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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Dec 10. 2017

당신에겐 러닝커브가 있나요?

#직딩에세이 #05

취업난이 아무리 심해도 회사엔 사람이 부족하다. 근무여건이 안 좋은 회사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페이스북처럼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회사도 마찬가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페이스북 코리아는 12명의 사람에 대한 채용공고를 내고 있다(구글에서 facebook seoul career라고 검색하면 된다). 페이스북 코리아의 전체 인원이 약 60명 정도니까, 자그마치 1/5이나 되는 인원을 한꺼번에 뽑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포지션이 왕창 열렸나요? 아니요, TO는 있는데 계속 못 뽑아서 그래요.

회사에 뭔가 문제가 있나요(가령, 사람들이 자꾸 그만두나요)? 천국은 아니라고 해도, 분명히 좋은 회사에요.

엄청 까칠하게 뽑나요? 채용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입사하는 것은 아니에요.


이만하면 혼란에 빠지기는 충분하다. TO도 있고, 회사도 좋고, 슈퍼 탤런트만 뽑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도무지 채용공고 인원이 줄어들지를 않으니까. 리쿠르터가 별로인가 하면 또 그렇지도 않고(매우 친절한 분이다). 


그런데, 사실 이건 꼭 페이스북만의 이슈는 아니다. 지금 여섯번째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내가 다녔던 모든 회사에서 늘상 들었던 이야기다. '사람이 없다'와 '지원자가 많다'라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니까. 아쉽게도 나는 채용 전문가가 아닌 만큼, 이러한 현상이 모든 회사에서 왜 그렇게 오랫동안 반복되고 있는지 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생각만큼 그렇게 단순한 이슈는 아니다. 입시, 대학, 입사, 이직의 프로세스에서 심각한 수준의 불협화음과 헛발질이 가득한 상황이니까.


다만, 지극히 내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것을 전제로, 페이스북을 비롯한 많은 '좋은 회사'들이 최근 들어 지원자에게 원하는 한 가지 분명한 자질이 있다면,


그것은 '러닝커브(Learning Curve)'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여기에 두 명의 지원자가 있다고 하자. 한 명은 해당 업계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베테랑이다. 다른 한 명은 경험은 훨씬 적은데 새로운 것을 훨씬 더 잘 익힐 것 같은 사람이다. 누구를 뽑겠는가? 물론, 해당 포지션이 어떤 자리이고, 그 포지션에 채용된 사람이 어떤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지(가령, 한국에선 광고주의 임원을 만나려면 이 쪽도 나이와 경력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이 유리하다)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조건이 얼추 비슷하다면,


최근에는 확실히 '새로운 것을 잘 익힐 수 있는(러닝커브를 가진 사람)'이 선호되는 것 같다.


Good News는 당신에게 누구나 인정할 만한 굉장한 커리어가 없다고 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좋은 학교를 나올 필요도 없고, 누구나 다 아는 쟁쟁한 회사를 다녔던 경력도 필요 없다. 심지어 (최소한 입사 후 얼마 동안의 기간까지는) 영어를 잘 못해도 된다! Bad News는 당신이 이렇다는 것을 증명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당신이 '이것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으면 더욱 그렇다. 대놓고 포기하기 전에, 페이스북(이라 하고 구글이나 한국의 많은 좋은 IT회사들)에서 왜 지원자가 가진 '경험(이력서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보다, 그 사람이 입사 후 새로운 지식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능력(a.k.a. 러닝커브)'을 더 우선시하게 되었는가를 생각해 보자.


아주 간단히 이야기하면, 그 사람이 지금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서의 경험'은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나칠만큼 단정지어 얘기하기 때문에 나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도 아무 것도 모르는 것보다는 많이 알고 있는 것이 낫지 않아요? 이렇게 물을 수 있겠다. 물론 이 말은 옳다. 설마, 모든 지식이 정말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을리가 있나. 같은 조건이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을 수록 도움이 된다. 단, 그 사람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 무엇을 얻어야 하는가? 지식, 자격증 이런 것은 최소한 (페이스북과 같은) 회사에 입사하는 데는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페이스북이 사람들의 이력서에 담긴 경험을 통해 그 사람에게 묻고 싶어하는 것은, '그 사람이 지금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는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의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접근했고,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 내용을 통해 이 사람이 페이스북에 입사한 후, 분명히 겪게 될 어려운 상황에 대해 어떤 식으로 접근할까 상상해 보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를 알고 싶은 것이다. 페이스북은 그 자체로 '사람'에 대한 서비스를 가진 회사이기도 하고.


