음가짐 등이 있을 겁니다. 친구들 틈에서 '나'로써 할 수 있는 역할을 해냄으로써 리더가 갖춰야 할 태도를 하나씩 배워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리더의 자질은 더 많고 엄격할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생각하고 경험한 것만 다루다 보니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 더 배우고 경험하면 훌륭한 리더로 성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까지 저마다의 성장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한계는 존재할 것입니다. 물론 중학생인 지금 경험할 수 있는 범위도 제한적이긴 합니다. 저는 시도하는 큰딸의 태도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하고 싶은 걸 당당하게 시도하는 태도가 좋아 보였습니다. 스스로 선택했고 결과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다면 값진 경험이 될 것입니다. 이런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면 분명 사회에서 요구하는 리더의 역할도 훌륭하게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2022. 08.26. 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