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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삭발하고 먹방해!

by 몽상가


오늘 타코 맛집에 갔어요. 신도시에 있는 그 타코집은 지나다니면서 눈여겨봐 둔 곳이에요. 식사 시간이면 웨이팅이 길게 늘어서 있어서 언제 한번 가봐야지 했던 곳이거든요. 삭발도 했겠다 좀 색다른 것을 먹고 싶어서 고민하다가 타코로 당첨. 역시나 식당은 만석이었습니다. 그래서 포장으로 급변경했어요.


까르네아사다 타코 2피스에 1피스 더 추가해서 타코 3피스 주문 완료.


대기 번호를 받고 기다렸습니다. 1202번~~~~~ 제 번호였어요. 대기번호표를 주고 포장된 타코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매일 지나다니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맛을 보게 되는 타코, 기대감으로 포장박스를 열었습니다. 종이 박스 안에는 주문한 타코 3피스가 아닌 4피스가 들어있었어요.


와~포장은 1피스를 더 주나보다 하고 신났습니다. 타코는 평소 먹던 옥수수나 밀가루로 반죽한 토르티야와는 다르게 우윳빛깔이었고 토르티야 안에 들어있어야 할 내용물은 다른 용기에 담겨 있었어요. 타코 포장은 처음이라서 내용물이 섞이지 않게 토르티야 따로, 속재료 따로 포장을 해서 주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타코 속을 직접 입맛대로 채워서 먹으면 되지!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토르티야를 벌렸습니다. 허... 참! 맛집은 다르긴 다르더군요. 보통은 옥수수 색을 띠는 토르티야는 우윳빛깔로 빛나고 얇은 햄과 치즈가 들어있었어요. 웨이팅으로 소문난 타코 맛집이라 역시 토르티야가 독특했어요. 치즈가 붙어있는 토르티야를 벌려 속을 채워 넣었습니다. 채소와 토마토, 양파를 채우고 스테이크와 멕시코 스타일 소스를 듬뿍 넣었어요. 입이 째지게 한 입 베어무니 가본 적도 없는 멕시코에 와있는 것 같았습니다. 역시 타코는 이 맛이지!!!


입 안에서 맛을 음미했습니다. 앗, 뭔가 이상합니다. 스테이크 타코를 주문했는데 치킨 맛이 나는 거예요. 분명 고수 추가를 했었는데 고수향이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타코 속재료가 들어있는 용기를 분석해 봤습니다. 스테이크인 줄 알았던 고기의 정체는 치킨이었고 고수는 아무리 뒤적여도 보이지 않았어요. 고수를 찾다가 채소 아래 숨어있는 잡곡을 발견하는 순간, 이것은 샐러드 포케!!!!!!! 뽀요 샐러드 포케였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토르티야는? 햄과 치즈가 들어있어 짭짤하니 담백하고 토르티야처럼 납작한 그것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타코 맛집인 이곳의 퀘사디아는 기름에 바싹 튀기듯이 만드는 게 특징이었는데 튀긴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패스한 메뉴였습니다. 그래서 튀기지 않은 우윳빛깔 토르티야를 퀘사디아로 연결하지 못한 거지요. 우유빛깔 토르티야의 정체는 바로 햄치즈 퀘사디아였습니다. 이름도 앙징맞은 어린이용 퀘사디아~~


오 마이 갓뜨!!!!


포장이 바뀐 것이었습니다. 이 메뉴를 주문한 손님은 제가 주문한 타코 3피스를 받아갔겠지요?

잠깐 망설이다 주섬주섬 포장지를 다시 쌌습니다. 일단 식당으로 가져가서 주문이 바뀐 사실을 알려야 할 것 같았어요. 타코 식당으로 들어서자마자 제 손에 들려있는 포장지를 본 직원이 달려 나오네요. 이어서 매니저로 보이는 분이 나와서 제 손에 들려있는 포장지를 받아 들며 말했어요.


" 저희 실수로 주문이 바뀌었네요. 스테이크 타코 3피스 맞으시죠? 고수 추가시구요. 여기 있습니다."


저는 새로운 포장 용기를 얼결에 받아 들며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제가 모르고 음식을 좀 먹었는데·····."


" 저희 실수로 음식이 바뀐 거니까 이것도 손님이 가져가서 드세요."


오 마이 갓뜨!!!!


웨이팅 하는 타코 맛집에서 까르네아사다 타코 3피스와 뽀요 라이스 포케, 키즈 메뉴인 우윳빛깔 퀘사디아까지 먹방을 하게 생긴 겁니다. 웨이팅 줄만 보고 지나쳤던 타코 맛집에서 이게 웬 횡재입니까?

아~~ 주 맛있게,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삭발을 하고 나니 먹을 복이 찾아오네요. 저는 원래 먹을 복이 많은 사람이라 더 안 와도 되는 복인데 말이지요. 그래도 기분이 좋습니다. 복이든 운이든 뭐든 찾아오기만 해라. 다 받아줄게.


삭발효과,,, 뭐 그런 게 있나 봅니다. 행운이 찾아오는 걸 보니까요.

오늘은 타코운이 따라왔고 앞으로는 또 어떤 행운이 올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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