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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Nov 05. 2023

습관을 갖고 싶다면 꼭 챙겨야할 두 가지

일요일 아침에도 늦잠을 잤다. 어제도 7시 넘어서 일어났다. 며칠째 비염약을 먹고 있다. 약을 먹으면 시시때때로 졸린다. 약기운에 취해 알람 소리를 듣고도 끄고 다시 잤다. 이틀 동안 늦잠을 잔 덕분에 비염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주변이 밝을 때 일어난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양치하고 세수하고 물 두 잔과 유산균을 먹고 식탁에 앉아 일기를 썼다. 늦게 일어나도 아침 일기는 꼭 썼다. 안 하면 안 된다. 904일째 쓰고 있는 아침 습관이다.


하필이면 한 겨울에 새해를 맞는 게 늘 불만이었다. 해가 바뀔 때면 목표를 세우지만 추위가 늘 변수였다. 여러 해 동안 새해 목표를 세우고 실천을 다짐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었다. 이번에는 다르겠다고 다짐하며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바깥 날씨를 가늠할 수 없어서 일단 여러 곁 껴입었다. 운동할 때 불편하지 않고 땀이 날 걸 감안했다. 새벽 공기는 또 달랐다. 옷으로 가려지지 않는 맨살은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괜히 나왔나 싶었지만 첫날부터 포기하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온몸을 찌르는 듯한 바람을 뚫고 운동장으로 향했다. 가볍게 몸을 풀고 달렸다. 몇 바퀴를 달려도 땀이 나지 않는다. 몸에서 열이 나는 속도보다 몸속으로 파고는 찬바람이 더 많은 탓이다. 숨은 차지만 땀이 안 나니 운동하는 것 같지 않다. 이만큼 달렸으면 충분하다고 스스로 만족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다음 날도 같은 시간에 일어났다. 밖은 여전히 어두웠고 추위는 어제 못지않았다. 잠이 깬 채 이불 안에서 생각해 봤다. 뛰어도 땀이 안 나고, 땀이 안 나니 운동한 것 같지도 않고, 추워서 몸도 잘 안 움직여지는 데 운동 효과가 있을까? 차라리 날 좀 풀리면 그때 하는 게 더 낮지 않을까? 괜히 추운 날 무리했다가 부상만 당하지 않겠어?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생각을 했다. 대부분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할 핑계를 찾는 생각이었다. 결국 생각한 대로 따르기로 했다. 이불을 끌어당기고 눈을 감았다. 운동을 결심한 새해 계획은 하루 만에 끝이 났다.

날씨가 풀리고 다시 운동을 시작했을까? 아니었다. 새해 결심은 이미 머릿속에서 지운 지 오래다. 한편으로 또 계획만 세우고 실천하지 못한 나를 탓했다. 늘 똑같은 반복이었다. 결심만 거창하고 끝을 보지 못한 계획이 해마다 쌓였다. 그러니 늘 나에게 불만이 많았다.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나를 탓했다. 달라지지 않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할지 의심했다.


일어나면 양치와 세수, 물 두 잔과 유산균 한 포 먹은 지 6년째다. 매일 아침마다 반복하는 루틴이다. 여행, 출장을 가도 똑같은 아침으로 시작한다. 양치와 세수로 잠을 깨우고 물과 유산균은 건강을 위해서 먹는다. 각각의 행동에는 의미와 목적이 명확하다. 그러니 매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매일 반복하니 자연히 습관이 되었다. 안 하면 안 되는 습관인 것이다.

술을 마셨을 때는 숙취에 못 이겨 다음 날 늦게 일어나기도 했다. 일어나는 시간이 평소와 다르면 아침 루틴도 깨지기 마련이다. 사회생활하다 보면 이런 날이 잦을 수밖에 없다. 습관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가장 크다. 하지만 똑같은 상황에서도 누구는 다시 습관을 반복하고 다른 누구는 일상이 무너지고 만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인정'과 '다시 하기'에 있다.


첫째, 일어난 상황을 '인정'하는 것이다.

직장 생활, 집안일, 학교에 다니면 다양한 일이 생긴다. 누구나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곤 한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일도 있다. 그렇다고 남의 일 대하듯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다. 내 시간 내 일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더러 생긴다. 그렇게 일상이 샛길로 새기도 한다. 문제는 샛길로 빠진 뒤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령 며칠째 퇴근하고 영어 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갑자기 회식이 생겨 빠지게 되었다. 불행히도 회식이 며칠째 반복됐다. 학원도 똑같이 빠졌다. 다시 갈 마음이 안 생긴다. 이번 달은 포기하고 다음 달을 기약한다. 이 경우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대개는 다시 시작하지 않는다. 또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까 싶어 선뜻 다시 시도하지 못한다. 중요한 건 자신에게 일어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직장인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인정하면 그만이다. 그 일과 별개로 학원은 다시 나가는 거다.   

 

둘째, 다시 하기다.

중간에 흐름이 끊긴 영화는 흥미를 잃는다. 다시 처음부터 보든가 아니면 그만 본다. 뒷부분을 보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보는 경우는 드물다. 차라리 안 보거나 이해가 안 돼도 그냥 끝까지 보는 게 대부분이다. 회식 때문에 영어학원에 며칠 못 갔다면 그만둘게 아니라 다시 가야 한다. 회식 때문에 그만둔다는 건 핑계일 뿐이다.

가기 싫었던 찰나 적당한 핑계가 생겨준 것이다. 학원을 다닐 이유가 분명하다면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이유가 선명하지 않기 때문에 적당한 핑계가 생기면 이를 활용해 포기해 버린다. 중요한 건 핑계는 접어두고 그냥 다시 다니는 거다. 진도를 놓쳐도 괜찮다. 그 정도는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핑계를 찾으려고 하니 진도조차도 꽤 괜찮은 핑곗거리가 될 테다.


어떤 상황에서도 반복하는 걸 '습관'이라고 한다.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으면 습관도 반복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별일 생기지 않는 경우는 아마도 혼자 지내거나 외딴섬 산다면 가능하다. 그렇지 않고는 수시로 다양한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매번 일어난 일 때문에 습관을 만들지 못했다고 핑계 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쭙잖은 핑계 대신 일어난 상황을 '인정'하고 그냥 '다시 하면' 그만이다. 오늘은 못했지만 내일은 다시 하면 된다. 내일 다시 하면 그다음 날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꾸준히 이어가는 게 습관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6년째 아침 루틴을 지키고, 904일째 일기를 쓰고, 3년째 식단 관리와 23개월째 술을 끊으면서 깨닫게 된 방법이다. 다행히 일기와 금주는 꾸준히 지키고 있다. 그 외는 못하면 인정하고 다음 날 다시 하길 반복해 오고 있다. 그런 탓에 이제까지의 경험을 통해 이렇게 습관에 대해 글을 쓰게 되었다.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내 경험을 믿고 한 번 시도해 보길 권한다. 경험만큼 믿을 수 있는 근거도 없을 테니 말이다.       



https://docs.google.com/forms/d/1S82GXswCZUB05t_Rp7TDC80RmjQscs0q5DKg526VgQA/edit?usp=drives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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