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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Feb 03. 2024

기회비용과 글쓰기

짬짜면을 만든 이유는 선택을 쉽게 하기 위한 거라 생각한다. 둘 중 하나만 먹으면 먹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이 남기 마련이다. 짬짜면뿐만 아니다. 전공을 선택할 때도 고민하는 이유는 다르지 않다. 이직을 결정할 때도 떠날지 남을지 망설이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결혼을 선택할 때도 예외 없다. 기대와 걱정이 51대 49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결혼을 하는 건 걱정보다 기대가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선택 이후에는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그림자가 되어 따라다닌다.


2009년쯤으로 기억한다. 이직을 준비하던 사수가 나에게 제안했다. 옮기기로 한 곳에서 해외 현장으로 발령을 받을 것 같다며 함께 나가지 않겠냐고 물었다. 연봉의 1.5배, 어차피 현장에서 고생하는 거 돈이라도 많이 벌면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내에게 의견을 물었다. 두 번 생각하지 말라며 단박에 거절했다. 나갔다가는 다시는 돌아올 생각 말라며 엄포 놨다. 나도 두 번 묻지 않았다. 사수에게 가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그때 만약 해외 현장을 선택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백수로 지내던 나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준 소장님이 있었다. 이전에 다녔던 회사라 채용 결정도 수월했다. 그다음 주부터 출근하기로 했다. 같은 날 최종 면접을 봤던 1군 건설사에서 연락이 왔다. 다음 주부터 출근할 수 있냐고 물었다. 잠깐 망설였고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불쌍한 나를 거두어준 소장님과 전 직장을 또 한 번 배신했다. 어처구니없어할 소장님과 인사담당 임원에게 메일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도망치듯 출근한 1군 건설사에는 두 달도 못 버티고 도망쳤다. 그때 만약 배신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2018년 초 배신했던 소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다짜고짜 이직할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그때 다니던 직장은 월급은 잘 나왔지만 미래가 불투명했다. 업무 스트레스는 손톱만 대도 흘러 넘칠 것 같은 물 잔이나 다름없었다. 두 번 생각 안 하고 그러겠다고 했다. 두 달 만에 회사를 옮겼다. 그리고 6년째 같은 회사를 다니는 중이다. 연봉과 처우는 그저 그렇지만 내 시간을 많이 낼 수 있다. 그 덕에 매일 책 읽고 글을 썼다. 그 사이 작가가 되었고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그때 만약 소장님의 제안을 거절했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해외 현장을 선택했다면 연봉의 1.5배를 받을 수 있었다. 일자리를 마련해 준 소장님을 배신하지 않았다면 몇 년 동안 마음이 불편한 채로 살지 않아도 됐다. 이직을 권유한 소장님을 따르지 않았다면 아마 작가나 강사가 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처럼 하나를 선택했을 때 선택받지 못한 것에 대한 가치를 '기회비용'이라고 경제학에서 정의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러니 기회비용은 모든 순간 따라다닌다. 아무리 현명한 선택을 내려도 기회비용, 바꿔 말해 '미련'은 남기 마련이다. 미련을 남기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어떤 선택을 내려도 기회비용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기회비용이 없는 선택은 없을 것 같다. 대신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은 덜 남게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한 방법은 선택에 만족해하는 것이다. 기회비용에 미련을 두기보다 선택한 것에 집중해 보는 거다. 그로 인해 내 선택이 옳았다고 믿게 만든다. 선택이 옳았다고 믿는다면 적어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는 덜 남을 테니 말이다.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둘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글을 쓴다고 수억 부자가 되는 게 아니었다. 물론 인기 작가가 되면 수십 억 버는 건 일도 아닐 테다. 나는 여전히 글만 쓰는 무명작가일 뿐이다. 돈도 안 되고 인기도 끌지 못하는 이 일을 6년이나 붙잡고 있을까? 6년 전 스마트 스토어에 올인했다면 돈이라도 많이 벌었을 텐데. 아니면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에 부업을 했다면 적어도 월급에 쪼들려 살지는 않았소 있다.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했기에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포기했다. 포기했던 기회비용이 어쩌면 나에게 더 필요했던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6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냈다. 작가를 선택하며 포기했던 것들에 미련을 남기지 않으려 앞만 보고 달렸다.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다. 매일 썼기에 10여 권 책을 냈다. 좌절하지 않았기에 책 쓰기 강사로 활동하는 중이다. 한눈팔지 않은 덕분에 내 선택이 옳았다고 여전히 믿는다.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내 선택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보니 나름의 진리라고 믿게 되었다. 기회비용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선택에 만족해하고 최선을 다해보는 것이다.





https://docs.google.com/forms/d/1vp7NafBv7Gdxi3xN7uf0tr1GV-aPT5lbsIZMryYnOlY/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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