왜 지식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까? 그건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에 얽매이는 사람은 '과거'에 집착한다. 과거의 성공을 통해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는 방법론과 자신감을 얻었다면 다행이지만, '이 문제는 이렇게 풀어야 한다'라는 업무공식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페이스북과 같은 회사에 적응하지 못한다. 이미 세상은 크게 바뀌었고(가령, 지금은 누구나 모바일에서 물건을 산다), 바뀐 세상에서 어떻게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나갈 지를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한데, 과거의 향수에 젖어있는 사람은 여기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아무 '버릇'이 없는 사람이 더 낫다. 왜, 기억나지 않는가? K-pop스타에서 늘 나오던 '안 좋은 버릇'이 없는 사람이 더 낫다는 바로 그 얘기다.


자, 그러면 이쯤에서 '자신이 러닝커브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Self Test를 진행해보자.


1. 당신은 '호기심'이 많은가? 


물론, 면접에서 이렇게 물으면 아니라고 할 사람은 없겠으나, 지금은 아무도 보고 있지 않으니 진짜 솔직히 자신에게 물어보자. 꼭 업무에 대한 호기심은 아니어도 된다. 길을 가다가 뭔가를 봤을 때, '저것은 왜 저럴까?'라고 의문을 갖는 것도 호기심이다. 다만, 그 호기심이 굉장히 제한된 영역에서만 발휘되는 것이면, 당신의 호기심은 그 영역과 관련된 회사에서만 유효하다.


(말만 들어도 이미 도망가는 분들도 있겠으나) 수학을 예로 들어보자. 수학의 가장 큰 특징은 '답'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인(호기심과 담을 쌓은) 사람들이 늘 간과하는 부분은 '그 문제를 푸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문제를 이렇게도 풀어보고, 저렇게도 풀어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 그리고 이 과정 자체를 재밌어 하는 것이 호기심이다. 설마 수학 못한다고 호기심을 포기하는 사람은 없었으면 한다. 그런 이야기가 아니니까.


회사에서라면 누구나 '요 칸을 채워주세요'라는 요청과 함께 엑셀파일을 전달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럴 때 그 칸을 그냥 채우는 사람이 있고, 그 칸을 채우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살피는 사람이 있다. 가령 수식이 어떻게 걸려있는지 살피고, '이렇게 바꾸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은데, 가서 한 번 말해볼까'하는 생각을 갖는 것이 호기심이다. 특히, 뭔가 반복적으로 헛짓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호기심 강한 사람들은 몸이(아니, 머리가) 들썩들썩한다.


이러한 호기심은 '러닝커브'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2. 백지장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가?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러닝커브가 없다고(혹은 약하다고) 그 사람이 일을 못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해진 매뉴얼이 있고, 그 안에서 예측 가능한 범위 내의 자율이 주어졌을 때 성과를 내는 것 역시 굉장히 중요한 자질이다. 세상에는 이러한 자질을 원하는 경우가 더 많기도 하고.


다만, 페이스북과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것이 더 중요한 회사에서는 러닝커브를 가진 사람이 더 우대된다는 점이다. 재미있는 것은, 러닝커브가 강한 사람들은 '매뉴얼'이란 것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그들이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서 매뉴얼이 있는지를 먼저 살피는 것은, 그 매뉴얼 대로 업무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회사는 어떤 식으로 일하는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함이다. 그런 다음 '질문'이란 것을 하게 되는데, 매뉴얼 내용 가운데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묻고 개선을 하겠다고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한다. 


좋아 보이는가? 이들이 초기에 내는 아이디어는 당연히 설익은 부분이 많다. 아직 전체 프로세스를 완전히 모르는 상태니까. 게다가 쌓여 있는 일이 산더미같은 상태에서 '진리의 매뉴얼'에 대해 질문을 계속하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맞아, 맞아, 그런 사람들 있지'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호기심이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금은 러닝커브 셀프 테스트 중이다.


러닝커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에는 제대로 된 매뉴얼이 없는 경우가 많다. 매뉴얼을 만드는 속도보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Catch me you can' 상황에 빠지기 보다는, '방향성을 공유하여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시의적절한 판단을 하는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러닝커브가 강하지 않은 사람이 입사할 경우 이 사람은 '도무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반대로, '매뉴얼을 따르며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좋은' 회사에 들어간 '러닝커브가 강한 사람'은 중간 이하의 성과를 내거나 금방 회사를 옮기게 되는 것이다.


