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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l 02. 2023

시간에 쫓기면
감정도 선택할 수 없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양이 주어진다. 똑같은 시간 안에서도 누구는 더 많은 활동을 하고 누구는 더 많은 성과를 낸다. 그들이 남들과 다를 수 있는 건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무엇이 좋을까? 내 생각에는 감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간에 쫓기는 사람은 감정도 정해져 있다. 반대로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든 사람은 감정 선택도 자유로울 수 있다.


큰딸이 읽으면 기분 나쁠 수 있다. 그래도 내가 보고 느낀 걸 그대로 옮겨 적어본다. 큰딸은 지난 금요일부터 기말고사를 보는 중이다. 국어, 역사 시험은 봤고 남은 4과목을 화요일까지 본다고 했다. 시험 일정은 한 달 전에 공지됐다. 큰딸도 중간고사에 이어 기말고사를 처음 본다. 긴장이 안 될 수 없다. 중간고사를 잘 본 탓에 기말고사도 잘 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평균을 걸고 나와 내기를 했다. 평균 95점 이상 받으면 원하는 앨범을 사주기도 했다. 거래는 성사됐으니 이제 남은 건 공부만 하면 됐다.


큰딸의 평일 일과는 정해져 있다. 방과 후 수학과 영어 학원을 격일로 다닌다. 학원을 마치고 집에 오면 평균 8시 반이다. 저녁을 먹고 나면 9시부터 자기 시간이다. 그 시간에 무얼 하든 이제까지 간섭하지 않았다. 기말고사를 앞뒀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준비해야 하지 않냐고 말하지 않았다. 가만히 두고 봤다. 3주 동안 평소와 같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학원 숙제나 학교 과제만 했다. 시험공부는 따로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알아서 할 거라고 믿었다.


시험을 일주일 앞두고 공부를 시작한 것 같았다. 학원 끝나고 스카(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고 오겠단다. 일주일 동안 11시가 넘어서 집에 돌아왔다. 며칠 보내니 힘이 들었나 보다. 하루는 잔뜩 짜증이 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럴 땐 입을 닫는 게 상책이다. 가만히 두고 봤다. 피곤했을 텐데 컴퓨터를 켜고 기출문제를 프린트했다. 여전히 씩씩거리면서 말이다.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다 보면 일이 터지기 마련이다. 아니나 다를까 책상 위에 있던 문구 수납통을 건드려 바닥에 떨어트렸다. 3단 통 안에 담긴 잡동사니가 쏟아졌다. 지켜보던 아내도 별말 안 하고 정리했다. 서로의 심기를 건드려 좋을 것 없다는 걸 알았나 보다. 큰딸도 미안했는지 아무 말 못 했다. 별일 없이 잘 넘어갔다. 속으로 한 마디 했다. '시간에 끌려다니면 지금처럼 감정까지도 영향을 받는다. 반대로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면 감정도 여유로워질 수 있단다.'


일주일 동안 시간에 쫓겨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다. 진작부터 매일 조금씩 준비했으면 좋았을 텐데 싶었다. 어디까지나 큰딸의 선택이었다. 그 선택이 내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할 말은 많았지만 말을 아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대부분 잔소리로 들릴게 뻔해서다. 그래서 큰딸이 원할 때 아니면 조언이나 충고를 안 하려고 한다. 가끔 큰딸이 원해서 필요한 조언을 해주면 집중해서 들어준다. 들을 준비가 된 내용이라면 태도부터 달라진다는 걸 알았다. 그때가 아니면 웬만해선 말하지 않는다. 안타까웠지만 이번에도 잠자코 있었다. 대신 이번 일을 통해 시간 활용하는 방법은 물론 시간에 쫓길 때는 감정에도 영향을 준다는 걸 알았으면 했다. 불안하고 짜증 나고 화가 나는 게 어쩌면 시간에 쫓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보면 나도 미루는 습관이 여전하다. 회사 업무도 미루다가 닥쳐서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제까지 미룬 탓에 손해를 입힌 적은 없었다. 겨우겨우 땜질식으로 버텼던 것 같다. 반성해도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늘 마음 한편 이 불안했다. 제때 못해내면 어쩌나 걱정했다. 또 한편으로 미리 하지 않았던 나를 원망했다. 시간에 쫓긴 탓에 마음과 감정에도 영향을 받았다. 그때 드는 감정은 내가 선택한 게 아니었다. 시간을 의지대로 사용하지 않은 탓에 감정으로 대가를 치른 것이다.


원래부터 시간 활용을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6년 전부터 읽고 쓰기를 시작하면서 그나마 남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하루 중 매일 아침 3~4 시간을 나를 위해 사용한다. 정해진 시간 안에 그날 해야 할 일을 다 마치면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성취감으로 시작하면 일에도 자신감 붙는다. 자신감은 사람을 대할 때도 당당해진다. 태도는 물론 말투도 달라진다. 매일 아침 내 시간을 내 의지대로 사용했기에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날이 반복되면서 시간도 내 편으로 만들고 감정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앞서 말한 시간에 쫓겨 다니는 사람은 하루 중 나를 위한 시간이 없다. 있어도 그 시간을 오롯이 나를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탓에 감정도 스스로 선택하기보다 주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내가 일을 제때 처리하지 않아서 불안하고 걱정하고 원망했던 것처럼 말이다. 반대로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든 사람은 감정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생긴다. 시간을 주도적으로 사용하면서 감정에도 여유가 생긴다. 내 감정이 파도치듯 갈피를 잡지 못한다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되돌아보면 좋겠다. 시간에 끌려다니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면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진다. 마찬가지로 시간이 내 편이 되면 감정 선택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처럼 장점이 많다면 시간 관리에 집중해 볼 필요 있지 않을까? 요즘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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