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준 Dec 29. 2022

어제는 어제, 오늘은 오늘,
내일은 내일

2022. 12. 29.  07:35


어제 뭐 했냐고 물으면 바로 대답할 수 있으신가요? 저 같은 직장인이라면 한참을 고민할 수도 있습니다. 매일 무언가 하지만 그날이 그날 같으니 말입니다. 하루 이틀 전에도 무슨 일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저만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늘 다른 오늘을 산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떠올리면 왜 기억이 잘 안 날까요? 일상을 놓치지 않고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기도 쓰고 매일 책도 있고 날마다 다른 글을 쓰는데도 하루가 고만고만한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어제 하루를 되돌아보면 마치 몇 개의 틀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일어나서 출근 전까지, 직장에서의 오전 오후 업무 시간, 그 사이 점심시간 그리고 퇴근 후로 나뉩니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10분 동안 일기를 씁니다. 차에 시동 켜면서 오디오 북을 틉니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블로그나 원고를 씁니다. 7시 반이면 단골 카페로 갑니다. 8시 40분까지 브런치에 글을 올립니다. 9시부터 오전 업무, 1시부터 오후 업무. 그 사이 12시부터 1시까지 버스 타고 점심 먹으러 다녀옵니다. 오가며 오디오북을 듣습니다. 6시에 퇴근하면 운동을 하거나 집에 가 저녁을 먹고 정리 후 내 시간을 갖습니다. 11시 반쯤 다시 잠자리에 들며 하루가 끝이 납니다. 이런 반복을 5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같은 직장을 다니니 일상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전날 뭐 했는지 물어보면 딱히 특별한 게 없었다고 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특별한 게 없었을까요? 특별하다기보다 매일매일은 다 달랐을 겁니다. 왜냐하면 잠에서 깰 때마다 감정이 다르고, 일기 내용도 같지 않고, 매일 읽는 책도 새롭기 때문입니다. 행위는 반복되지만 그 안에 담기는 내용과 감정은 같을 수 없습니다. 어떤 날은 상쾌하게 일어나고, 다른 날은 일기에 우울한 감정이 담기고, 또 어느 날 읽은 책에 머리를 한 대 맞기도 합니다. 이렇게 매 순간 다른 감정, 생각, 느낌을 갖고 살지만 정작 중요할 때 기억나지 않는 게 우리입니다. 기억하고 살 방법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것입니다. 저는 5년째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기, 블로그, 브런치, 노트 등에 기록을 남겨 왔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기록해도 정작 뭐 했는지 물으면 바로바로 기억이 안나는 게 사실입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제까지 기록마저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기억이 나지 않으면 기록을 꺼내보면 됩니다. 하지만 꺼내볼 기록이 없다면요? 매일 비슷한 하루를 살지만 매 순간 다른 나를 기록했습니다. 내 감정, 생각, 목표, 좌절감, 실패를 기록하면서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어제는 어제였고, 오늘은 오늘 할 일을 했고, 내일은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기록을 남긴 덕분에 다른 오늘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복되는 업무로 무기력해지기도 합니다. 누구나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합니다.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무료한 시간을 보내도 또 벗어나고 싶은 게 사람입니다. 어떤 일상을 보내도 반복되기 마련입니다. 반복된 일상이 의미를 갖는 건 기록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모든 순간을 다 기록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적어도 일기든 SNS든 기록을 남기는 그 순간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거로 생각합니다. 그런 기록이 쌓이면 분명 어제는 어제로, 오늘은 오늘로, 내일은 내일로 저마다 의미를 갖게 될 테니까요. 어제 뭐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 오늘을 기록해보면 어떨까요?     

   

2022. 12. 29.  08:41

매거진의 이전글 부모를 웃게 만드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