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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Dec 11. 2023

좋은 사람을 만나는 세 가지 방법

나이 들수록 공통 관심사로 사람을 만나는 게 쉬운 듯 쉽지 않다. 온라인 세상에서는 의지만 있으면 다양한 모임에 참석이 가능한 요즘이다. 주제부터 인원수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본인의 취향, 목적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다. 무엇보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줄어 더 활성화되었다. 원하는 수만큼의 모임과 사람을 얼마든 언제든 만날 수 있다.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건 나와 통하는 사람을 만날 가능성도 높다는 의미이다. 보다 깊은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기회가 많아진 만큼 좋은 사람을 만날 가능성도 분명 많아졌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사람끼리 엮이다 보면 다양한 일을 겪는다. 인원이 적든 많든 사람인지라 일은 생기기 마련이다. 원치 않게 입방에 오르내리기도 하고, 오해로 인해 마음을 다치기도 한다. 또 상대의 불순한 의도로 금전 피해를 입기도 한다. 불미스러운 일도 자주 있기에 대비해야 하는 건 씁쓸한 이면이기는 하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기에 어쩔 수 없다. 사람 마음 다 내 마음 같지 않으니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글쓰기를 시작으로 독서 모임으로 이어진 인연이 2년째다. 2년 전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면서 한 명 두 명 모인 게 지금은 12명이 되었다. 이 중에는 며칠 동안 대화창 숫자가 사라지지 않듯 무신경한 이들도 있다. 한때는 모임 취지에 따라 열심히 활동했었던 이들이었다. 그래도 방을 떠나지 않는 게 한편으로 고맙다. 언제든 다시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의미이니까. 그들과 2년 동안 인연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 봤다.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무엇보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 준다.

매일 일기를 써서 공유하고, 2주마다 독서모임을 갖는다. 일기도 독서모임도 강제하지 않는다. 못쓰면 못 쓰는 대로, 참석하지 못하면 못 하는 대로 인정한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을 테니까. 또 독서 모임에서도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되 비난 비판하지 않는다. 내 말이 맞는다고 억지 부리지도 않는다. 물론 가끔은 자신의 생각과 많이 다를 때도 분명 있다. 다행인 건 그런 상황에서도 선을 지켜주는 것 같다. 이제껏 불미스러운 일이 한 번도 없었던 걸 보면 짐작해 볼 수 있다. 이게 가능했던 건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을 만나면 생각하지 못한 순간 불쑥 들이대는 경우 있다. 상대방은 순수한 의도로 감정을 표현했지만, 내 입장에서는 부담이 된다. 그렇다고 싫다는 표현을 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 순간에는 말이다. 그럴 땐 따로 만나 내 의사를 전달하는 게 맞을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글쓰기와 독서모임 단톡방을 지켜봤다. 어느 누구도 상대가 부담을 느낄 만큼의 애정 표현(?) 하는 이가 없었다. 아마도 저마다 적절한 거리를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연륜이 묻어날 나이이기도 하다. 

셋째, 자신의 이익보다 상대방을 먼저 배려한다.

거리를 유지하며 존중하는 태도는 결국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서 비롯된다. 모임 안에서 활동하는 목적은 자신에게 이롭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로움을 상대에게서 얻으려는 이들이 있다. 내가 먼저 있고 상대가 있다는 사고방식이다. 그들은 남을 돕기보다 남이 나를 도와주길 바란다. 진정한 성장은 타인을 돕는대서 비롯된다고 나는 믿는다. 다행히도 이들은 나와 같은 믿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매일 좋은 글을 올려주고, 가끔 안구 정화 사진을 남기고, 삶이 무료하지 않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계산하지 않기에 가능한 행동들이다.    


나에게 그들은 지난 2년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글쓰기 모임을 만든 것도 생경했고,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것도 버거웠다. 그래도 2년 동안 해올 수 있었던 건 묵묵히 지켜봐 준 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조바심 내지 않았다. 단 한 번도 탓하지 않았다. 실수해도 OK, 좋은 일에 두 손 두 발로 축하해 줬고, 힘들 땐 조용히 곁은 지켰다. 장담컨대 내가 준 것보다 받은 게 더 많았던 2년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나 또한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


나이 들수록 내 사람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혼자 살 수 없는 세상 이왕이면 더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기 위해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는 게 필요하다. 방법은 이미 말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고, 적당한 거리를 두며,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이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떤가? 자신의 진심을 알아봐 줄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기꺼이 투자해 볼 만하지 않을까? 인간관계에서 남는 장사는 내 것을 먼저 주는 사람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제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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