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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Aug 08. 2023

퇴직을 준비한다면 글쓰기를 두려워 마라


끓어오르던 여름 더위도 새벽 찬 공기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시간은 흘러 새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사회에 첫 발을 디딜 땐 끝이 보이지 않았다. 스무 살에 서른은 아득했다. 서른이 되니 마흔은 잰걸음으로 다가왔다. 마흔이 되니 오십은 황새의 발걸음처럼 성큼 다가왔다.


올 것 같지 않았던 오십도 어느덧 눈앞에 와 있다. 퇴직을 선택하기에 이를 수 있지만,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나이다. 정년을 보장받는다고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스스로 그만둘 수도 어떤 계기로 그만두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언제부터 랄것도 없이 퇴직을 준비하는 게 맞았다.


하버드 교육대학원 원장 제임스 라이언의 '인생의 답을 찾아주는 5가지 질문 중, "우리는 적어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물음이 있다. 빈칸을 채워봤다. 인류를 구할 만큼의 능력은 없었다. 타고만 1퍼센트 인재도 아니었다. 리더가 되어 조직을 이끌 역량도 없었다. 그때까지 나는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은 주고 있었다. 28년 동안 고등학교 동창을 운영해 왔고, 책을 읽고 나누면서 사람들과 소통했고, 글로 표현하면서 교감했다. 할 줄 아는 게 없지는 않았다. 남들 눈에 거창해 보이지 않더라도 나에게는 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


읽고 쓰는 활동을 통해 주변 사람과 소통했다. 소통하게 되면서 내가 줄 수 있는 가치도 점점 늘었다. 대단한 건 아니었다. 읽고 쓰면서 생각한 것 들을 글로 표현했다. 내 글이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었고, 누군가는 용기를 얻었고, 또 누구는 다시 시작할 기회가 되었다고 했다. 글의 가치를 깨달았다. 글의 위력을 실감했다. 글로 먹고사는 직업의 매력을 알았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글로 먹고사는 직업을 찾게 되었다. 남들과 비교하면 늦은 있지만, 남은 시간을 놓고 보면 결코 늦은 건 아니었다. 남은 삶을 책임져 주기에 이만한 직업도 없다고 확신했다. 글을 쓴 덕분에 새 직업을 찾을 수 있었다.


마흔셋, 퇴직을 고민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스스로에 질문하고 답을 적었다. 글로 쓰면서 나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글은 나를 멀리서 볼 수 있게 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나를 이해하고부터 답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일, 시간을 대하는 태도, 관계에 대한 정의, 습관의 필요성, 가족의 의미 등 내 주변 모든 것들을 다시 써 내려갔다.


누군가는 퇴직을 위해 창업을 준비한다. 누군가는 관심 있던 걸 배운다. 또 누군가는 별다른 준비 없이 퇴직을 맞는다. 어떤 식으로든 준비는 해야 한다. 살아온 시간만큼 남은 시간도 어떻게 살지 중요하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할 수 있는 것도 줄어든다. 나를 찾는 곳은 더더욱 없다.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하지만 막막할 따름이다. 무엇보다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사람이 많다.


자신에 대해 글로 쓰면서 시작해 봤으면 좋겠다. 살아오면서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본 적 있었나? 아마 많지 않았을 거다. 바쁜 일상에 쫓겨 나를 챙기고 돌아볼 시간 없었을 테다. 모든 답은 자기 안에 있다고 했다.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자신에 대해 하나씩 써 보는 거다. 쓰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시 알아볼 기회를 갖는다. 그런 기회가 나처럼 글 쓰는 직업을 선택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낯선 자신을 발견하고 새로운 직업을 갖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 대해 글로 써보는 건 스스로를 3자의 시선에서 보는 행위이다. 내가 몰랐던 나를 상대방이 발견하듯 말이다. 주변에 많은 사람에게 묻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러기 전에 스스로를 되돌아볼 시간도 필요하다. 내가 나를 알아야 남이 보는 나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글로 쓰는 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퇴직 이후 삶을 제대로 준비하고 싶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돈도 들지 않고 답도 비교적 정확하다면 시도해 볼 만하지 않을까? 다만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건 피해 갈 수 없다. 오히려 그 시간이 많아지고 더 치열할수록 원하는 답을 빨리 정확하게 찾을 수 있을 테다. 그러니 글쓰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구로써 활용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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