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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abutomby Dec 17. 2019

만들어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보드 연구자의 핸드메이드 파우더 스노우보드 제작기 (1-1)

Abstract

  올 초에 산업디자인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회사에서 UX 디자이너 (혹은 인터랙션 디자이너, 실제로는 선행 디자인연구를 하고 있는 듯 하다.)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얘기를 해보자면 나는 디자인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이런 자기 자랑이 나온 이유는, 사실 지금이 아니면 이걸 자랑을 언제 어디다 해볼까 싶은 마음에... 왜 스노우보드를 직접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나는 스노우보드를 탄다. 꽤 오랜 세월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13년의 매 겨울마다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서 시즌권을 사고 보드를 타러 다녔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재능도 없었지만, 체계적으로 연습하고 노력 비슷한 걸 했다. 덕분에 그와 관련된 학위 논문 주제를 정했고 적당히 즐겁고 적당히 고통스러운 과정 끝에 박사 학위를 딸 수 있었다. 밥 벌어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준 고마운 스포츠 도메인에 대한 헌정... 까지는 아니지만, "디자이너는 모든 걸 다 할수 있어!" 라는 모 교수의 학부시절 달콤한 유혹 조금과 손으로 뚝딱거리면서 만드는 걸 좋아하던 (잘하던) 지도 교수님의 영향 조금, 그리고 다른 사람과는 다른 경험을 해서 우쭐거려고보고 싶다는 마음이 합쳐져서 이 프로젝트를 실행 하게 되었다. 


진행해놓고 보니, 생각보다 길고 어려운, 그리고 흔치 않은 경험이기에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놓고자 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보드를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 아니면 나처럼 보드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모쪼록 나의 경험을 즐겁게 관람하시길 바란다.


figure 0.1 처음으로 만든 파우더 보드. 나무 합판을 코어로 사용했고, 코어 프로파일링 과정에서의 실수로 후에 파손되었다.



Methodology

A. Design and Order

  일반 가정 혹은 약간의 비전문적 공구만이 준비되어있는 상황에서 보드를 만드는 것은 상당히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활동이며, 품과 돈이 많이 드는 경험이다. 제작에 필요한 정보는 대부분 유튜브와 구글 검색을 통해 얻을 수 있었으나, 상황에 맞는 임기응변과 대체재에 대한 유연한 탐색이 필요한 부분이 많았다.


*이 글을 읽는 예비 아마추어 보드제작자들에게: 데크 1장의 재료비/가공비는 약 2~30만원정도, 이를 위한 부자재 및 공구들은   이상이 소요되었음을 미리 알린다. 지금까지 총 열장의 데크를 만들었고, 두 대는 제작에 실패했고 한대는 부러졌다.(설계 결함) 확실히, 만드는게 더 비싼 것 같다.


*보드는 갖은 재료를 샌드위치처럼 쌓아서 만드는데, 이를 압착하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실제 업체에서는 보드를 압축 프레스로 찍어서 만드는 '프레스 방식'을 사용한다. 재료를 겹쳐낸 다음 몰드에 넣고 기계 압력과 열을 가해서 굳히는 것이다. 한편 많은 아마추어 보드 제작자들은 '진공 프레스'의 방식을 사용한다. 몰드에 재료를 넣고 진공을 만들어 대기압을 이용하여 누르는 것이다. (심지어 이걸 진공청소기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본 프로젝트에서는 후자의 방식을 선택하였다.


*당연하겠지만 아마추어 레벨에서 제작된 보드는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 나의 경우는 사람이 많지 않은 슬로프에서 테스트를 하였다. 강한 브레이크를 걸어거나 조금씩 프레스를 주면서 보드에 힘을 가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와장창 부서지거나, 인서트 너트가 뽑히는 경우는 없었으나, 크랙이 가거나 쪼개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음을 미리 알린다.


*이 글과 이어지는 글 등에서 기술된 제작 방식은 완성형이 아니며, 스스로도 계속 탐구/발전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2mm 철판을 프로파일에 기대어 만드는 밴딩 방식은 평탄화에 있어 문제점이 있으며, 코어와 베이스를 정렬하는 방식은 블록을 고정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식을 발견하였다. 제작기마다 이러한 개선점이 기술되어있다.




