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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Oct 05. 2023

할리스에서 스타벅스 바나나를 먹는다?

스타벅스에서 바나나를 하나 샀다. 옆 건물 할리스에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열었다. 페퍼민트 티를 주문했다. 차를 홀짝이며 글감을 찾는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손은 안 움직인다. 머리를 움직이니 배가 고프다. 스타벅스에서 사 온 바나나를 먹었다. 할리스에서 스타벅스 바나나를 먹었다. 이래도 되나? 살짝 눈치가 보인다. 직원의 시선을 피해 다 먹었다. 어떤 카페는 외부 음식 반입을 금지하는 문구가 붙어있다. 아마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달라는 의미이다. 알면서도 가끔은 남의 가게에서 사 온 음식을 먹는 경우도 있다. 걸리면 서로 불편하니 눈치를 보면서 말이다. 이런 사람, 경우가 없다고 말한다. 


상도덕이라 말한다. 매장을 이용하면 그곳에서 파는 음식이나 서비스를 받는 게 기본이다. 네 명이 자리를 차지하고 커피 2잔 마시는 건 예의가 아니다. 주인 입장에서는 그만큼 손해이다. 법으로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매장을 이용하는 손님이라면 최소한의 예의 즉, 인당 한 잔을 마셔주는 것이다. 네 명이 2잔 시키는 건 그나마 양반이다. 집에서 싸 온 음식을 풀어놓고 내 집인 양 먹는 사람 있다. 그곳에서 파는 음식이나 음료는 사람수대로 시키지도 않는다. 사 먹는 건 돈이 아깝단다. 한두 잔 주문하는 걸로 생색내면서 말이다. 이런 사람도 경우 없기는 마찬가지다.


사회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태도가 몇 가지 있다. 그중에서도 염치는 꼭 챙겨야 한다. 염치없는 사람은 대개 경우도 없다. 나만 생각하는 사람이다. 주변 사람이 불편하든 말든 나만 편하면 그만이다. 식당에서도 타인을 배려하기보다 내 것을 먼저 챙겨야 직성이 풀린다. 한 치의 손해도 감수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소란을 피운다. 그래야만 한다고 배웠고 손님으로써 당연한 권리라고 여긴다. 권리만 따지자면 틀린 건 아니다. 다만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다. 가끔은 불편도 감수하고, 불이익도 감내하며 사는 게 세상이다. 잠깐 불편, 불이익으로 세상이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잠깐 불편해하면 반대로 누군가는 대접을 받고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의미이다. 의미와 가치로 따지자면 그런 행동이 처세에 필요할 것이다.


평일 점심은 거의 혼밥이다. 매일 가는 샐러드 매장의 1인석에 앉아 먹는다. 혼자서 두 자리를 차지하는 게 미안하다. 1인석이 없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손님이 적을 땐 2인석에서도 먹지만, 1인석을 두고 굳이 두 자리를 차지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손님이라면 혼자서도 두 자리를 차지하는 건 당연한 권리로 여긴다. 맞는 말이다. 그러려고 음식값을 지불할 테니까. 다만 다른 사람을 배려해 알아서 1인석을 이용한다면 주인도 더 감사해하지 않을까? 권리도 중요하지만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이기도 하니까. 어울려 살려면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상대의 배려에 대접받는 경우도 있을 테니까.


하룻밤사이 겉옷을 꺼내 입을 만큼 바람이 차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점심으로 펄펄 끓는 순댓국이나 새빨간 국물이 얼큰한 짬뽕도 좋을 것 같다. 이왕이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집이면 더 좋겠다. 그렇게 한 사람씩 죽어나가서 맛집이 장사가 잘 되는가 보다. 빈자리가 끊임없이 생기니 말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삶의 즐거움 중 하나다. 음식과 함께 친절한 서비스를 받으면 기분은 배가 된다. 어느 음식점도 손님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 곳은 없다. 다만 서비스를 받는 입장에서 높은 기대치 탓에 만족을 못할 뿐이다. 이 또한 경우를 챙긴다면 기꺼이 양보할 수 있는 문제다. 맛있는 음식, 정갈한 서비스를 받았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다. 완벽할 수 없는 게 사람일이다. 하나를 얻었다면 기꺼이 하나는 양보할 줄 아는 게 어울려 사는 세상에서의 처세이지 않을까 싶다. 경우 있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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