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석 Mar 14. 2018

직장 필살기: 질문의 기술

#직장을즐겁게 #05

질문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절대로 호기심을 잃어버려서는 안된다. The important thing is not to stop questioning. Never lose a holy curiosity. --- Albert Einstein.


여기에 두 가지 진실이 있다. 첫째, 단 두 문장으로 정리하다니 아인슈타인은 진정 천재임에 틀림없다. 둘째, 그의 조언을 액면 그대로 직장에서 적용하면 조직의 쓴맛을 보게 될 것이다. 질문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과 아무 때나 누구에게든 질문을 해도 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질문을 해야될 때 질문하지 않고 '그 분의 진의'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하는 것도 역시 비효율적이다.


1. 누구에게 하는 질문인가?


아인슈타인이 '질문이 중요하다'고 말했을 때의 질문의 대상은 '자기자신'이다. 어떤 사항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직장에 들어가면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다. 빨리 익히기 위해 일정 기간 질문을 보류하는 기간을 둘 수도 있다.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무뎌진다. 어떤 일을 왜 그런 (요상한) 방식으로 하냐고 물으면 '원래 그렇게 하기 때문입니다!'라는 대답을 어느샌가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면 곤란하다.


호기심(Curiosity)은 에너지의 근간이다. 잃어버리면 생각을 멈추게 된다. 이러면 일이 재미없어진다. 어떤 일을 왜 그렇게 하는지, 더 나은 방식이 없는지에 대한 안테나를 상시적으로 켜 놓고 있는지, 필요할 때만 꺼내는지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직장에서의 개인의 성장에 어마어마한 차이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Default는 언제나 On이어야 한다.


다만, (최소한 직장에서라면) 이러한 무제한적인 호기심의 대상은 자기자신이어야 한다.


'하늘이 왜 파래요? 바닷물은 왜 짜요?'란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엄마 아빠 뿐이다(이 분들도 결국은 짜증을 낸다). 그렇다고 질문을 하면 안된다는 의미 또한 아니다. 그래서 '질문을 하란 거에요, 말란 거에요?'라고 패닉모드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모범답안은 다음과 같다.


- 스스로에게는 끊임없이 질문을 하세요.

- 다른 사람에게 질문을 할 때에는 목적이 분명해야 합니다.      


2. 질문은 왜 하는가?


당연한 이야기인데 의외로 이렇게 물어보면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질문을 왜 하느냐고요? 이렇게 반문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너무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표정이다. 그래서 그 당연한 것이 뭐냐고 물으면 한참을 답하지 못한다.


질문을 하는 제 1목적은 '모르는 것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함이다.


그게 뭐에요. 당연하잖아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근데 이런 사람들일수록 자신이 아는 것도 물어보고, 모르는 것도 물어본다. 직장에서 이건 민폐의 극치다. '아는데 왜 물어봐요?'하고 물어보면 '혹시나 해서요'라고 답한다. 연애시절과 직장생활을 혼동하는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질문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일명 '부장님이 저번에 그러셨잖아요!' 시리즈다. '나는 뇌가 없고 귀만 있다'의 자백이나 다름없다.


조직이 경직될 수록 사람들이 질문해야할 때 침묵하고, 질문이 필요없는 순간에 의미없는 질문을 쏟아낸다. 질문의 목적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해도, 직장에서 질문은 모르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아는 것은 묻지 않고, 모르는 것은 물으면 된다. 다만, 현실에선 100% 확신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은데, 이럴 때 등장하는 개념이. '예측' 혹은 '확률'이다.


3. 질문하기 전에 답을 먼저 예측하자.


질문은 모르는 것을 묻기 위한 과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모르는 것'은 크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진다.


1) A와 B 중에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지 모르겠다 (객관식)

2)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 지 단초를 찾고 싶다 (주관식)


직장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1번이다. 예산을 집행할까요, 말까요. 어느 업체를 쓸까요. 지금 결정하시겠어요, 좀더 살펴보는 것이 좋을까요. 뭐, 대략 이런 질문들이다. Yes/No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이거나, 몇 가지 보기 중에서 선택하는 질문이다. 가끔은 A or B를 질문했는데 C의 답을 얻을 수도 있다. 이런 유형의 질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하기 전에 어떤 답을 들을 지 미리 예측해보는 것이다. 일단 지금의 논의는 동료끼리의 질문이라기 보다는 '직장상사'에게 질문을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을 하자.


