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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형복 Jul 06. 2019

[소선재 한담 3] 쉰의 나이, 삶의 원칙

어제(2019.6.17.) 경북대민교협 총회가 있었다. 안건은 두 가지. 하나는, 회칙 개정건이고, 다른 하나는, 차기 의장 선출건이었다. 이 가운데 현안이었던 후자도 무난히 해결되어 나는 2년 간 맡았던 의장 직무를 무난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경북대민교협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평가는 다양하다. 하지만 대학자치를 비롯한 민주주의와 관련한 학내외의 주요 사안에 대해 민교협은 적극적인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민교협은 교수회와 본부의 갈등과 대립 국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학내 소수자들의 권리를 위해 전면에 나서 직접 행동으로 싸우기도 한다. 그러니 총장을 위시한 본부의 입장에서 보면 민교협은 여간 껄끄럽고 성가진 단체가 아닐 수 없다. 반대로 대외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거나 행동하지 않는 학내 구성원일지라도 민교협의 행동에 대해서는 적극 지지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교육정책의 실시와 환경의 변화로 대학은 심각한 정체와 위기에 빠져 있다. 민교협이라고 하여 예외가 아니다. 신입회원의 영입이 쉽지 않고, 선배교수들은 차츰 정년을 맞아 퇴직하니 회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오직 경북대민교협만 건재할 뿐 다른 대학들에 있던 민교협은 문을 닫고 활동을 그만 둔 지 이미 오래되었다. 그 대학에서 민교협이 재건될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지 않다.  


지난 2년 간 의장을 맡아 경북대민교협을 이끌어 오면서 조직의 기반을 확고히 하고, 정체성을 확고하게 정립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제 차기 의장단이 구성되었으니 그분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다.


경북대민교협 의장직을 마지막으로 대외적으로 맡고 있던 모든 직을 그만두었다. 두 어깨를 누르고 있던 부담에서 벗어나니 한결 마음이 편하고 자유롭다. 이 세상에서 영원히 머물 수 있는 존재는 없다. 하물며 유한한 생명을 가진 우리는 제 아무리 애를 써도 때가 되면 떠나야 한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는 무한의 시간과 공간을 잠시 빌린 것이다. 그것을 영구 임대하겠다거나 내 소유로 만들어 독차지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은 어리석기 그지없다.


주변 동료 또는 선배교수들 중에는 나이 들고 정년이 다가올수록 어떤 일에 지나친 관심과 열정을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게 학문적 열정이면 얼마나 좋을까? 대부분 학문이 아니라 세속의 일이니 문제가 심각하다. 그 중에서도 오로지 정치를 통해 자신의 마지막 남은 삶의 열정을 불태우고야 말겠다는 이들의 병통은 치유할 수가 없다.


세속의 나이 쉰이 되면서 몇 가지 삶의 원칙을 세웠다.


1. 총장이 임명하는 보직을 하지 않는다.

2. 올곧게 학자로 살다 명예롭게 정년을 맞는다.

3. 세속의 가치에 얽매이지 않은 나의 삶을 산다.


위 원칙은 한마디로 학문의 길에 들어섰을 때의 초심을 잃지 말자로 요약할 수 있다.


쉰 중반에서 예순의 나이로 나아가는 이 시점에서 내가 더 이상 무슨 세속의 욕망을 추구하랴. 그동안 나는 세상과 사람들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받아 누렸다. 비리에 연루되지 않는 한 나는 명예롭게 퇴직하고 여유 있는 노년을 보낼 것이다. 욕심은 금물. 버리고 떠나고 비울 일만 남았다. 조용히 피었다 지는 꽃처럼 살다 가면 된다. 그러면 충분하다. (20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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