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만족도 = 현실 / 기대치.
사람들은 거기 어때? 좋아? 만족해? 이런 말을 많이 묻는다. 직장은 굉장히 고관여 상품이고, 막상 다녀보기 전에는 실제로 어떨지 알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동시에 두 제품을 써 보면서 비교할 수 없다는 치명적 한계가 있다. 그래서 더더욱 실 사용자의 의견을 듣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런데 제품으로서의 직장은 곤란한 점이 있다. 바로 리뷰 체계가 엉망이라는 점이다.
그 회사에 친한 누군가가 다니고 있어서 '지인찬스'를 쓸 수 있는 경우는 그나마 나은데, 이렇게 편하게 물어볼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고 안타깝게도 그 사람들은 모두 제품 하나씩만을 쓰고 있다. 그래서 살펴보게 되는 것이 잡플래닛이나 블라인드 같은 곳인데,
이러한 익명 리뷰들을 보면 세상에 옮길 회사가 하나도 없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가를 생각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1) 그 회사를 멀쩡히 잘 다니고 있는 사람들과 2) 그 회사에 실망한 사람들의 균형잡인 피드백이다. 에어비앤비를 잡을 때를 생각하면 된다. 몇 개 부정적인 후기가 있어도 상관 없다. 해당 숙소를 불편해했던 사람들의 리뷰는 좀더 신뢰가 가기 때문에, 그 사람이 불편했던 부분이 나랑은 상관없다면 더 객관적인 리뷰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러한 균형을 위해서는 리뷰가 올라오는 맥락이 중요하다.
좋은 경험을 한 사람들은 감사의 후기를 남기고, 실망한 부분에 대해서는 따끔한 피드백을 남기는 에어비앤비와는 달리 익명의 직장 리뷰는 주로 글을 남기는 사람들과 그 상황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가진다.
지인을 통한 탐색을 할 수 없고, 익명 리뷰에 후덜덜 놀란 사람들이 많이 반응하는 것이 인터뷰 영상들이다. 회사의 대표가 나와서 말할 때도 있고, 직원 입장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좋은 내용도 많고 예전과 다르게 장점이나 단점을 어느 정도 균형잡게 이야기하려 노력하는 컨텐츠도 많이 보인다. 그러나 큰 맥락에서 보면 이러한 인터뷰 내용들은 익명 직장 리뷰의 반대편 사이드에 주로 해당된다. 지나치게 밝다.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양념으로서의 단점이 아니라, 어두은 부분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령 수평문화가 지닌 '긴장감(tension)'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컨텐츠는 판타지와 다름없다. '넷플릭스의 문화: 자유와 책임'을 자유로운 해고가 가능하다는 맥락을 제외하고 읽는 것과 같다. 성과에 대한 압박 없이 완전자율 출퇴근제를 부러워하는 것이나, 인터뷰에 나오는 많은 기업들의 이직률이 왜 그렇게 높을까 하는 부분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직장의 만족도 = 현실 / 기대치.
여기서 기대치가 '상수'라면 현실이 주는 가치가 높을 수록 직장의 만족도는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만족도가 높은 직장은 좋은 직장이 된다. 그러나 기대치는 상수가 맞는가.
꿈을 꿀 수 있다면 기대치는 계속해서 증가하게 된다. 오히려 좌변에 있는 '직장의 만족도'를 상수(minimum requirement target)로 고정하고, 변수인 기대치를 계속해서 증가시키는 것이 이상적이다. 기대치를 증가하면 만족도는 일시적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들과 협업하며 현실을 끌어올림으로써 만족도를 높이고, 그러면 다시 기대치를 증가시킬 수 있게 된다.
더더더더더더더.
만족도가 낮은 것은 괜찮다.
기대치를 낮춤으로써 행복해지는 것 보다는 직장을 다니는 한 계속해서 꿈을 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