1. 재료 구입 (해외 직구)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해외에서 판매되는 보드 제작 재료를 구입하는 것이다. 사실 외국의 몇몇 사이트 (http://snowboardmaterials.com 사이트를 주로 이용- 캐나다에 있는 사이트며 배송대행지를 이용하는 경우 데크 2대 분량에 약 3만원정도 배송대행비가 붙는다.) 에서는 대부분 보드 한대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팔고는 있다. 하지만 해외 배송을 통해 받아야 하기 때문에, 몇몇 재료 (코어가 되는 나무, 유리섬유, 에폭시 등)는 국내에서 수급하는 것이 더 용이하다. 기본적으로 스노우보드의 엣지, 베이스, 바인딩 인서트홀의 경우에는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수급하는 것이 좋다. 직구 배송비등을 감안하더라도, 10만원 내외정도로 구성할 수 있다. (1세트 분량 기준) 미국 내 배송과 국제 배송 기간은 약 2주 정도 넉넉히 잡으면 되기 때문에, 제일 먼저 구입해야하는 것은 이 재료들이다. (그리고 사실 일단 질러놓으면 다른 것들을 시작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베이스의 색상이나 타입등만 미리 정하고 바로 주문을 하면 되겠다. 물론 베이스를 다이컷 방식(컷팅으로 잘라서 끼워넣는 방식)으로 디자인을 하거나, 프린트 된 베이스를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일단은 최대한 실수의 여지를 줄이고자 단색 단판의 베이스를 선택했다.




2. 보드 설계

  재료를 주문함과 동시에 보드의 디자인을 진행해야한다. 사실 보드의 형태가 이래야한다라고 정해진 것은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디자인을 하면 되는데, 그래도 기본적인 속성들을 지켜주면서 디자인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구글과 네이버, 그리고 제작사의 스펙 시트들을 참고하면 본인이 원하는 보드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 요소를 쉽게 습득할 수 있다. 참조한 자료는 글의 하단 레퍼런스에 기재해 둘 것이다. 나는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를 이용하여 전체적인 평면 이미지를 구성하였다. 보드의 길이는 140cm 부터 160cm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있고, 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파우더(깊게 쌓인 자연설을 타기 위한) 보드를 만들기로 했으며 150cm의 노즈가 훨씬 긴 보드의 형상을 선택했다. 트리런에서 급하게 자세를 바꾸거나 하기 위해서 보드의 사이드 컷을 7M로 짧게 주었고, 테일에 제비꼬리의 형상을 추가하여 테일을 가라앉게 하여여 노즈 쪽의 부력을 더했다. 또한 사이드 컷을 노즈 쪽이 더 넓어지도록 사이드컷(호)의 각도를 2도 정도 열어주었다. 인서트 홀의 경우에는 기존의 4*4 바인딩 세팅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였다. (사실 다른 옵션이 없다) 발 사이의 너비, 스탠스는 기존 내가 사용하는 보드(1718 / NITRO / TEAM exposrue /155cm)와 최대한 비슷하게 세팅하였다.  Set-back을 3cm 정도 두어 두 발의 중심이 보드 사이드 컷의 중심보다 뒤로 가도록 하였다. 관련 자료는 구글과 기존 보드회사에서 나오는 스펙 데이터 시트를 참고하였다.


Figure 1.1 프로토타입 No.4와 6의 베이스 도안. (4는 날려먹었다)

 

   평면도가 그려지면, 쌓이는 레이어들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한다. 일반적인 스노우보드는 다음과 같은 재료를 쌓아서 만드는 샌드위치 방식으로 제작된다.


베이스에 붙여진 엣지: 눈에 닿는 면으로 활주를 가능하게 하고 왁스를 잡는다.

VDS테이프: 절연테이프 같은 테이프로 접착력 증대, 진동감소의역할을 한다.

유리섬유: 힘을 받아주고 모양을 잡아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구조재

나무 코어: 보드의 특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구조재로, 눈에 닿지 않도록 플라스틱 사이드월이나 tip-fill material 등을 주변에 두른다. 인서트 너트도 여기에 조립된다.