오해가 없도록 정리하면 '내 생각은 무엇인가’가 아니라, '어떤 결정이 날 것인가'이다. 전자는 질문자의 주관이고, 후자는 상대방에 대한 예측을 의미한다. 좀더 쉽게 이야기하면, 전자는 '나라면 어떻게 결정할까?'이고 후자는 '이 사람(질문을 받는 사람)은 어떻게 결정할까?'를 의미한다.


'나의 생각'은 굳이 질문이 아니더라도 직장생활 전체를 통해 키워나가면 된다. 그런데 '예측'은 왜 중요할까? 어차피 질문을 하면 답을 듣는데 굳이 왜 예측이란 것을 해야할까?


그것은 바로 예측에 대한 자신감이 다음 번에 유사한 상황에서 질문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만약 비슷한 질문을 몇 번 했는데 항상 같은 패턴의 답을 얻었다면 다음 번 유사 케이스엔 질문을 생략해도 된다. 반대로, 질문할 때마다 성공률이 반반이라 하자. 이건 지금 코드를 전혀 못 맞추고 있는 것을 의미하거나, 상대방(직장상사)이 헷갈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럴 때는 죽을 때까지라도 질문을 반복해야 한다.


예측을 하지 않으면 질문을 하는 것이 필요한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력이 늘지 않는다. 따라서, 질문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스스로에게 먼저 묻자. 나의 상사는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할까.


참고로 2번 상황(Open Question)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정말로 직장상사와 막역한 사이이거나, 아니면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만 유효하다. '당신이 생각을 알려줘야 내가 일을 하지요'라고 외치는 것은 한국의 직장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질문은 명령이나 통보가 아니다. 직장에서 열린 질문이 장려되는 것은 팀장이 팀원에게 질문할 때이다. 그 반대가 아니고.


4. 습관적으로 질문하는 것은 금물이다


스스로 로봇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럴 수가 없는데, 같은 질문을 또하고 또하고 또하는 사람이 있다. 아니, 요즘은 AI시대라 로봇도 생각을 한다. 질문할 때인지 아닐 때인지.


습관적으로 질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음 세 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1) 혹시나 해서

2) 시간을 단축하려고

3) 그냥 뇌가 그렇게 되어 있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일단 자신이 먼저 고민을 한 뒤 답을 예측하고, 자신이 없으면 물어보면 된다.


물론, 예외는 있다.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간단하게라도 질문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한, 비상 상황에서는 필요하다 판단되면 격식을 차리지 않고 물어보면 된다. 이런 예외 사항에 대한 판단을 하지 못하면 직장에서의 삶이 고달퍼진다. 위안이 돤다면, 당신의 상사는 당신보다 두 배 정도 더 고달플 것이라는 정도.


5. 물어야 할 때는 묻자


질문하는 것을 조심하라고 하면 또 질문을 잘 안한다. 오히려 한국의 직장에서는 이런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회사의 대표나 임원이 한 마디 가볍게 던지면 그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밤샘토의가 벌어진다. 두 가지 상황을 생각해보자.


1) 시간단축용으로 질문하지 말자 (O)

2) 앞단에서 방향확인이 필요하면 질문하자 (O)


결국 '방향'과 '센스'의 문제이다. 2번의 경우, '경우의 수'가 작동하는 원리를 생각해보면 앞단에서 확인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경우의 수를 줄인 만큼 훨씬 더 깊이있는 고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시간단축용으로 질문하는 거랑 뭐가 달라요?


어떻게 설명을 할까, 어떻게 설명을 할까. 대체로 시간단축용으로 뭔가를 질문하는 사람들은 중요도가 낮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업무 혹은 새로운 상황마다 조건 반사적으로 질문을 한다. 반대로, 앞선에서 방향을 잡고 탐색범위를 좁히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중요한 업무이거나 빠른 판단이 필요한 때이다.


어쩌면 질문 후의 결과로 확인할 수도 있겠다.


시간단축용으로 질문하는 사람은 본인의 리소스를 줄인 만큼 상대방의 리소스를 뺏는다.

앞단에서 방향을 확인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리소스를 뺏은 이상으로 자신의 리소스를 투여한다.


결국 질문이란 건 (최소한 아직까지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질문이란 행위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더 나은 질문법을 고민해보고, 예측도 하고, 이를 바탕으로 묻지 말아야 할 때와 물어야 할 때를 구분하려고 노력도 한다. 그러나 애초에 그 사람이 '누구인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질문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일러스트 ehan  http://bit.ly/illust_ehan  

매거진의 이전글 업무를 점검하는 3단계 프로세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