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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l 01. 2023

공부하는 사람에게 향기가 난다


나이 들수록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하면 심심해 죽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할 수 있는 나이도 체력도 외모도 안 된다. 찾아주는 곳도 만나주는 사람도 갈수록 줄어든다. 할 수 있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찾지 못한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그런 시간을 적어도 20년 이상 보내야 한다. 그러니 준비가 필요하다.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26살에 독립했었다. 혼자 지내는 방법을 잘 몰랐었던 것 같다. 결혼하기까지 9년을 혼자 지냈다. 혼자 살면서 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혼자 지내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 가치 있는지 고민하지 않았었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었다. 본능을 따랐다. 먹고 자고 TV 보는 게 전부였다. 지금이나 그때나 똑같은 24시간을 산다. 지금은 하루 3~4시간 자기 계발을 한다. 직장 다니고 가족을 꾸리고도 말이다. 그때는 혼자 있으면서 자기 계발에는 관심도 없었다. 반대로 살았던 것 같다. 더 치열하게 살았어야 할 시기를 넋 놓고 흘려보냈다. 그 대가를 이제야 치르고 있다. 하루 4~5시간 자면서 자기 계발 중이다.


2,30대의 공부와 4,50대의 공부는 다르다. 젊어서 공부는 일에 집중하기 위한 공부다. 직장에서 역할에 충실하고 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공부다. 조직 안에서 위치를 다지고 더 나은 커리어를 만들기 위한 공부다. 삶의 기초를 다지는 공부라 할 수 있다. 이때 공부에 따라 남은 시간 어떻게 살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그 시기에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았다. 남는 시간에는 술자리를 가졌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재미만 쫓았다. 늘 울타리 안에만 머물렀다. 그런 탓에 50을 바라보는 지금, 무색무취의 직장인이 되고 말았다. 언제 자리가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말이다. 공부할 때를 스스로 놓친 결과다.


50 이후에는 혼자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 시간이 많아지는 반면 할 수 있는 일은 줄어든다. 찾아주는 사람도 적어진다. 그동안 만들어놓은 인맥이 전부다. 그조차도 채로 걸러내듯 몇 안 남게 된다. 할 일도 만날 사람도 줄면서 혼자 지내야 할 시간은 점점 늘어간다. 물론 저마다 노후를 준비하며 두 번째 삶을 준비할 테다. 이전과 다른 낯선을 일을 하면서 말이다. 철저히 준비한 사람은 안착하게 된다. 그러나 그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나머지는 시도조차 못하거나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더 많다. 나이 들어 실패는 젊었을 때의 실패와는 다르다. 그 충격에 온몸이 휘청인다. 심하면 회복 불가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실패가 두려워 뛰어들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고 잘 된다는 확신도 없어서다. 두렵고 불안한 데는 이유가 있다. 공부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두려움을 없애는 확실한 방법은 두려워하는 대상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다. 2,30대 때 삶이 불안했던 이유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아도 이런 불안은 늘 따라다닌다. 40대 이후는 그나마 그동안 살아낸 경험 탓에 두려움은 많이 줄었다. 만약 2,30대가 내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공부했다면 불안을 줄일 수 있었을 거다. 공부한다고 당장 달라지는 건 없을 터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 이 순간에는 집중할 수 있다. 순간에 집중하는 삶은 막연한 내일이 주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왜냐하면 오늘을 잘 살아내는 사람은 내일도 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그걸 몰랐다. 오늘을 허투루 살아서 늘 내일이 불안했다. 언제 직장에서 쫓겨날지, 아무도 나를 찾아주지 않을지, 하고 싶은 걸 평생 못 찾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눌려 살았었다. 공부를 안 해서 늘 불안을 달고 살았다.


고등학교 동창 단톡방에 영상을 하나 올렸다. 한근태, 최재천, 강창희, 신영준 네 명의 강사가 5,60대 미친 듯이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는 내용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는 인물들이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굵직한 획을 그어가는 분들이다. 그들이 한결같이 말했다. 공부해야 한다고. 과거에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사느냐이다. 나이 들어도 오롯이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슬기롭게 보내기 위한 저마다의 방법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스스로 찾아서 하는 공부라고 한다. 친구들이 영상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으면 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서서히 불씨를 피웠으면 좋겠다. 남은 삶을 보다 가치 있게 살 준비를 했으면 한다.


https://youtu.be/Vj_7znwIqys


나이 들어하는 공부는 젊어서의 공부와는 다르다. 그동안 살아온 경험에 지식을 입혀내는 것이다. 그렇게 만든 걸 여럿에게 나누라고 한다. 그래야 할 의무도 있단다. 맞는 말이다. 30년 넘게 다져온 경험을 은퇴와 함께 지우개로 지우는 건 너무 아깝지 않을까? 우리는 저마다 강점이 있다. 같은 일을 했어도 차별화된 부분이 존재한다. 그걸 젊은 사람들과 나누는 건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다. 그러기 위해 공부가 필요하다. 끊임없이 공부하며 자신을 계발하고 성장시켜 다시 주변에 나누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공부는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 들수록 빛을 발한다. 설 수 있는 자리가 넓어지고 찾아주는 사람도 많아진다. 이런 삶,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그래서 나도 6년 전부터 공부해 왔다. 젊어서 안 한 공부 나이 들어하려니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잠을 줄이는 건 기본, 주말도 빼놓지 않고 공부한다. 오늘 내가 노력하면 만큼 내일 내가 설 수 있는 곳이 많아진다고 믿는다. 오늘 게으름을 피우면 내일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적어진다. 노력한 만큼 내가 설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에 공부를 하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나이 들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고 했다. 그 시간을 가장 가치 있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은 공부라고 했다. 기술이 필요하지도, 돈이 들지도, 계층을 따지지도 않는다. 그저 하고자 하는 의지만으로 충분하다. 향기 나는 꽃에 나비가 모인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공부하는 사람에게 사람이 모이기 마련이다. 나이 들어도 사람 사이에 어울려 사는 삶, 멋지지 않을까?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공부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내 앞에 놓인 책부터 읽어보면 좋겠다. 공부합시다.




https://brunch.co.kr/@hyung62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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