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가 없는 글처럼 싱거운 일상을 살았었다. 날짜는 변해도 나는 달라지지 않았다. 주변 사람은 저마다 짠맛, 단맛, 감칠맛, 매운맛을 내며 사는 것 같았다. 각자가 계획에 따라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듯 보였다. 심심한 인생은 할 말도 많지 않았다. 할 말이 없으니 당연히 말수도 줄었다. 사람을 만나도 쉽게 섞이지 못했다. 주제가 없는 글은 독자에게 아무것도 주지 못한다. 주제가 없는 삶도 사람에게 줄 게 없다. 줄 게 없는 나는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이런 나는 달라지지 않을 줄 알았다.
하고 싶은 말, 쓰고 싶은 글은 어디서 출발할까? 생각이다.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다양한 인풋이 쌓여서 만들어진다. 인풋에는 어떤 게 있을까? 우리 주변 모든 것들이다. 관심만 가지면 무엇이든 생각 거리가 될 수 있다. 유난히 말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일상에서 일어난 일이 대부분이다. 남들보다 유심히 관찰해 맛깔나게 풀어낸다. 특별한 재능은 아닐 테다. 그저 남들보다 호기심이 많고 관찰을 잘한다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겐 일상의 모든 것이 말의 소재가 된다.
나는 말보다 글로 쓰는 게 편하다. 글로 사람들과 소통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 생각을 많이 한다. 다양한 생각을 하기 위해 다양한 책을 읽는다. 나는 글감을 책에서 얻는다. 책은 싱거웠던 일상에 양념이 되었다. 책을 통해 얻은 다양한 거리로 글을 썼다. 특별한 재능은 아니다. 책 한 권 읽으면서 감명받은 문장, 새로운 사실, 고민해 볼 문제에 대해 적었다. 매일 읽으니 매일 쓸 말이 생각났다. 하고 싶은 말, 전하고 싶은 정보, 알게 된 방법을 공유했다. 사람들에게 조금씩 줄 수 있는 게 생겼다. 책을 읽으면서 말이다.
주제가 없는 글은 수프가 안 들어간 라면이다. 그런 라면을 좋아할 사람 없다. 내 글에 주제를 담기 위해 매일 애쓴다. 애쓰는 게 고통스럽지 않다. 오히려 즐긴다. 물론 빈 화면을 마주할 때는 걱정이 앞선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다. 그래도 이제까지 단 하루도 글쓰기를 포기했던 적은 없다. 아마도 원동력은 매일 읽은 책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 읽은 내용이 직접적인 글감이 되기도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했던 다양한 생각이 수프 역할을 했다. 다양한 주제를 읽고 생각을 한 덕분 제법 맛이 나는 글을 쓴다.
글감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고 말한다. 보고 듣고 맛보고 만져지는 모든 게 글감이 된다. 그런데도 선뜻 써지지 않는다. 왜일까? 글감이 글의 소재는 될 수 있지만 말하고 싶은 주제가 되지는 않아서다. 주제를 먼저 정하면 오히려 글을 쓰는 게 수월할 수 있다. 이 말은 주제가 정해지면 소재를 찾는 게 조금 더 쉬울 수 있다는 의미이다. 나도 글을 쓰기 전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게 주제이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주제를 고민하고 결정하면 소재도 비교적 어렵지 않게 선택할 수 있다. 아마도 책을 통한 인풋 덕분이다.
주제를 바꿔 말하면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메시지가 거창할 필요는 없다.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 이런 식이다. "일찍 일어나면 나를 위한 시간도 늘어난다." 여기에 필요한 건 일찍 일어나서 시간을 더 활용했던 경험과 깨달은 점, 덧붙여 독자가 실천해 볼 방법도 써주면 근사한 글 한 편이 된다. 정해진 메시지에 맞는 소재로 글을 풀어내면 된다. 이런 식으로 메시지 즉, 주제에 대해 고민할수록 글 한 편 쓰는 게 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게 다양한 인풋이다. 내가 매일 책을 읽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주제가 담긴 글 한 편을 비교적 수월하게 쓰려면 다양하고 많은 양의 인풋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인풋 없이는 아웃풋도 없다. 그러니 글 쓰는 게 고역이 되는 거다. 어쩌면 글 쓰는 습관을 만들기 이해 억지로 백지와 마주하기 전에 다양한 인풋을 경험하는 게 먼저일 수 있다. 물은 차면 넘친다. 생각도 차면 글로 표현된다. 그러면 글 쓰는 게 즐겁다. 쓸 말이 많으면 손가락 놀릴 틈이 없을 테니 말이다. 이왕이면 인풋에 책을 활용하면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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