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남긴다.
한 동안 책읽기와 글쓰기가 나의 삶 가운데 위로와 평안을 주었던거 같은데, 무언가 일상이 더 바뻐지고 여유가 없다보니 자연스레 멀어지게 된거 같다.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아예 처음부터 이야기해보자면, 중간에 지도교수님이 타의로 바뀌게 되고, 펀딩이 없게 되자 풀타임 박사에서 수료를 한 상태로 직장을 다니게 되었다. 학교에서 펀딩이 끊긴 후 다행스럽게도 바로 일을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그러면서 박사 학위 졸업은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던 중 직장(연구소)에 계신 교수님의 도움으로 데이터를 다루는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그걸 통해 박사학위 논문의 프로포절까지 마칠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 더욱 속도를 내어 금방이라도 논문을 쓸 수 있을거 같았다. 그러나 박사 졸업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분명히 나는 프로포절 상의 분석과 내용들을 바탕으로 논문을 작성하고자 했으나 새롭게 바뀐 지도 교수님은 기초분석부터 시작해서 자료를 하나하나 체크하며 논문을 작성하길 원하셨다. 한참 분석을 하면서 진도를 뽑고 있던 시기에 지도 교수님의 피드백이 나를 기운 빠지게 했다. 뭔가 다시 돌아가서 삽집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교수님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풀타임도 아니고 학교에서 내치듯이 나와서 일을 하며 논문을 쓰고 있는데 어떤 배려도 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 동안 직장의 일이 바뻐 논문에 손을 못대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졸업까지 2학기 안에는 끝내야하는 압박이 느껴져 다시 정신을 차렸다. 적극적으로 지도 교수님의 피드백을 반영하고 분석하여 논의를 드리고, 더 확장하려는 지도 교수님의 의중을 협상(?)을 통해 줄이고.....이런 모든 과정을 거쳤다는 생각이 들자 주변에 박사를 졸업한 분들이 너무나 존경스럽게 보였다. 논문만 쓰면 되는게 박사가 아니었다. 그런 박사는 없다. 각자 여러 상황 가운데 변수로 인해 어려움이 생기고 그런 어려움을 뚫고 해낸 것이다.
교수님의 피드백을 반영하며 분석하고 상의드리고 하는 과정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 지식적으로도 배우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도 배우게 되었다. 그래서 과정에 집중하고 배움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앞 만 보고 있었더니 나 보다 먼저 졸업한 사람들과의 비교에 힘들었다. 그러나 뒤를 돌아보니 박사과정을 하면서 배우고 성장한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박사를 지원하기 전에는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지금은 하고 있는 것이다. 인생은 앞 만 보면 안된다. 가끔 뒤를 돌아보며, 감사한 것이 얼마나 많은지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내려 놓자. 후회를 남기지 말자. 티비에서 반영하는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 늘 하는 멘트이다. 정말 간절한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부터 갑자기 추워졌다. 시기상 초겨울인데 날씨가 초가을 날씨라 단풍이 오랫동안 나무네 달려있어 어느때보다 긴 가을을 보낸거 같다. 근데 그 가을이 이제 끝나고 추운 겨울이 다가온거 같다. 논문에, 일에, 개인적인 가정사 등등 삶은 우리를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보내주지 않는거 같다. 추운 겨울이 왔지만 내 마음은 감사 가운데 뜨거웠으면 좋겠다.
날이 추워지니 길거리에 파는 오뎅 국물도, 편의점에 등장한 호빵도 모두 소중해진다. 다른 때에 먹을 수도 있지만 이 시기에 먹어야 더 맛이 나기 때문이다. 추우면 추운대로 나를 버티고 살게 해주는 소소한 감사의 제목들이 있다. 기억하자. 추운 겨울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