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라고 쓰고 걷기라고 읽는다.

by Ahn네의 일기

요즘 날씨도 조금 풀리고 저녁이 되면 집 근처 천에 조성된 길을 달린다.

달리기가 붐이라서 그런지 젊은 청년에서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속도로 달리기 하는 모습을 본다.


처음엔 멋지게 뛰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속도를 내면서 뛰지만 몇 미터 못 가서 나의 폐활량과 체력의 호소로 속도는 줄고, 또 줄어 걷다 뛰다를 반복하게 된다. 이제 달리기를 시작한 초보 워커로서 러너들이 일정한 속도로 쉬지 않고 뛰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이 보기엔 뛰는 건지 걷는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느리게 가고 있지만 그 속도로 꾸준히 뛰는 것이 쉽지 않음을 이제는 안다.


달리기 인생론을 주저리주저리 작성해 본다. 나는 달릴 때 뛰다 걷다를 반복하는데 보통 뛰는 구간은 목표를 정해 놓는다(걷는 구간은 양심이란 것에 맡긴다). 다음 다리까지 쉬지 않고 뛰기, 다다음 다리까지 쉬지 않고 뛰기와 같이 목표를 정한다. 그다음부턴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목표를 바라보지 않고 뛴다. 바로 3미터 앞의 바닥만 보고 뛴다. 목표를 생각하고 바라보고 가면 절대 목표까지 쉬지 않고 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생도 비슷하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만 생각하고 살면 하루하루의 삶은 정말 별로로 살게 되는 거 같다. 과정을 즐기지도 못하고 결과에만 집착해 스트레스는 더 생기게 된다. 그러나 바로 오늘 하루를 성실히 살면서 소소한 목표에 집중하면, 어느새 최종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이게 달리기가 인생과 닮은 점이다.


한 동안 대학원 졸업(논문 작성)만 생각하며 살았던 적이 있었다. 뚜렷한 목표는 있었지만 진행에 난항을 겪으며 좌절을 맛볼 때마다 졸업이 점점 멀어지는 거 같이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그냥 논문을 내려놓고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살았다. 달리기를 하면서 하루하루 성실히 다시 진행해 보자는 생각으로 바뀌어 되었다. 무리한 목표를 세우지 않고 조금씩 진행해 보는 것은 달리기에서 3미터 땅만 보고 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풍경을 보진 못하지만,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템포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성취감도 있었다. 오늘도 조금은 나아갔네? 오늘은 이것도 못했네에서 생각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갈 길이 먼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길에 끝이 있듯이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그 끝에 다 달아 있을 것도 안다. 포기만 안 한다면 말이다. 멀리 보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있는 곳에서 바로 3미터 앞만 보고 가도 목표만 있다면 도달할 수 있다. 남의 속도 모르고 속도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같은 속도로 뛸 수 없다는 것을 이젠 안다. 남들과 다른 속도로 뛴다고 실패가 아닌 것을 안다. 결국엔 끝에서 다 만난다는 것을 안다.


"먼저 가 난 나의 템포로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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