유리섬유

탑시트: 보드 표면을 보호하고 그래픽을 넣을 수 있도록 한다.

Figure 1.2 보드의 구조 http://www.mechanicsofsport.com/


  이 다음 설계부터는 조금 복잡해진다. 아까 위에서 결정된 보드의 아웃라인을 기준으로 안쪽으로 2mm 간격을 두고 작아진 형태가 베이스 재료의 형태가 된다다. (엣지의 두께가 2mm이므로) 그리고 나무로 만들 우드 코어는 일반적으로 베이스의 형태에서 3mm를 더 안쪽으로 오프셋을 준다. 그 이유는, 직구로 주문한 사이드월의 너비가 10mm이고, 사이드월의 중심과 엣지의 끝부분(제일 바깥부분)을 지나는 것이 오차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설계이기 때문이다. 만약 우드 코어가 더 넓어지면, 적층 작업에서 각 재료의 정렬이 어긋날 경우, 나중에 나무가 눈에 직접 드러나 닿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만약 코어가 너무 좁으면, 엣지가 사이드월 밖으로 튀어나올 수도 있다. 때문에 이 부분을 잘 디자인해주어야한다.


  나무 코어의 경우 인서트 너트가 들어가게 되는데, 이부분은 실측을 하여 육각형 혹은 원형으로 1mm에서 1.2mm 정도 단차 가공을 해준다. 여기서 주의해야할 것은 그냥 육각형태로 도안을 만들어 CNC를 맡기는 경우에는 (보통 CNC가 원형의 드릴날이기때문에), 깔끔한 육각형이 안나오고, 끝이 둥그래진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이 부분을 고려해서 디자인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코어의 두께는 보드의 형태와 속성에 따라 매우 다른데, 보통 가장 두꺼운 부분이 6.5~7mm, 얇은 부분이 1~2mm 정도 되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파우더 보드 처럼 테일이 짧은 경우에는 끝 부분이 4mm정도에서 끝나는 것이 안전성확보에 더 좋을 듯 하다. (코어가 두꺼울수록 잘 휘지 않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설계과정을 통해 나오는 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베이스 아웃라인

 코어 아웃라인, 인서트홀 위치, 단차가공

Figure 1.3 코어의 디자인과 베이스의 디자인 (3mm정도 오프셋을 주었다)





3. 설계된 재료의 가공

  제품의 가공은 보통 직접하기 보다는 업체(CNC)등에 맡기는 경우가 편리하다. 베이스의 경우에는 칼이나 가위로 자를 수도 있으나, 최종적인 보드의 아웃라인이 여기에 좌지우지되며, 특히 베이스의 단면이 비스듬하게 잘라지는 경우 엣지의 접착에 있어서 틈이 생기기 쉽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CNC를 맡기는 것을 추천한다.(CNC 비용은 대략적으로 베이스 한장에 15000원 정도 들었는데, 가공소에 따라 해주는 곳과 아닌곳이 있다. 주로 목공 CNC 집에서는 잘 해줬다.) 해외에서는 합판이나 mdf 등으로 템플릿을 만들어놓고 트리머나 루터로 자르는 경우가 있지만, 특이한 형태 하나만을 만들 예정이기 때문에 나는 CNC를 이용했다.


  또한 잘라진 베이스에는 엣지를 붙여야 한다. 중심이 되는 가운데의 큰 커브는 오히려 미리 휘지 않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밀어서 접착하는 것이 더 깔끔한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보통 노즈나 테일의 휘어지는 부분의 경우 제대로 휘어내기가 어려운데, 많은 고민을 해보았지만, 결국 손으로 휘는 것이 가장 무난 하였다. 엣지를 붙이는 과정은 굉장히 신중해야한다. 나의 경우에는 목공용 5kg 짜리 클램프를 여러개 구비해놓고, 엣지를 베이스에 최대한 밀착시켜 순간 접착제를 떨어뜨렸다. 엣지는 에폭시로 적층하지 전까지 고정만 되면 되기에 조금 접착의 강도에 대해서는 걱정을 덜해도 좋다. (오히려 너무 많이 접착제를 들이 붓는 경우, 에폭시가 제대로 접착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Figure 1.4 CNC로 가공된 베이스에 엣지를 붙였다. 엣지는 순간접착제로 붙이는데, 최종 프레스 전까지 고정하는 용도로 생각하면 된다.
Figure 1.5 이런 엔지 벤더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것은 나중에 한번 해보고 싶다.


