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29. 06:22
지구의 자전이 원망스럽습니다. 왜 지구는 끊임없이 돌아서 밤이 오고 아침을 맞을까요? 일에 치이고 사람에 차이면 만신창이가 됩니다.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자고 싶습니다. 자는 게 지겨워 마지못해 깼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이런 마음과는 상관없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날은 밝아 옵니다. 직장에 메인 몸, 이불의 푹신함을 뒤로하고 직장인의 족쇄를 차고 집을 나섭니다. 언젠가 이 족쇄를 풀고 잠도 마음껏 자고 하고 싶은 일도 하면서 살 날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만 한다고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끌어당김의 법칙 할아비가 와도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가족을 먹여 살리려면 일이 먼저입니다. 집은 잠만 자는 곳이고 직장은 일만 하는 곳인데 목표가 있는 들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일에 치이며 내 시간도 없이 살고 싶지는 않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통학을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버스로 1시간 남짓이었습니다. 서울 시내를 가로지르다 보니 출근 시간 정체는 지각으로 이어지기 일쑤입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길에서 시간을 버리기보다 일찍 일어나서 학교라도 일찍 가기로 했습니다. 학교에 일찍 간다고 공부하지 않습니다. 다행히 공부 머리가 없다는 걸 일찍 깨달은 게 신의 한 수였습니다. 그래서 직장을 갖기 위해 고등학교도 실업계로 진학했습니다. 6시에 집을 나서면 7시면 학교에 도착합니다. 수업이 시작되는 9시까지 하릴없이 시간만 보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때도 일찍 일어나는 이유는 있었습니다. 이유가 있었기에 3년 동안 지각 한 번 안 하고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제대 후 독립하면서 오롯이 혼자 힘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야간 대학을 다녀서 아르바이트는 낮에 했습니다. 세상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일이면 금상첨화일 겁니다. 어디 그런 일이 있기는 할까요? 복학생이 할 수 있는 건 몸으로 때우는 게 대부분입니다. 몸이 아니면 잠을 줄이든가요. 그때도 8시까지 출근하는 일을 구했습니다. 다행히 직장 가까워 6시에 일어나도 늦지는 않았습니다. 4시까지 일하고 등교, 10시에 끝나면 집에 돌아오면 11시, 과제하거나 친구랑 술 한잔 하면 12시를 넘기기 일수입니다. 그래도 일어나는 시간은 일정했습니다. 돈을 벌어야 학교도 다니고 혼자 생활할 수도 있었으니까요. 생각해보면 그때도 일찍 일어나야 할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업한답시고 쫓아다니다 4년 반을 날렸습니다. 그때가 서른 살이었습니다. 졸업도 못했고 경력도 없었습니다. 막막했습니다. 운 좋게 친구의 도움으로 직장을 구했습니다. 지하철 공사 현장 관리직이었습니다. 그때까지 건설업 경력이 없었습니다. 현장이 이런 곳이라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근로자는 5시 반이면 하루를 시작합니다. 함바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그날 일을 준비합니다. 관리자도 6시 반이면 사무실에 도착해 아침을 먹고 근로자와 함께 움직입니다. 그때 저는 집은 성남, 현장은 상암동이었습니다. 새벽 첫 차를 타야 겨우 제시간에 출근이 가능했습니다. 졸업을 못해서 5시에 일이 끝나면 공릉동 위치한 학교에 갔습니다. 10시에 수업이 끝나면 다시 성남 집으로. 다른 선택지가 없던 때여서 첫 차를 타기 위해 잠을 줄여야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때도 일찍 일어나야 할 이유가 있었습니다.
5년째입니다. 5년 전에는 6시, 지금은 4시 반에 일어납니다. 일어나는 시간을 1시간 반이나 줄였습니다. 바꿔 말하면 4시 반에 일어나기 위해 5년이 걸린 겁니다. 5년 동안 일어나는 시간을 당길 수 있었던 건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5년 전 변화가 절실했습니다. 절실한 저에게 희미하지만 길을 밝혀준 게 책이었습니다. 그때 책은 발 밑만 비추는 촛불 같았습니다. 그 빛이라도 따라 걷는 게 최선이었습니다. 그렇게 걷기 시작했고 조금씩 밝기가 더해졌습니다. 책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책을 통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하고 싶은 일도 갖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직장을 다니면서 말이죠. 직장을 다녀야 하는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가족을 책임져야 했으니까요. 책이 아무리 좋고 글을 많이 쓴다고 월급만큼의 돈을 벌지는 못했습니다. 월급 없이는 아이들 학원도 먹고 싶은 것도 안락한 집도 갖기 못합니다. 그러니 직장을 다니며 월급은 꼬박꼬박 받아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이 생활이 영원하지는 않습니다. 직장을 떠날 때 다른 대안이 필요했고 그 대안이 작가라는 직업이었습니다. 이전과 다른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과 투자가 필요했습니다. 투자는 돈 보다 시간이었습니다. 하루 중 나를 위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새벽 시간을 선택했고 그 시간을 5년째 지켜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시간 덕분에 몇 권의 책을 내고 작가라는 직업에 한 발 더 다가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일찍 일어나야 할 이유가 선명합니다.
서두에 던진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여전히 일에 치이고 사람에 차이며 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같은 일상이지만 남들과 다른 한 가지가 있습니다. 새벽 기상입니다. 6시에 시작해서 4시 반에 일어나기까지 출근 전까지 오롯이 제 자신에게 투자합니다. 책 읽고 글을 쓰면서 직업인으로서 작가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20, 30대를 지나오며 일찍 일어나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저마다 치열하게 살아왔고 살아갑니다. 일을 하고 가정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유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도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한 가지는 누구나 한 번은 지금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때를 위해 각자 준비가 필요합니다. 노력과 투자도 필요합니다. 저처럼 시간에 투자를 할 수도,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한 투자를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직장과 별개여야 합니다. 방법과 결과는 달라도 한 가지 변치 않는 게 있습니다. 바로 시간입니다. 내 시간을 만들지 않고는 아무리 훌륭한 계획도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이유가 분명하다면 할 수 있는 방법은 찾기 마련입니다. 제가 지난 30년 동안 새벽에 일어난 것도 그때마다 이유가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방법은 그다음이었습니다.
새벽 기상, 여전히 힘이 듭니다. 5년 아니, 30년을 해도 새벽에 일어나는 건 괴롭습니다. 지구가 돌기를 멈추지 않는 이상 아침은 옵니다. 숨이 멈추기 전까지 일상도 반복됩니다. 어제와 같은 일상이지만 분명 오늘은 어제와 다릅니다. 오늘은 오늘을 살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에 집중하면 일어나야 할 이유도 선명해집니다. 가족을 위해, 일을 위해, 나 자신을 위해. 어떤 이유이든 삶은 계속됩니다. 그러니 이유를 위한 이유를 갖는다면 새벽 기상도 조금은 수월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2022. 10. 29. 0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