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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May 25. 2023

겉모습은
오랜 노력의 결과물이다


유난히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 있다. 대화 몇 마디만 나눠도 기분이 좋아진다. 표정에는 웃음이 넘치고 목소리는 크고 발음은 또박또박 동작은 거침이 없다. 대화 내내 같은 태도를 유지하는 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대화 내용도 유쾌하다. 자신의 우울했던 과거도 긍정적이게 표현한다. 듣고 있으면 같은 사람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다. 그런 태도를 부러워하면서도 정작 나는 그렇게 달라지지 못했다. 노력을 안 했던 건 아닌데 부침개 뒤집듯 쉽게 변하지 못했다.


뼛속까지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찼던 때가 있었다. 만약 말이 많은 성격이었다면 내 주변에 사람이 모두 도망가고 없었을 것 같다. 그나마 말수가 적어 늘 입을 꾹 닫고 지냈다. 속에서 천 불이 났지만 풀지 않고 담아두고 살았다. 가끔 친구나 동료를 만나 술 한잔하면서 넋두리하는 게 전부였다. 늘 선을 지켜 점잖게 대화했던 것 같다. 하지만 두 딸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나보다 힘이 없다는 이유로 담아두었던 화를 다 풀어냈던 것 같다. 큰딸이 8살이 될 때까지 그랬던 것 같다. 그때 나는 둘 중 하나였다. 말없이 TV만 보던가 마주 앉아 꼬투리 잡아 화만 내든다.


책을 읽고 1년 정도 지나서야 내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알아챌 수 있었다. 그 사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 태도를 돌이켜 보게 되었다. 강자에게 비굴하고 약자에겐 센 척했다. 거꾸로 살았다. 강자에게 할 말 못 하면 약자에게도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강자에게 할 말할 수 있으면 당연히 약자는 보호하게 되는 것 같다. 글로 나를 쓰는 게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그동안 꽁꽁 싸매고 살았다. 소중하지도 않을 걸 쓸데없이 소중하게 지켰다. 하나씩 벗겨내면서 알았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짓을 하고 살아왔다는 걸. 벗겨낼수록 가벼워졌다. 몸도 마음도 관계도.


부정적이었던 나에 대해 쓰면 덩달이 힘이 들었다. 왜 그렇게 살았는지 후회됐다. 구체적으로 쓸수록 내가 불쌍해 보였다. 그 당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내가 안타깝기도 했다. 쓸 때 힘은 들었지만 쓰고 나면 조금씩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쓰고 나면 그때의 나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글을 통해 생각이 달라지면서 행동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던 것 같다. 잘못된 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실천하려 의지는 태도를 변화시켰다. 달라지고 싶은 나도 글로 쓰면서 쓰는 대로 행동하게 됐다.


어느 때부터 우울한 내용을 안 쓰겠다고 다짐했다. 우울했던 과거가 사라진 건 아니다. 다만 같은 과거를 다르게 바라보려 노력한다. 그때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거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겠구나 이해해 주는 거다. 지금은 다르게 살려고 노력 중이다. 6년째 매일 쓰면서 매일 나에게 최면을 건다. 그리고 글에도 밝은 표현을 쓰려고 한다. 밝고 유쾌한 글이 꾸준히 쌓이면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말이다.


유난히 밝은 사람도 한때 남모를 고통과 아픔을 겪었다고 털어놓는다. 이전처럼 살고 싶지 않아서 달라지고 마음먹고 매일 노력한다고 했다. 그런 노력이 켜켜이 쌓여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유쾌함을 장착하게 된 것 같다. 부침개 뒤집듯 될 일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그리고 나도 이전과 다른 태도를 가지려고 이렇게 매일 글로 나를 드러내는 중이다. 겉으로 보기에 단순해 보이는 유쾌한 삶은 그들만의 오랜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https://blog.naver.com/motifree33/22310780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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