  우드 코어의 경우, 해외에서는 라미네이티드된 우드를 사용한다. 하드 우드는 내구성이 좋고 탄려이 뛰어나지만 무거우며, 소프트우드는 부드럽지만 너무 약하다. 때문에 이 각재 나무들을 적절히 섞어서 원하는 플렉스와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소프트 우드로 전체 우드 코어의 아웃라인을 잡을 때 안쪽에 띠 형태를 함께 파내고, 하드 우드를 여기에 딱맞는 형태로 같이 가공하여 목공풀을 이용하여 접착하였다.(Figure 1.3) 역시 CNC를 이용하여 작업하였다. 작업된 우드 코어에는 양옆으로 사이드월과 팁필 머티리얼을 붙이면 된다. 이 재료들의 역할은 보드의 내구성을 높이고 핵심적으로는 코어의 나무 부분이 물에 닿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단차가공된 곳에 인서트너트를 넣고 (순간접착제로 고정) 우드코어 작업을 완료한다.

Figure 1.6 보드의 우드 코어 프로파일 좌우의 빗면 가공이 어려운 것이다.

  위에서 설명하였듯이, 보드의 우드 코어는 얇은 곳(노즈나 테일쪽)은 2mm, 두꺼운 부분은 점차 7mm로 두꺼워진다. (이걸 작업하는 것이 보드 제작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존 구글에서 다른 사람들이 한것을 확인해보면, 크게 다음의 세 가지 정도로 나뉜다.


A. 프로파일링 지그를 제작하기

  아마추어 제작 과정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이다. 직접 경사면에 대한 지그를 만들어서 트리머 등으로 깎아내는 방법으로, 이경우에는 끝부분의 얇아진 나무가 바닥면에서 뜨면서, 생각보다 많이 파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정확하고 확실하게 두께를 정리할 수 있다. 작년에 보드를 만들때는 이걸 활용했는데, 지그를 만드는 작업이 조금 어려웠지만 생각보다 정확한 제작이 가능하였다.

Figure 1.7  개념상으로 확대해보면 이런 구조이다.(SkiBuilders.com)


B. 자동대패 이용하기.

  역시나 지그를 만들어서 자동 대패에 넣고 깎는 방법이며, 이는 실제 업계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다만 자동 대패가 비쌌기 떄문에, 내가 시도하기에는 부담이 있었다. 6장이나 만들 줄 알았으면 한번 사는 걸 고려해봤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Figure 1.8 디월트 제품. 이게 갖고 싶었다.


C. 전동대패를 이용한 수가공

   이번에 내가 선택한 방법이었다. 전동 대패를 이용하여 끝에서 안쪽으로 계속 밀어주다보면, 어느정도 부드럽고 정렬된 면을 얻을 수 있다. 아무래도 손으로하는 작업이라 부정확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작업할 수 있고, 간편하다고 생각된다.

Figure 1.9 프로파일링 작업을 하는중. 중간 중간 버니어캘리퍼스로 체크해주면 더 정확하지만
Figure 1.10 검은색 사이드월을 붙인 뒤 두께 가공을 진행하였다.





4. 2차 재료 주문

  우드 코어 프로파일 가공을 하고 난 뒤 2차 주문을 진행한다. 2차 주문에서는 실제 보드에 들어가는 유리섬유와 에폭시, 진공성형 관련 물품을 주문해야한다. 데크 한 장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항목은 다음과 같다.

유리섬유 (150cm*40cm) 2장

저점도 에폭시 (500g)

블리더(부직포같은 재료로, 진공 성형시 공기 길을 만들어준다)

실란트 테이프(진공백을 붙이는 테이프)

배깅필름(비닐)

등이 있다. 사실 베큠배깅에 대해서는 좀더 전문적인 자료들이 있으나, 나는 필수적인 요소들만 사용하였다. 여기에 좀더 추가하고 싶은 재료가 있다면, 추가하면된다. 예를 들어 카본 밴드를 X자로 두른다던가 하는 것들 역시 가능하다.


