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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an 21. 2023

틀린 것과 다른 것

2023. 01. 21.  07:24


일산 호수공원 광장에서 몇 건물 떨어진 곳에 마사회가 운영하는 온라인경마장이 있다. 주말이면 이른 시간부터 주차장에 들어가려는 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경마는 사행성 오락으로 일종의 도박이다. 도박은 돈을 따기보다 잃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도박 자체가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겼을 때 멈추면 돈을 벌지만 누구도 절대 멈추지 않는다. 한 번 따면 두 번 세 번 딸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러다 결국 손에 든 돈을 다 잃고서야 멈춘다. 가진 재산을 다 잃을 만큼 중독되는 건 문제일 수 있지만, 스트레스를 풀 목적으로 단순히 즐기는 이들에겐 일종의 취미일 수도 있다. 같은 오락도 내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즐길 수도, 중독이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로또 사는 걸 중독이라고 잘 말하지 않는다. 살 수 있는 금액이 정해져서 그럴 수 있다. 또 맹목적으로 매달리기에 1/8,145,060 확률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인정하는 이들도 있을 테다. 나도 로또에 매달렸던 때가 있었다. 매주 토요일 오전에 샀다. 미리 사면 그동안 희망만 부풀었던 것 같다. 그래서 주말에 사서 짧게 꿈꾸는 게 건강에 도움 될 것 같았다. 로또를 손에 쥐면 잠자고 있던 희망도 기지개를 켠다. 짧은 시간이지만 온갖 상상을 다 한다. 집 사고, 차 바꾸고, 투자 상품 고르고, 비싼 곳에서 식사하고, 여유롭게 쇼핑을 즐기는 모습까지. 꿈꾸는 그 순간은 이미 1등 당첨이다. 그대로 꿈이 현실이 되길 바라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꿈은 꿈이 되고 만다. 그 생활을 1년 넘게 했었다. 그때는 로또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나처럼 생각하고 로또에 매달리는 이들도 분명 있을 테다. 그렇다고 그들의 선택이 틀렸다고만 할 수 없다. 정당하게 일해서 번 돈으로 조금 덜 노력해서 조금 더 빨리 자신의 꿈을 현실로 데려다 놓고 싶은 욕심이라 생각한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욕심부리는 게 잘못은 아닐 테니 말이다.


경마장을 찾든 로또를 사든 저마다 의미를 부여한다. 가정이 파탄날 정도로 중독된 사람에게도 이유가 있을 테다. 물론 가족에게는 이해받지 못할 테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 배팅한다.  정보지를 분석하고 운을 믿으며 말과 내가 혼연일체가 되어 무아지경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날리고 다시 활력을 찾는 이들도 있을 테다. 로또를 사는 사람도 그만한 노력을 한다. 분석하고 고민하고 포기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어간다. 그러니 그들의 행동을 무조건 틀리고 잘못됐다고만 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게 누구에게 손가락질받을 일은 아니다. 더욱이 내가 번 돈으로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당당하게 즐긴다면 더더욱 그렇다. 


 누구보다 일찍 도착해 제일 앞에 줄 서는 사람은 그만한 열정을 갖고 산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 최선을 다해 더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다. 때로는 생각지 못한 큰돈을 벌기도, 때로는 주머니에 먼지만 남기도 한다. 경마든 로또든 변치 않는 한 가지는 쉽게 돈을 벌어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저마다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이유까지 변론하고 싶지 않다. 다만 그 일에 그만한 열정을 갖고 있다면 분명 또 다른 일에도 열정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행성 오락을 즐기는 게 틀린 건 아니다. 로또를 사는 게 잘못은 아니다. 단지 우리 주변에는 같은 열정을 쏟았을 때 보다 가치 있고 자신을 빛나게 해 줄 일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경마와 로또를 예로 들었지만 우리 일상에서도 열정을 갉아먹고 시간을 빼앗기는 그 무언가가 분명 있다. 습관적인 음주, 의미 없는 게임, 낭비되는 시간 등. 저마다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 시간이 결코 틀렸다고만 할 수 없다. 다만 그런 시간과 열정을 더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한다면 남들과 다른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생김새, 생각, 가치관, 목적이 서로 다른 것이지 맞다 틀리다의 시선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단,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는 예외이다. 다름으로 인해 평범하지 않을 수 있다. 'Think Different' 다르게 생각하면 다른 게 보인다. 우리도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한다면 분명 타인과 구분되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2023. 01. 2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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