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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Apr 18. 2023

달릴수록 쓸수록  결과는 정직하다


토요일에 비가 와서 달리지 못했다. 레깅스를 입고 뛸 때의 느낌이 어떤지는 다음 날 확인해야 했다. 일요일도 날씨가 맑지는 않았다. 전날보다 약간 쌀쌀했다. 반팔만 입고 뛰기엔 바람이 찼다.


스트레칭으로 굳었던 근육을 풀었다. 크게 심호흡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날씨가 흐린 탓에 호수 공원에 사람은 적었다. 공기도 차가워 마스크를 쓰고 달렸다. 당연히 숨이 빨리 찬다. 2, 3백 미터를 지나면서 다리에 뻐근함이 전해진다. 무시하고 계속 달리면 어느새 뻐근함은 사라진다. 마스크를 쓰고 벗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반대편 코스로 넘어가 있다. 호흡도 빨라지고 땀도 맺히기 시작한다. 겨드랑이에는 이미 땀이 한가득이다.


약간의 오르막을 지나면 숨은 더 빨리 뛴다. 다리에 전해지는 통증도 더 커진다. 어느 순간부터는 멈추지 못해 달린다는 표현이 맞다. 한 바퀴 완주가 목표라 멈출 수 없다. 머리로는 계속 달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몸은 서서히 한계에 다가선다. 이때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절반은 달린 것 같은데 멈출까? 절반이나 달렸으니 남은 거리도 충분히 달릴 수 있어. 멈출까 말까 생각의 랠리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몸은 계속 달리고 있다. 그렇게 3/4 정도 지날 때면 달려온 게 아까워 포기 못할 상태에 이른다. 호흡은 거칠고 허벅지에 통증이 전해지지만 그래도 계속 달리게 된다. 한편으로 여기까지 뛰었는데 남은 거리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는, 버텨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 남은 힘을 쥐어짜다 보면 처음 출발했던 곳에 도착해 있다.


아옐릿 피시배크의 《반드시 끝내는 힘》에 물이 담긴 물컵에 비유해 앞의 상황을 설명한다. 달리기를 시작할 때는 물이 반이나 찼다고 생각하는 게 동기 부여가 된다. 출발하기까지 여러 단계의 유혹을 물리쳤고 그 결과 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물이 반이나 찼다는 즉, 성취한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달릴수록 체력은 떨어지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수시로 튀어 오른다. 포기하자니 이때까지 달린 게 아깝다. 이때 필요한 게 물이 반밖에 남지 않았다는 마음가짐이다. 즉, 성취하지 못한 것에 초점을 두어 동기를 높이는 것이다. 이만큼이나 달렸으니 남은 거리도 충분히 달릴 수 있다고 동기부여하는 것이다.


빈 화면과 마주하는 것도 달리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시작은 막막하다. 다행인 건 화면과 마주했다는 건 글을 쓸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의미이다. 시작했다는 건 물이 반이나 찬 것과 같다. 메모를 뒤적이고 떠오르는 낱말을 적어보며 서서히 쓰고 싶은 주제를 다듬어 간다. 그렇게 한 줄 두 줄 쓰다 보면 어느새 제법 분량이 차 있다. 채워야 할 분량이 점점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인다. 그럴수록 손이 가벼워진다. 이런 이유로 분량을 정해놓고 쓰는 게 계속 쓰게 되는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일 수 있다. 내용까지 그럴듯하면 더 근사하겠지만 아니면 어떤가, 글 한 편 완성해 낸 자체로 자신을 칭찬해 마땅하다.


달릴수록 폐활량이 늘어난다고 했다. 근육도 자리 잡으면서 더 오래 달릴 수 있게 된다. 글도 같은 분량을 계속 쓰다 보면 한 편을 완성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걸 볼 수 있다. 시간이 넉넉해 언제 어디서든 쓰면 좋겠지만, 나 같은 직장인에게는 요원하다. 그래서 시간과 분량을 정해놓고 한 편씩 완성해 내는 게 더 괜찮은 글을 써낼 수 있는 연습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는 한 편의 글은 반드시 시작과 끝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쓰다만 글은 말 그대로 쓰다만 글밖에 안 된다.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시작 끝이 명확해야 온전한 연습이 된다. 말도 중간에 멈추면 의미 전달이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글의 수준은 완성된 글을 쓰면 쓸수록 더 나아지니 미리부터 욕심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처음이었지만 레깅스를 입으니 달리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마라토너의 옷이 짧고 가벼운 이유를 짐작게 했다. 초보 러너이니 기록보다 완주에 더 집중한다. 우선 체력과 폐활량을 키우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기록을 재고 속도를 높이는 건 다음 일 테다.


글쓰기도 우선 매일 꾸준히 쓰는 게 먼저이다. 시간과 분량을 정해놓고 완주하듯 한 편씩 써내는 연습이다. 그렇게 내 시간과 노력을 글쓰기에 최적화시켜 가는 것이다. 쓰는 게 익숙해지고 생각이 자유로워지면 분명 쓰고 싶은 글도 제법 그럴듯하게 써낼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달릴수록 더 잘 달리게 되는 건 몸이 정직하기 때문이다. 노력과 정성을 들이는 만큼 실력이 나아지는 건 불편의 진리이다. 글쓰기도 일종의 몸으로 하는 노동이다. 몸을 정직하게 쓸수록 성과가 나오는 것 또한 불변의 진리라 믿는다. 비록 지금 쓰는 글이 성에 안 차는 쓰레기 같은 글일지라도, 이런 글이 쌓여 차고 넘치게 되면 결국 질이 좋은 글도 완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목표를 수행할수록 왜 더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고 중도 포기를 하지 않는 것일까? 한 가지 이유는 분명하다. 목표를 수행할수록 모든 행동이 목표 달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표를 향해 나아갈수록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열정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반드시 끝내는 힘》 아옐릿 피시배크







https://blog.naver.com/motifree33/22307671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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