3. 가만히 앉아 전체 프로세스를 그릴 수 있는가? 혹은, 그냥 몸으로 부딪히는 것을 선호하는가?


사실 위 질문은 함정이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괜찮다. 다만, 망설였다면 본인의 러닝커브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러닝커브가 강한 사람은 (내 생각에는) 크게 둘로 나뉘는데 가장 간단하게 정의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둘째, 일단 실행하는 사람


전자는 의자에 앉아 머리 속으로 하나씩 프로세스를 떠올린다. 가령 '내가 광고주 입장이고 페이스북에 광고를 집행하려 한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의 질문을 던진다. 직접 해야 하나, 대행사를 쓸까. 어떤 상품이 있는지 어디서 확인하면 좋을까. 그 상품을 부킹하는 툴이 있을 것 같은데, 검색할까 아니면 누구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을까. 광고상품을 구매하려면 먼저 입금부터 해야 하나, 후불로 가능할까. 캠페인의 성과는 어떻게 측정하면 좋을까? 페이스북 광고부킹 툴에서는 어떤 수치들을 확인할 수 있을까. 운영하려면 시간이 많이 들텐데 그럴 시간이 있을까, 아니면 직접 운영해야 페이스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꼬리를 물며 머리 속에서 광고주 관점에서 필요한 프로세스를 하나씩 살피는 것이다. 그리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필요한 정보를 찾으러 간다. 막연한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혹은 그 근저리에 있는) '무엇'을 찾고 싶은지가 명확하다.


후자는 이런 고민을 할 바에는 그냥 실행부터 시작한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기존에 페이스북에 광고를 집행하는 광고주 하나의 연락처를 찾은 후에(신중히 하나를 선택한 것도 아니다), 대놓고 전화를 해서 '페이스북에 새로 온 누구누구인데, 인사도 드릴 겸 방문드리려 합니다. 언제 갈까요?' 이렇게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어떤 물건을 팔고 싶다면, 실제로 팔아보면서 Lesson-Learn을 얻는 것이다. 이 방식이 유효한 이유는, '실행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에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책상 머리에 앉아서 엑셀 숫자만 바꾼다고 매출이 오르지는 않는다. 답은 현장에 있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올바른 질문과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은 믿는다.


러닝커브는 위 두 가지 타입 모두에 해당한다. 다만, 어정쩡하지 않은 것이 좋고, 무엇보다 전자든 후자든 간에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것'에 본인 스스로가 얼마나 갈증이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사실, 러닝커브가 강한 사람들은 위에서 전자냐 후자냐의 질문에 잠깐 망설였을 수는 있으나, 그래도 금방 '난 잘할 수 있는걸'하고 자신감을 회복한다. 망설였다고 러닝커브가 적다는 사실에 풀죽어 있지 않는 것이다.


다른 중요한 요소들도 많겠지만, 위 세 가지만 살펴봐도 본인의 러닝커브에 대한 기본 체크를 할 수 있다. 


글을 마무리짓기에 앞서, 러닝커브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러닝커브를 필요로 하는 회사'에 잘못 들어갔을 때의 특징을 아주 간단히 정리해보자. 이들은 매우 '방어적(Defensive)'이다. 세상이 그렇게나 빨리 변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방식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상당한 경력을 가진 시니어이고, 해당 업종에서 오랫동안 일했다는 자부심도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작 변화나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에 굉장히 보수적이다. 어떻게 보면, 한 발자국만 잘못 디디면 낭떠러지라는 사실을 본인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사람들이 '러닝커브를 가진 사람들을 채용하는' 면접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그 뒤는 상상에 맡겨야 할 수도.


반대로 면접에서 이러한 사람들을 안심하고 거르는 한 가지 요령이 있다. 그것은 어떤 질문을 던지고, 그 사람이 답한 내용에 기반하여, 연결된 질문을 몇 단계 더 진행하는 것이다. '러닝커브가 약한 사람들'은 알고 있는 지식의 범위는 넓으나 몇 단계 들어가면서 다른 관점에서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 물어보면 답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 그렇게 깊이 생각해 본 적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대답 자체가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기반해 있고, 정작 '면접하는 그 상황'에서 질문자가 무엇을 묻고 있는지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이 미래를 더 잘 준비할 까닭이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들은 그것이 '연결된' 질문이란 것을 깨닫지 못한다. 앞선 질문에 대해 두 번째 질문이 나온 맥락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지식과 경험은 그 사람이 가진 물질적 재산이다. 

그리고, 러닝커브는 다 버리고 언제든 새로 시작할 수 있게 하는 그 무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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