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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Mar 28. 2023

나에게 엄지 척!


사회생활하다 보면 꼭 듣는 말이 있습니다.

"끝이 좋은 사람이 되어야 다음 기회도 생긴다."

"입사 보다 퇴사 잘하는 게 더 좋은 사람이다."

마무리를 잘하는 사람은 다른 기회도 찾아온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알면서도 잘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홉 번 직장을 옮기는 동안 도망쳐 그만둔 게 두 번입니다.

핑계는 있었습니다.

한 번은 입사 후 업무 파악 중 생긴 문제를 나 몰라라 하는 팀장 때문이었습니다.

또 한 번은 한 입으로 두말하는 상사 꼴 보기 싫어 뛰쳐나갔습니다.

그렇게 나가봤자 결국 가족만 고생시킨 꼴이었습니다.


나머지 이직은 절차를 밟고 약속한 대로 퇴사했습니다.

망한 회사는 다음을 기약할 게 없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다시 돌아오면 받아주겠다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물론 돌아갈 일도 없고, 받아주지도 않을 겁니다.

다음은 없었지만 나름 잘 마무리한 걸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2018년부터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잘 쓸 수 있다는 착각으로 글을 썼습니다.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이웃이 없으니 보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보는 사람이 없으니 그나마 편한 게 썼던 것 같습니다.


글이 쌓일수록 이웃도 늘었습니다.

이웃은 늘어도 조회 수는 늘지 않았습니다.

근근이 이웃에게만 읽히는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자신감 근육은 제법 붙었습니다.

글쓰기에서 강연으로 관심 갖게 됩니다.


얼굴도 모르는 이웃이 내 글을 봤다면,

처음 보는 이들도 얼굴을 마주하고 제 이야기를 들어줬습니다.

많은 기회를 갖진 못했지만 매번 최선을 다했었습니다.

정성은 어떻게든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 블로그를 통해 저를 안다는 분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미친 듯이 자기 계발에 빠져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강의 듣고 사람 만나기 위해 주말도 없이 쫓아다녔습니다.

그분은 아마 그즈음 반쯤 정신이 나간 저를 봤었던 것 같습니다.

한 번이었지만 아직도 저를 꽤 괜찮게 기억하고 있었으니까요.

제 딴에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온라인 세상은 보이지 않지만 보는 눈이 많습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늘 조심해야 할 겁니다.

남 눈 의식하며 살다 보면 진이 빠질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정한 규칙대로 사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정한 걸 지키며 하루를 사는 겁니다.


잘 살고 싶어서 열심히 살았습니다.

열심히 사는 모습이 누군가에겐 좋은 이미지를 남겼습니다.

매일 책 읽고 올리는 걸 보고 성실하다 칭찬해 줬습니다.


짧든 길든 매일 한 편씩 올리니 꾸준하다며 엄지를 들었습니다.

보여주기가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분이 저의 언제를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때의 저를 '대단'으로 표현해 줘서 흐뭇했습니다.

그동안 잘 살았다고 저 자신을 칭찬했습니다.


감정을 이기지 못해 직장을 뛰쳐나가길 두 번,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때의 내 모습을 여러 번 글로 남겼습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글을 통해 바로잡았습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합니다.

아마도 마지막 직장이니 똑같은 실수는 없을 겁니다.


요즘도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매일 읽고 씁니다.

이 두 가지가 지금의 저를 있게 했습니다.

언제 누구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릅니다.

언제든 이 두 가지를 지키면 또 다른 이가 엄지를 들어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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