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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Aug 25. 2023

추천 No, 내가 읽을 책은 내가 선택한다

책 선택이 수월해지는 3단계 공략법


질문 몇 개로 글 한 편을 쓸 수 있는 요즘이다. 자료를 찾거나 깊은 고민 없이도 근사한 글이 된다. 기술은 그만큼 발전했다. 기술을 올바로 활용할 능력만 갖추면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다. 올바른 능력은 어느 정도를 말할까? 쉬운 예로 질문하는 능력이다. 챗 GPT를 이용해 원하는 글을 얻고 싶다면 질문이 중요하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올바른 답을 찾아낼 수 있게 선명한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부분은 질문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쉽고 빨리빨리만 찾게 된 게 아닐까 싶다.


SNS에 보면 책을 추천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자기 계발 완성 20권', '이 책만 읽으면 나도 마케팅 신', '완벽한 퇴직을 위한 필독서 10' 등 혹하게 만드는 제목으로 시선을 끈다. 물론 추천하는 사람은 그 책들을 다 읽었고 도움을 받았기에 추천할 테다. 읽지도 않고 추천하는 사람은 분명 없다. 특정 분야의 필독서를 정리해서 추천할 정도면 독서 경력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다. 그들의 경험치는 믿을 만하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일수록 자신을 낮추는 법이다. 그러니 추천도 함부로 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그들은 경험치로 알고 있다. 책을 추천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그래도 사람들은 족보라도 되는 양 추천 목록을 애지중지한다. 그것이 그들의 수고를 덜어줄 거라 믿는다. 안타깝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추천 목록은 목록일 뿐이다. 생각만큼 쓸모가 없다. 이유가 무엇일까? 사람마다 생각 가치관 성향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똑같은 책을 읽어도 반응은 제각각이다. 책을 읽는 목적도 얻고 싶은 것도 저마다 다르다. 무엇보다 이해 정도에 따라 책의 가치도 달라진다. 이 말은 각자의 기초 지식에 따라 똑같은 내용도 다르게 이해되고 더불어 책의 가치도 달라진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어떤 장르의 책을 추천하더라도 기대를 충족시키는 경우는 드물 수밖에 없다.


내가 말하는 싶은 요점은 이것이다. 책은 스스로 선택해서 읽는 것이다. 선택은 어렵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책을 고르는 게 쉽지만은 않다. 대신 그들은 책에 대한 기대치를 낮게 정하고 선택한다. 이 말은 어느 정도 읽어보고 기대에 못 미치면 곧바로 읽기를 포기한다는 의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포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선택도 어려운 것이다. 책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는 걸 선뜻 받아 들 이 않는다. 그러니 읽지도 않으면서 품에 끼고 있는 것이다. 선택이 수월해지는 방법은 간단하다.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1단계 - 주제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한다.

시중에 나온 책의 주제는 도서관 분류로는 정리되지 않는다. 대개는 덩어리를 크게 묶었을 뿐이다. 자신이 원하는 주제가 두루뭉술하면 선택이 어렵다. 반대로 구체적으로 파고들수록 읽을 수 있는 책의 숫자도 줄어든다. 이런 식이다. 자기 계발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다. 시간, 습관, 업무, 대인관계, 스피치, 처세 등.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면 다이어리 작성법, 기상 습관, 운동 루틴, 엑셀 활용 능력, 유머 잘하는 법, 발표 기술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이렇게 범위를 좁히면 어떤 책을 선택할지 윤곽이 드러난다.


2단계 - 주제와 관련된 책을 5권 이상 찾는다.

범위가 좁혀졌다면 책을 선택하는 게 조금 더 수월해졌다. 수월해진 게 선택도 쉽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중에서 옥석을 가리기 위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이미 바짝 긴장해 있는 사람도 있을 테다. 이때는 서점이나 도서관을 이용하길 권한다. 다 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선별된 5권의 목차와 들어가는 글을 읽는다. 다음으로 목차 중 자신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 담긴 부분을 읽어본다. 대개는 책의 후반부에 핵심 내용이 담긴다. 도입부는 대개 밑밥을 깐다. 독자의 호기심을 붙잡는 장치이다. 이런 식의 목차 배치는 책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초반부터 핵심을 말하면 책이 안 팔린단다. 이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간추린 5권에서 본인이 원하는 내용과 근접한 한 권을 선택한다.


3단계 - 읽는다, 그리고 포기한다.

1, 2단계를 거쳐 선택한 책이라면 끝까지 읽을 각오도 섰을 것이다. 어렵게 선택한 만큼 자신의 결정을 의심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변수가 발생한다. 아무리 선택이 완벽하다고 해도 읽다 보면 생각과 다를 수도 있다. 물론 이렇게까지 했다면 실패할 확률이 적기는 하다. 만족했다면 똑같은 방법으로 다른 주제를 선택해서 읽으면 된다.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과감히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억지로 붙잡고 있어 봐야 이해도 안 되고 읽히지도 않는다. 포기가 빠를수록 다음 책을 선택할 기회도 생기는 법이다.



책을 추천하는 사람은 신중을 다해 선택했을 것이다. 당연히 여러 경우를 염두에 두고 선택하려고 한다. 중립성을 지키려고 것이다. 책을 추천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앞서도 적었듯 사람은 다 다르기에 추천한 책이 모두에게 좋다고 할 수 없다. 그러니 책을 선택하는 건 오롯이 자신의 몫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후회도 없고 원망도 안 할 테니 말이다. 책을 선택하는 과정도 연습이 필요하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쳐 자기만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기준을 세워 책을 고르면 실패할 확률도 준다. 성공 경험이 쌓일수록 책 읽는 재미도 커지고 책을 더 가까이하게 될 것이다. 결국 독서습관도 생기고 책을 통해 인생이 달라지는 경험도 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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