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올리네요.
한 신문사에 일년 동안 '현대사회의 괴로움과 명상'에 관한 글을 연재했습니다.
독자분들께 자그마한 도움이 되시고자 하는 마음에 한 편씩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음을 보호하는 강력한 호심(護心)용품, ‘마음챙김
널리 알려졌듯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자살률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국내 일 평균 자살자 수는 36.5명으로 40분마다 한 명씩 고귀한 생명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사망원인 1위는 악성 신생물(암)이고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질환에 이어 자살은 5위이다. 그러나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며 40대부터 50대까지의 사망원인 2위도 자살이다. 살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는 점은 우리 사회의 슬프고도 비참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자살의 동기는 무엇일까. 보건복지부 자료에서는 자살동기 1위가 ‘정신적·정신과적 문제’, 2위는 ‘경제생활문제’, 3위는 ‘질병문제’로 제시되었지만 1위인 정신적·정신과적 문제의 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는다.
정신적·정신과적 문제는 정신질환을 의미하며 우울증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많은 연구들에서는 자살과 우울증은 연관성이 높으며 자살관련 요인 중 우울증이 가장 위험한 단일 요인이라 말한다.
■ 자살로 내모는 ‘우울증’
2주 이상 연속 우울감을 경험한 성인의 자살생각률은 35%로서 우울감 경험이 없는 사람(15%) 보다 2배 이상 높기 때문에 우울증은 치료가 시급한 질병에 속한다. 202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연간 100만 명을 넘어섰고 진료비는 5000억원을 상회했다.
자살의 뒤편에 우울증이 있다고 보면 우리는 결과로 드러난 자살보다 우울증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우울해하는 이유와 해법은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우울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까. 보건복지부 자료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살 의도가 높았던 층은 ‘학생, 가사, 무직’이었고 기초생활 수급자가 일반인보다 자살 생각 경험률이 4배 이상 높았으며 소득수준이 하위권인 경우 상위권보다 자살생각률이 5배 높았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추측 가능한 것은 우울증의 배경에는 경제적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이유는 생존과 관련된 의식주 해결 같은 절대적 빈곤 문제도 포함되겠지만 상대적 빈곤, 즉 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불평등과 박탈감도 포함될 것이다. 더불어 현 사회의 행복에 대한 시대적 인식, 다시 말해 행복과 성공을 판가름하는 사회적 기준은 ‘부의 소유 유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있다는 점도 우울증을 낳는 원인이라 생각한다.
■ 우울증의 원인은?
현 사회는 물질만능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이며 매일 접하는 미디어 세계는 이 같은 인식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 SNS,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고급주택, 고급승용차, 명품, 고급스러운 식당, 해외 럭셔리 여행 등 풍요로운 부와 관련된 영상들이 자주 등장하며 이것이 행복한 삶의 전형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들에게 영상 밖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신기루 같은 허상의 영상으로 인식된 세상과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과의 차이는 ‘괴리감’을 발생시키고 이는 ‘우울감’을 낳는다. 진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스스로를 불행한 존재로 내리깔아 버리며 극단적인 경우 삶을 스스로 종결시켜 버리기도 한다.
우울증은 자살과 상관관계가 높은데 국내 자살자 중 약 60%가 자살 당시 우울증을 겪었다는 연구가 있다. 또한 ‘정신건강 통계편람’(DSM-Ⅴ)에서는 우울증의 주요 증상으로 ‘슬프거나 공허한 느낌의 지속’, ‘흥미와 의욕의 감소’, ‘체중 감소나 증가, 식욕감소나 증가’, ‘반복되는 불면증 혹은 과수면’, ‘반복되는 피로나 에너지 상실’, ‘지나친 자기 비난이나 죄책감, 자신에 대한 무가치감’, ‘사고와 집중력의 감소 혹은 결정 곤란’, ‘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과 자살 충동’ 등을 제시한다.
특히, 이러한 증상 중 5가지 이상이 2주 동안 지속되는 경우는 중증 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에 해당되며 전문적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위 증상들이 갑자기 한꺼번에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실업, 인간관계 스트레스, 사별, 사업 실패 같은 부정적인 일들로 인해 몇 가지 증상들이 일어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할 수 있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거나 자연스러운 회복이 지연되는 경우에 특정 증상들이 증폭되고 지속되며 우울장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증으로 발전하기 전에 관리가 필요하다.
우리는 우울감을 관리할 수 있는 각자만의 도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울감을 관리할 도구로 걷기와 달리기, 요가, 명상을 제시하는데 특히 마음챙김 명상은 우울증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들이 있다. 마음챙김에는 호흡, 신체, 정서 등에 주의를 기울이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그 핵심은 ‘바로, 지금, 마주하는 순간들을 알아차리며 감각하는 것’이다.
■ 우울감 극복 방법 찾기
진정한 삶이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이지만 지금의 삶을 슬프고 아련한 과거로 채우거나, 걱정스럽고 불확실한 미래 속에 살게 되면 우울함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마음챙김은 이미 지나가 사라져 버린, 아직 다가오지 않은 삶은 ‘실제로 없음’을 자각시킴으로서 우울감을 제거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우울증에 특화된 마음챙김의 방법으로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Mindfulness Based Cognitive Therapy: MBCT)’가 있다. MBCT는 마음챙김과 인지행동치료가 결합된 심리치료 프로그램이다. 우울증의 특징은 재발인데 환자 중 약 50%가 치료 후 재발하며 심각한 우울 삽화(dispressive episode: 하루 중 우울증이 시작된 후 끝나는 시점)를 가진 환자의 경우 3년 내 재발률이 70% 이상이다. 그러나 MBCT와 약물치료 병행군의 65%가 8주 후 증상이 호전되었고 2년간 재발하지 않았다는 연구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원리로 마음챙김은 우울을 무력화할 수 있을까. 마음챙김의 핵심요인으로 ‘탈중심화’가 있다. 보통 특정 정서를 경험할 때(분노, 슬픔, 걱정 등) 정서의 중심으로 휘말려 들어가는데 마음챙김을 통해 ‘내가 지금 우울해하고 있구나’의 태도로 한 발짝 물러나면 그 순간 특정 정서의 중심에서 벗어나게 된다. 마음챙김 훈련을 통해 우울증 환자는 자신이 겪고 있는 경험을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함으로서 자신이 겪고 있는 우울경험의 중심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이를 통해 우울함은 자기 자신과 동일한 것이 아니며 자신과 분리된 하나의 경험임을 바라보게 함으로서 무력화 되는 것이다.
■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다
덧붙여 우울증의 주요 요인으로 ‘반추(rumination)’가 있는데 이는 특정 생각을 계속 반복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내가 경험하는 좋지 않은 것들, 예를 들어 나를 괴롭히는 사람, 다가올 부담스러운 일, 겪었던 괴로운 일 등을 ‘반복적으로’ 마음에 떠올린다. 그 이유는 이러한 반복적 생각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무의식적 동기에서 비롯하지만 반추는 오히려 우울, 분노 같은 부정적 정서를 강화시킨다.
이에 마음챙김은 막연하게 자동적으로 반복되는 인지 고리를 적발해 내고 끊어버림으로써 괴로움의 굴레에서 나를 건져주는 역할을 한다.
마음의 세상과 실제 세상의 괴리감에서 발생한 우울함은 우리의 마음을 은은하게 지속적으로 공격한다. 만약 우리의 마음을 보호할 수단이 있다면 우리는 그 어느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 이에 마음챙김은 강력한 하나의 ‘호심(護心)용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