  보드의 노즈와 테일, 캠버 등의 측면 라인을 위해서는 기준이 될 몰드가 필요하다. 유튜브를 보면 아마추어들이 보드를 찍어내기 위한 (휘어내기 위한) 몰드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구조목 등을 직쏘로 보드의 단면처럼 잘라서 합친 후 샌딩해서 평평한 면을 얻기, 혹은 기존 보드 위에 재료를 얹어서 모양을 훔쳐내기. 첫번째는 품이 너무 많이 들고, 오래걸린다는 단점이 있었고, 원하는 캠버를 만들기 어렵다는 점 역시 문제점이었다.


  때문에 내가 선택한 방법은, 아직은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방법이긴 한데, 2mm의 어느정도 탄탄한 철판과 프로파일을 이용하여 몰드를 제작하는 방법이었다. ㅒ형태의 프로파일을 만들고 여기에 철판을 붙인 뒤에, 앞뒤로 무언가를 넣어주어 노즈와 테일을 들리게 하고자 하였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효율적이고, 판판한 평면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하였다. (실제로 그렇게 작용하였다) 프로파일은 약 5만원 어치, 철판은 가공비 포함 2만원이었다. 프로파일은 인터넷으로 주문하였고, 철판은 레이저 가공을 하는 집에 주문하고 직접 수령해왔다.


*(추가) 사실 이 몰드 제작 방식에는 큰 결함이 존재하는데, 너무 미세한 부분이라 튜닝샵에서 평탄작업을 통해 확인하기 전까지 데크를 대여섯장을 만드는 동안 발견하지 못했다.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후반부에 다시 다룰 예정이지만, 요약하자면 2mm의 두꺼운 철판이라도 진공백 안에서 힘을 받아 뒤틀리기때문에, 베이스가 미세하게 울퉁불퉁해지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사용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완성도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다.


Figure 1.11 프로파일로 구조를 짠 다음 철판을 가공하여 상판에 고정하고, 앞뒤로 받침을 괴서 높이를 주었다. (사실 사진보다 더 많이 휘도록 괴어 놓아야 한다.)

  또한 가장 중요한 장비 중 하나는 진공 성형 장비이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이 프로젝트에서는 보드의 재료를 쌓아서 진공백에 넣고 대기압을 이용하여 보드를 굳혀낼 계획이다. 작업실용 청소기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나는 네이버의 공구 카페 등을 통하여 중고 진공 펌프를 구입하였다. (5만원-8만원 정도 준듯 하다). 생각보다, 진공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라도 걱정을 덜기 위해서는 진공 펌프의 구입을 추천한다.


*탑시트의 준비  

  탑시트는 보드의 겉 표면으로, 1mm 내외의 피텍스 재질이나, PU재질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탑시트도 역시 해외직구로 직접 주문할 수 있고, 원하는 그래픽을 만들어서 넣을 수도 있다. 나는 직구하지 않고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서, 직접 디자인한 그래픽을 배너지 (페트지)에 인쇄하는 방법과, 1mm내외의 무늬목을 시공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무늬목의 경우 실제 나무 표면이 나타나기때문에 고급스러워보이는 경향이 있으나, 시공이조금 복잡하다. 작업시에 무늬목을 올린 뒤에 이형 필름을 부착하거나, 추후 에폭시를 코팅해주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지금까지 준비된 재료를 순서대로 살펴 보면,

베이스 (엣지가 접착되어있는)

우드코어 + 사이드월 + 인서트 너트 (두께 가공이 마무리 된)

유리섬유 2장 (철판의 너비 보다 좁고, 데크의 두께보다는 큰)

VDS 테이프

탑시트 재료

몰드 + 베큠 베깅 재료 (저점도 에폭시, 배깅필름, 실란트테잎, 진공펌프)


자, 그럼 이제 보드를 만들(찍어낼) 준비가 되었다.


다음 챕터에서는 준비된 재료를 찍어내는 과정, 그리고 다듬는 과정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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