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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Jul 06. 2023

나는 쇠사슬을 끊을 수 있다

코끼리 사슬 증후군에서 벗어나려면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날 수 있다. 이런 생각해본 적 없었다. 남보다 뛰어난 것도 없었다. 탁월하게 잘하는 것도 없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능력도 갖고 있지 않았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사라져도 찾지 않는 존재였다. 노력을 안 했던 건 아니다. 노력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뜻대로 되지 않을수록 나를 의심했었다. 결과가 똑같을 땐 방법이 틀릴 수 있다는 걸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했을 때다. 성과 없는 시도를 반복할수록 스스로 움츠려 들었다. 움츠려들수록 스스로 한계를 정했던 것 같다.


6년 전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독서도 반신반의하며 시작했다. 그동안의 나를 되돌아보면 쉽게 포기할게 짐작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다를 거라는 기대조차 안 하고 시작했다. 기대 대신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시작은 출퇴근 시간을 활용하면서였다. 출근하면서 30분 정도 읽었다. 퇴근 후에도 그만큼 읽었다. 며칠 읽고 나니 매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이 든 건 전날 내 행동의 결과 때문이었다.


내 의지대로 30분 동안 책을 읽었다. 30분씩 며칠 읽으니 한 권을 다 읽었다. 다 읽은 책이 내 손에 쥐였다. 뿌듯했다. 또 읽고 싶어졌다. 다음 날 또 30분씩 읽었다. 매일 반복하니 3일에 한 권 꼴로 완독 했다. 책에서 반드시 무언가 얻겠다는 욕심은 없었다. 오히려 그게 책을 더 편하게 읽을 수 있게 했던 것 같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매일 반복했다.


반복하면서 행동에도 변화가 생겼다. 읽기만 하다가 쓰기도 시작했다. 읽었던 내용을 곱씹으며 생각을 적었다. 기록이 쌓이면서 성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성과가 눈에 들어올수록 예전과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노력해도 되는 게 없었던 나에서, 매일 조금씩 성취해 내는 나로 변하고 있었다.

무턱대로 시작했고 변화를 경험하면서 나도 달라질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다양한 면에 변화가 찾아왔다. 몇 권의 책을 냈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가족과 관계가 나아지는 중이다. 이전에도 시도는 했었지만 성과가 없었다. 방법이 틀렸던 것 같다. 독서를 시작으로 이제까지 변화해 올 수 있었던 건 방법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첫째, 자신은 물론 주변을 인식한다.

책은 무엇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했다.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나를 있는 그대로 보게 되었다. 노력해도 성과 내지 못했던 나를 되돌아봤다. 천천히 나를 이해해 갔다. 나를 이해하면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조금씩 보였다.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내가 지금 어떤 환경에 있는지도 알아챘다. 하루 동안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게 되었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무엇을 하는지 눈치챘다. 나와 내 주변을 알아차리게 되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욕심을 부리기보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다.


둘째, 매일 해낼 수 있는 작은 일을 정하고 스스로 성취감을 갖는다.

매일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했다. 우선 독서부터 꾸준히 했다. 30분부터 시작해 많게는 하루 3시간까지 읽을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 시간을 기록했다. 하루 동안 무얼 하고 어디에 얼마 큼의 시간을 사용하는지 눈으로 봤다. 적지 않았을 때는 막연했던 게 기록하면서 구체화됐다. 눈에 보이니 고칠 부분이 보였다. 불필요한 시간을 줄여 필요한 곳에 사용했다. 하루 중 내 의지대로 사용한 시간이 쌓이면서 자신감도 붙었다. 정리해 보면 불필요한 시간을 줄여 매일 책을 읽었고, 읽은 책이 쌓일수록 성취감이 붙었고, 성취감이 커지면서 더 큰 도전에 용기 내게 되었다.


셋째, 매일 같은 하루를 반복하며 자신을 한계에 가두지 않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용기를 잃지 않기 위해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했다. 어떤 목표든 될 때까지 해냈을 때 닿게 된다는 단순한 이치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해 왔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해냈으면 내일도 해낼 수 있다. 어쩌면 내일 해낼 수 있는 건 오늘보다 더 많은 것일 수 있다. 그런 기대감이 점점 커졌고 한계라고 여겼던 것들에 도전하기도 했다. 책을 써내는 게 그랬고, 강의를 시작하는 게 그랬고, 모임을 만드는 게 그랬다. 시도할 엄두를 못 냈던 일들을 하나씩 해내고 있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면서 말이다.


어릴 때부터 쇠사슬에 묶여 자란 코끼리는 덩치가 커져도 사슬 끊을 시도를 안 한다. 어릴 때 못했으니 커서도 못할 게 당연하다고 여긴다. 이를 '코끼리 사슬 증후군'이라고 한다. 나도 그동안 사슬에 묶인 코끼리처럼 하루를 살았었다. 우연히 책을 읽기 시작했고 꾸준히 읽으면서 조금씩 변화해 왔다. 내 주변과 나에 대해 인식하면서 점차 용기를 내게 되었다. 매일 정해놓은 일을 해내면서 성취감도 커졌다. 그런 하루가 반복되면서 결국 바라는 걸 하나씩 얻게 되었다.


스스로 묶었던 사슬을 시간을 두고 천천히 벗겨내는 중이다. 하루아침에 끊어내는 사람도 있을 테다. 나는 느려도 내가 옳다고 믿는 방법대로 해오고 있다. 매일 무엇을 할지는 저마다 찾으면 된다. 내가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처럼. 다만 앞에 말한 세 가지는 출발선이 되어 줄 것이다. 나를 인식하고 작은 성취를 맛보며 꾸준히 반복할 수 있다면 분명 어떤 크기의 쇠사슬이라고 끊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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