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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n 30. 2023

준비하다가 눈앞에서 버스를 놓쳤네


글을 쓰려고 마음먹지만 손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손이 움직이지 않는 건 쓸 내용이 없거나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해 자신이 없어서일 수 있다. 더 많은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늘 준비하는 시간이 길었다. 준비만 하다가 글을 못 쓴 적도 많았다. 매일 정해진 시간 안에 완성하려면 주저할 여유가 없었다. 알면서도 손과 머리는 따라주지 않았다. 글쓰기 스승인 이은대 작가는 수업 시간마다 말했다. 글은 손으로 쓰라고. 키보드에 손을 얹고 생각 말고 손가락이 가는 대로 막 갈기라고 했다. 초고는 그렇게 쓰는 거라고. 개떡같이 쓴 초고가 있어야 퇴고할 수 있고, 퇴고를 통해 글 다운 글을 쓰게 된다고 가르쳐 주었다.


귓밥이 쌓일 만큼 수없이 반복해 들은 내용이다. 막상 배운 대로 해보려면 망설이게 됐다. 이전까지 써온 버릇을 쉽게 바꿀 수 없었다. 그동안 시작이 쉽지 않았어도 겨우겨우 매일 한 편씩 완성해 왔다. 나름대로 글 쓰는 습관을 만들어 온 것이다. 어떤 방법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저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방법도 제각각이다. 그래도 조금 더 효율적이 방법은 있다. 누구 한 사람의 방법이 아니다. 이제껏 수많은 대가들이 해온 방법이다. 초고의 가치는 지금 당장 떠오른 생각을 종이에 옮기는 것이다. 그리고 다듬는 과정을 통해 하고 싶은 말로 완성해 갈 수 있다.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는 사람 있다. 나도 글 한 편 쓰기 위해 준비에 진심이다. 머릿속에서 떠다니는 생각을 붙잡기 위해 그 순간 안간힘을 쓴다. 글로 나오기 전부터 편집하는 거다. 이 내용은 이래서 안 되고, 저 내용은 저래서 못 쓰겠고. 그러니 준비하다가 시간 보내고 망설이다가 때를 놓치게 된 것 같다. 그렇다고 그 시간이 의미 없다는 건 아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처음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준비는 평소에 하는 거라고 그랬다. 글을 잘 쓰고 싶으면 늘 책을 읽으라고 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으면 좋은 생각을 늘 하라고 했다. 일상의 태도에 따라 글도 달라진다고 이은대 작가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나도 동감이다.


준비는 평소에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목표나 꿈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또 그게 있어야 삶이 지루하지 않고 의미로 채울 수 있다. 사람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목표를 세우고 준비하는 사람, 항상 준비하면서 목표를 세우는 사람. 이 둘의 차이는 단순하다. 일상을 어떻게 사느냐이다. 먼저 말하지만 이 둘 중 어느 쪽이 더 낫다는 흑백 논리를 말하려는 건 아니다. 둘의 차이를 통해 나는 어떻게 사는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먼저 목표부터 세우고 준비를 시작하는 사람이다. 어떤 면에서 철저하다고 할 수 있다. 정해진 조건에 따라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출발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사람이 실패할 확률이 적을 수 있다. 이런 장점이 있는 반면 속도가 느린 단점도 있다. 예를 들어 투자는 타이밍이라고 했다. 어떤 종류의 투자이든 시장 흐름을 읽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장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눈이 있다면 투자할 타이밍도 분명 알 수 있다. 하지만 준비하느라 투자할 타이밍을 못 보고 지나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눈앞에서 버스를 놓치는 모양새다.


항상 무엇이든 배우려는 사람이 있다. 지금 당장 쓸모없어도 배워두면 쓸모 있다고 믿는다. 설령 써먹지 못해도 언제 어떤 식으로든 활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6년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가끔은 회의가 들기도 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을 땐 더 그랬다. 맞는 길로 가는지 의심이 들었다. 부수입도 안 생기는 걸 이렇게까지 매달려야 하나 싶었다. 그럴 때마다 나를 다독였다.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분명 지금 노력이 빛을 발할 때가 올 거라고 믿었다. 글을 더 잘 쓰기 위해 매일 읽었다. 매주 강의도 들었다. 일상은 일과 글쓰기로 나뉘었다. 쓰기 위해 읽고 읽으면 썼다. 나름대로 6년을 하루같이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당장 나에게 글쓰기, 독서, 자기 계발, 동기부여, 습관, 직업 선택, 자녀교육, 소통에 대해 강연 요청을 받으면 최소 1시간 이상 떠들 자신 있다. 왜냐하면 지난 6년 동안 매일 읽고 쓰면서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글 쓰는 방법을 바꿔보려고 조금씩 노력 중이다. 준비는 덜 하고 손가락부터 움직여 보려고 한다. 이 글도 그렇게 시작했다. 생각보다 손을 먼저 움직였다. 떠오르는 단어를 하나씩 옮겨 적으며 여기까지 써 내려왔다. 40분이 채 안 걸린 것 같다.(퇴고까지 1시간 정도 걸렸다) 어느 정도 분량을 채웠으니 퇴고하고 발행하면 한 편 완성이다. 물론 잘 쓰고 못 쓰고 따지지 않는다. 오늘도 글 한 편 완성했다는 데 의미를 둔다. 오늘 할 일을 해냄으로써 내일을 준비할 수 있다.


일상은 늘 비슷한 모습으로 반복된다. 비슷한 하루지만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의미는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우리 각자는 분명 더 나은 내일을 바란다. 더 큰 목표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목표와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도 필요하다. 준비에 때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상에서 짬이 나는 대로 한 계단씩 오르는 거다. 꾸준히 걷다 보면 결국 언제 어디서나 달릴 수 있는 근육을 갖게 될 거로 생각한다. 지금 나는 더 나은 삶을 바라며 준비에만 집중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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