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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Nov 11. 2018

역할조직에 대한 환상

rank-driven vs. role-driven


위계조직(rank-driven)과 역할조직(role-driven)에 대해서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


1. 위계조직 < 역할조직 ???


- 한국=위계조직, 실리콘밸리=역할조직

- 한국 < 실리콘밸리

- 따라서 위계조직은 구시대적이고 역할조직이 효과적이라는 논리다.


이건 미친 생각이다.


위계조직과 역할조직은 그 자체로는 어떤 것이 다른 것보다 좋거나 우월한 것이 아니다. 그냥 서로 다른 거다. 위계조직은 구태연한 적폐고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모든 조직은 역할조직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굉장히 큰 오해를 하는 것이다.


위계조직이 더 어울리는 상황이 있고, 역할조직이 더 어울리는 상황이 있는 것이다.


어떤 산업인지, 어느 정도 크기의 회사인지, 어떤 사람들이 모여 있는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떤 의사결정이 필요한지와 같이 다양한 조건 속에서 위계조직과 역할조직 중 어떤 방식으로 구조를 짜는 것이 더 효율적인가 하는 부분이 결정되는 것이지,


실리콘밸리든 뭐든지 간에 역할조직이 장땡인 것이 아니다.


역할조직을 이해하고 실리콘밸리를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는 역할조직이 위계조직보다 더 낫거나 효율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각 조직의 장점을 이해하고 자신이 다니는(혹은 경영하는) 회사를 돌아봄으로써,


어떤 형태로 조직을 구성할 것인가,

그리고 자신은 어떤 조직의 회사에서 더 역량을 발휘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기 위함이어야 한다.


2. 위계조직에 어울리는 사람 vs. 역할조직에 어울리는 사람 ???


위계조직에서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사람과 역할조직에서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맞는 얘기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중요한 내용이 있다. 


그것은 조직구조에 따른 성과차이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얼마나 일을 잘하는 사람인가의 차이가 훨씬 크다는 점이다. 


물론 위계조직에서 나름대로 성장하다가 역할조직의 회사로 이직한 후 패닉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원래의 위계조직으로 돌아간다. 반대로, 위계조직에서 헉헉대다가 역할조직으로 갔더니 물 만난 듯이 일을 잘하게 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일을 잘 하는 사람으로 한정하면, 


잘하는 사람들은 위계조직이든 역할조직이든 관련 없이 기본빵 이상으로 일을 잘 한다. 


조직의 형태에 따라서 좀더 일을 잘하는가 못하는가, 좀더 신나게 일하는가 갑갑해하는가의 차이가 있겠지만, 이러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조직구조와 무관하게 일을 잘한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이 일을 잘 하는 이유는,


자기가 다니고 있는 조직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떻게 일했을 때 가장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가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어느 조직에서 일하고 싶은가에 대한 성향 차이는 있겠지만, 일단 하기로 했다면 조직 구조에 관계 없이 성과를 낸다. 


왜 이러한 생각이 중요한가.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 두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안 좋은 것은 그냥 버티는 것이다. 가만히 있는데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이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바뀔 가능성은 정말로 낮다. 더 무서운 사실은, 그렇게 기적처럼 조직유형이 바뀌었을 때 막연한 기대와는 달리 성과차이를 내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3. 왜 역할조직이 더 효과적인 상황에서도 역할조직으로의 변화를 단행하지 못하는가?


리더가 우유부단해서? 기득권을 놓치기 싫어서? 변화 자체를 싫어해서? 역할조직으로의 변경을 단행함에 있어서의 가장 큰 장애물은 이런 것들이 아니라,


역할조직에 어울리는 사람들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단 제대로된 역할조직에서 일을 해 봤던 사람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 우리나라는 일부 회사들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회사들이 위계조직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위계조직이 더 어울리는 회사든 역할조직이 더 어울리는 회사든 간에 아파트 단지처럼 죄다 위계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실제로 어느 조직에서 일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지를 경험하지 못한 채로, 막연히 역할조직을 동경하는 경우가 정말로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쳐나가서 역할조직으로 구성된 회사로 이직할 때에는 연봉이나 복리, 안정성 등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고려한다. 마치 옮기지 않을 이유를 찾을 이유를 찾고 싶다는 것처럼 말이다.


위계조직 위주로 구성된 사회에서 위계조직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위계조직이 더 잘 맞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냥 자기가 다니는 회사에서 방법을 찾은 것이다. 역할조직의 회사로 이직했을 때 문제에 닥치는 것은 역할조직에 안 맞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적응 자체를 잘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크다.


그렇게 적응에 실패해서 결국 원래의 위계조직으로 누군가가 돌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옮기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과

정말로 돌연변이 같은 사람들이 실리콘밸리 같은 곳으로 찾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역할조직에 어울리는 사람들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역할조직으로 변화할 수 없다. 이러한 생각을 어떻게 깨야할까. 어떻게 깨야할까. 어떻게 깨야할까.


물론 이미 역할조직을 선포하고 그러한 Working Culture를 즐길 수 있는 회사로 이직하는 것, 그래서 역할조직이 더 성과를 낼 수 있는 업종과 시기에서의 성공사례를 만들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그러한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가 역할조직에 더 어울리는 상황이라는 것을 전데로, 사람들이 자신이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변화를 일으키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결단을 내릴 적절한 시간이란 것은 오지 않는다. 정말로 필요한가, 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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