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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끌 Mar 17. 2021

내 핑계 대지 마

유독 무기력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분명 날씨는 좋아지기 시작하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나질 않는지.

다 코로나 탓이라며 한탄하곤 했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더 이상 코로나 블루 핑계는 대지 않기로 했다.


작년 초 코로나 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예약까지 다 해놨던 장기 유럽여행을 취소하면서 내 일상에 큰 변화가 닥쳤다. 당장 계획에 없었던 복학을 하고 졸업을 했으며, 여행만 바라보고 돈 모으기 바빴던 내 지난 휴학 생활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당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극복하고자 오랜만에 휴식시간도 길게 가져보고, 항상 해보고 싶던 제주도 한달살이도 다녀왔다. 해외여행에 미련을 완전히 버리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았다.


겨우 활력을 되찾았다고 생각이 들 때쯤, 어쩌다가 취업을 하게 되었고 이제는 회사 직장인이라는 삶에 점점 찌들어가면서 다시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다. 난 내가 평생 놀고 싶을 때 놀고, 쉬고 싶을 때 쉬면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 줄 알았다. 이게 내 인생의 좌우명 혹은 목표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역시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고, 취업난에 허덕이는 주위에 휩쓸려 덩달아 불안해지고 조급해진 탓이었다.


왕복 두 시간의 출퇴근, 그리고 주 2회의 꾸준한 야근을 하다 보니 아침저녁으로는 지치기 마련이고, 집에 돌아와 정리하고 씻고 나면 무언가 활동을 하기에는 애매한 시간이 되어버린다. 나는 생산적이고 알차다고 느끼는 활동들에서 에너지를 얻는 편인데, 평일에는 도무지 무언가를 시도할 겨를이 없다. 어쩌면 핑계일 수도 있지만, 주말 역시 누적된 피로를 풀기 바쁘고, 어딜 나가고 무언갈 계획하기엔 의욕이 부족하다. 마스크가 일상이 되고부터 숨 쉬는 게 힘들고, 호흡이 잘 안되다 보니 건조하고 두통도 심해졌다. 마스크 쓰기 싫어서 외출을 피하는 것도 없지 않아 있는데, 그 결과 주말 내내 집에서 뒹굴거리는 게 일상이다. 이렇게 매일을 아무것도 안 하며 시간을 보내니 몸은 편할지라도 정신 건강을 해치는 기분이다. 다 내가 자초한 일인데 왜 내가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코로나 블루 핑계를 대고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이 든다. 어엿한 직장인이자 성인이고, 내 삶의 질은 스스로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다가는 도태될게 뻔하고, 이 시국에 날 챙겨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만든 덫에 빠져 허우적대지 말아야지, 더 늦기 전에 빠져나오는 방법을 찾아야지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어 하고 좋아하는걸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잊고 지냈던 마음속 작은 불꽃들을 찾아내 작은 부채질만 해줘도 금세 타오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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